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탄생 200주년, 현지엔 다양한 기념 행사가, 국내엔 서적들이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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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따 러시아

2021. 11. 16.

불멸의 소설 '죄와 벌'을 쓴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 Фёдор Достоевский) 탄생 200주년을 맞아 러시아 현지에서도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브고로드 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고대도시 중 하나인 노브고로드에서는 지난 주 도스토예프스키 국제연극축제가 개막했고, 7일에는 이 지역 7번 연방교도소에서 처음 무대에 올린 도스토예프스키 원작의 연극 '죽은 자의 집'(Мертвый дом)(연출 다닐 돈첸코)이 지역 TV채널을 통해 방영됐다. 이 무대는 러시아 연방 교정본부와 노브고로드 주 문화부가 공동 기획한 것으로, 교도소 수감자들이 모든 배역을 맡았다. 수감자들이 잃어버린 영혼 속에서도 희망과 품위, 도덕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하려는 취지라고 한다.


7일 노브고로드 지역 TV 채널 NT, 도스토예프스키 원작의 '죽은 자의 집'연극 방영/현지 노브고로드 TV 웹페이지 캡처


도스토예프스키 국제연극 축제에는 매일 대여섯 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지만, 그의 대표작 '카라마조프 형제'의 새로운 버전이 첫 선을 보이기도 했다. 새 버전은 저승사자가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를 죽인 '살인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는 형식으로, 흥미있는 '탐정 스릴러물'이라는 평도 일각에서 나왔다.

도스토예프스키가 태어난 11일(당시의 구력으로 따지면 10월 30일) 모스크바에서는 알렉산드르 라주모프(Александр Разумов)가 쓴 책 '카라마조프 형제들 - 위대한 소설의 비밀' (Братья Карамазовы - Тайны великого романа)가 헌정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라마조프 형제들'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생전에 자신의 작품중에서 가장 아끼고 중요하게 여긴 소설이지만, 속편을 쓰지는 못했다. 작가는 이 소설을 발표(1879년)한 뒤 2년 후(1881년)에 사망했다.

가장 안타까운 대목은 아버지를 죽인 진범이 진짜 누구냐는 것. 작품 속에서 아버지를 죽인 혼외 자식 파벨 스메르쟈코프 (Павел Смердяков)의 범행을 '탐정 전문가의 시각'으로 보면 그가 진범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누가 진짜 아버지를 죽였나?" 라는 질문에 봉착하게 되고, 그 답은 작가의 종교적, 철학적 사고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알렉산드르 라주모프의 '카라마조프 형제들 - 위대한 소설의 비밀' 표지/현지 매체 캡처

 


11일 헌정되는 '카라마조프 형제들 - 위대한 소설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현지 문학 전문지 '리테라투르나야 가제다'가 전했다. 이 책은 그외에 베일에 가려 있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려준다고 한다.

현지 문화예술 TV채널 '쿨리투라'는 또 11일 다큐멘터리 '도스토예프스키의 복음(Евангелие Достоевского)을 방영한다. 다큐 작가는 "도스토예프스키는 1870년대 중반 '나는 그리스도의 완전한 왕국을 믿습니다.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나는 이 왕국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그의 작가 노트에 적었다"며 "그가 생전에 남긴 예언가적인 복음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도스토예프스키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작가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방영된다/얀덱스 캡처

 


국내에서도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작의 새 번역본과 깊이 있는 연구서, 입문서,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도스토예프스키 관련 서적들이 발간됐다.

출판사 '열린책들'은 4대 장편인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새로 손을 본 뒤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전 8권) 세트를 내놨다. 표지는 신예화가 김윤섭이 맡았고, 고급스러운 천 장정이 사용됐다. 러시아판 원서와 대조해 빠진 단락이나 문장을 제대로 채워넣고 러시아어 인명및 지명 표기를 표준 규정에 맞췄다.


'열린책들'은 2000년 처음으로 러시아어 원본에 의한 번역 전집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전25권)을 발간한 바 있다.

국내 최고의 도스토예프스키 전문가로 꼽히는 고려대 석영중 교수(전 한국노어노문학회 회장)는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와 '도스토옙스키 명장면 200'을 책으로 묶어 내놓았다. '깊이 읽기'는 석 교수가 20년간 작가를 연구한 성과를 묶었고, '명장면 200'은 그의 작품에서 핵심적인 장면이나 어록을 모아 해설한 책이다.

러시아 교육문화센터 '뿌쉬낀하우스'는 ‘가볍게 읽는 도스토옙스키 5대 걸작선’의 하나로 ‘카라마조프 형제들’ 축약본을 냈다. 러시아 정교에 대한 이해가 깊은 허선화 한남대 교수가 방대한 분량이 부담스러운 독자들을 위해 엄선한 내용들을 한 권에 담았다.


새움출판사는 국내에서 비교적 주목을 덜 받은 ‘가난한 사람들’(1848년)을 선보였다. 중년의 하급관리와 고아 소녀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이 소설은 사회적 불평등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무명 작가를 ‘무서운 신인’으로 만든 도스도예프스키의 출세작이다.

소설을 만화로 승화시킨 '죄와 벌 그래픽 노블'(미메시스)도 출간됐다. 프랑스 만화가 바스티앙 루키아가 1천 쪽에 이르는 원전을 170여 페이지로 압축했다. 강렬한 색채와 생생한 선을 사용한 각 장면들은 독자들을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듯한 재미속으로 빠뜨린다고 한다.

또 경기도 파주에 있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는 책과 예술을 잇는 시리즈 전시 'BOOK+IMAGE 10:도스토옙스키, 영혼의 탐험가'를 내달 19일까지 연다. 도스토옙스키 전집, 관련 도서, 표지 원화 등 도스토옙스키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이 관람객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