러시아 총선 평가 극과 극 - "정치 시스템의 개방성 입증" vs "IT 대기업마저 푸틴체제에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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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따 러시아

2021. 9. 28.

17~19일 사흘간 치러진 러시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이 개헌선(3분의2, 300석)을 넘어서는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장기집권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 체제는 또 한차례 순항을 향한 돛을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총선 개표 결과를 공식 발표, '통합 러시아당'이 전체 하원 의석 450석 가운데 324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통합 러시아당'은 이번 총선에서 정당명부제 비례대표 투표에서 126석, 지역구 투표에서 198석을 얻었다. 2위는 정당명부제 48석, 지역구제 9석 등 57석을 확보한 제1야당 공산당이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정의 러시아당-진실을 위하여(러시아정의당)'가 27석(19석+8석), 극우민족주의 성향 정당인 자유민주당이 21석(19석+2석), 지난해 창당된 중도 우파 성향의 신생 정당 '새로운 사람들'이 13석을 확보했다. 5개 정당이 비례대표 투표에서 5% 이상을 득표, 의석을 나눠가졌다. 무소속은 5명이 국가두마(하원)에 진출했다.


중앙선관위, 국가두마(하원) 선거 (결과) 인정 프로토콜 서명/얀덱스 캡처

 

 
'통합 러시아당'은 비례대표 투표에서 49.82%를 얻어, 2위인 공산당(18.93%)을 큰 차이로 따돌렸으나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확보한 343석에 비하면 19석이 줄어들었다. 정당 지지율도 지난 총선(54.2%)에 비해 그만큼(4.4%포인트) 낮아진 탓이다.

그러나 '통합러시아당'은 여전히 단독으로 헌법 개정이 가능한 개헌선을 확보함으로써 푸틴 대통령 체제의 안정적 집권을 뒷받침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푸틴 체제의 장기화에 따른 일반 국민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불안요인이다. 국민 신뢰도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국민 선호도가 높은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쇼이구 국방장관을 '통합러시아당'의 비례 대표 후보로 '총선 차출'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에 대한 평가는 진영별로 확연히 다르다. '통합러시아당' 출신의 하원의장 뱌체슬라프 볼로딘은 23일 "지난 총선에서 5% 이상 득표한 정당이 4개였으나 이번에는 5개로 하나가 늘어났다"며 "이는 러시아 정치 시스템의 개방성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푸틴'의 아이콘인 알렉세이 나발니 지지세력의 제도권 진입을 막았다는 나라 안팎의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볼로딘 (하원의장):5개 정당의 원내 진입은 러시아 정치 시스템의 개방성을 말한다/얀덱스 캡처


나발니, 애플 구글, 텔레그램의 (스마트 보우팅) 콘텐츠 차단 비판/얀덱스 캡처

 


이에 반해 정부로부터 '외국 대리인' 낙인이 찍힌 TV 채널 '도쥐'('비'라는 뜻) 등 반정부 언론 매체들은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인 구글과 애플이 이번 총선에서 러시아 정부의 야권 탄압과 부정선거를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총선에 직접 출마하지 못하는 나발니 진영이 선택한 '통합러시아당 후보 낙선 온라인 캠페인'인 '스마트 보우팅'(smart voting) 앱을 구글과 애플이 자사 '스토어'에서 삭제했기 때문이다.

또 유튜브는 ‘스마트 보우팅’을 권하는 나발니 채널의 동영상을 차단했고, 텔레그램 역시 ‘스마트 보우팅’과 관련한 콘텐츠를 삭제했다. 나발니 측 핵심 인사는 외신 인터뷰에서 “구글이 푸틴의 ‘권력 놀이’에 굴복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나발니도 23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 총선 과정에서 구글과 애플 등 거대 IT 기업들이 러시아 당국에 협조했다"며 “푸틴의 공범”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앞서 옥중 메시지를 통해 야당 후보 추천 목록을 담은 ‘스마트 보우팅’ 앱을 내려받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나발니 진영은 이 앱에서 각 지역구별로 여당에 맞설 수 있는 야권 후보자를 선정, 전략적으로 투표해줄 것으로 촉구했다. 나발니 측은 경쟁력이 있다면, 공산당 후보까지 지지 명단에 올렸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총선에 앞서 나발니가 만든 '반부패재단' 등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나발니 측근을 비롯한 지지세력은 후보 등록 자체가 금지됐다.


러시아 총선 모습/텔레그램 캡처

 


선거의 공정성을 놓고도 극과 극의 입장을 드러냈다. 객관적으로 신종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총선 투표를 사흘간 진행한(사전 투표라고 하기는 어렵다) 것은 '부정 선거'의 의혹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실제 투표 진행 과장에서도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선거당국은 "총선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치러졌고, 일부 위반 사례가 있었으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대한 위반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권은 허위 기재 투표용지의 투입과 공무원들에 대한 투표 강요 등 심각한 선거법 위반 사례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투표를 사흘간 진행한 것은 선거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고 했다.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된 독립적 선거감시기구 '골로스'는 전국 투표소에서 약 5천 건의 부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영국 BBC 방송은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선거 참관인들이 이번 선거를 참관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