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는 새해부터 뭐가 어떻게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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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따 러시아

2022. 1. 5.

해가 바뀌면 달라지는 게 적지 않다.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시행령)들이 1월 1일 발효되고, 대통령령과 같은 행정명령으로 바뀌는 규정도 있다.

국내 언론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언론도 지난 연말에 '새해에는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려주는 기사를 잇따라 실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국가두마(하원) 의장도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새해엔 출산및 양육비 인상과 스포츠 분야 세금 공제, 외국 IT기업의 러시아 현지화 법안 등이 시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 거주 교민들에게도 직접 와닿는 변화 몇 가지를 추려봤다.



1월 1일부터 러시아인들의 삶에는 뭐가 달라지나/얀덱스 캡처
 
 

◇외국인 건강검진

러시아에 3개월 이상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은 에이즈와 매독, 결핵, 마약 및 향정신성 약물 복용 여부 등을 확인하는 건강검진을 지정된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개정된 외국인 지위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러시아 도착후 90일이 지나기 전에 지정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그 결과를 관계당국에 제출해야 3개월 이상 장기체류가 가능하다.

노동 비자를 받은 외국인(주로 중앙아시아 등 CIS국적자들)은 30일이내 건강진단을 받고 이를 등록해야 한다. 또 사진은 물론, 지문도 등록해야 한다.

이 개정안의 해석에 따라 3개월마다 한번씩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그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건강검진의 유효 기간을 법률안(시행령)에 적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경우든, 1년에 한번씩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보건부, 러시아 거주 외국인들에 대한 건강검진 시행 간격 구체화/얀덱스 캡처


MRI 촬영 모습/사진출처:픽사베이.com

다만, 신종 코로나(COVID 19) 확산에 따른 의료기관의 시설및 일손 부족으로 건강검진 시행및 단속은 쉽지 않아 보인다. 외교관과 국제기구 파견 주재원(준 외교관) 및 그 가족, 벨라루스 국민, 6세 미만 어린이는 검진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현지 주재원과 삼성전자와 현대 자동차 등 현지 공장 파견 근무자들, 현지 자영업자들, 유학생 등은 현지 도착 90일 이내에 건강검진을 받아야 장기 체류가 가능할 것 같다.

이 개정안에 대한 비판은 주러 미국대사관에서부터 터져나왔다. 제이슨 레브홀츠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 대변인은 지난달(12월) 16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 대사관은 러시아 거주 외국인들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외국인 혐오적인' 새 법안 (내용)을 자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이를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로 규정했다.

주러 한국대사관도 홈페이지를 통해 법 개정 사실을 소개하고, 검진 가능한 의료기관 목록을 안내했다.

◇ 휘발유와 경유 등 소비세 인상

새해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 에너지와 주류, 담배 등에 대한 소비세가 4% 인상됐다. 배기가스 환경 기준 '유로 5'(유럽과 러시아 기준)를 충족하는 자동차 휘발유의 경우, 소비세가 톤당 1만3,262 루블(약 21만2100원)에서 1만3,793 루블(22만600원)으로 오른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기름값 인상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현지 언론은 내다봤다. 소비자 가격 산정 시스템에 의해 주유소의 기름값이 물가상승률을 넘어서지 않도록 조정되기 때문이다.

페트로마켓(Petromarket) 리서치 그룹의 한 전문가는 "국제 원유가격과 루블 환율이 지난달(12월)의 평균 정도로 유지된다면, 1월 기름 도매 가격은 10.5% 인상 여지가 있다"면서 "그러나 주유소의 기름값(옥탄가-92 휘발유)은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0.3% 이상 인상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주유소 기름값을 물가상승률과 연동시켜놓았기 때문이다.

소비세 인상에 따른 국세 수입은 교량과 육교 등 도로 건설및 정비에 사용된다.


자동차 판매 광고판이 걸린 러시아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모습/사진출처:픽사베이.com
소비세 인상은 알코올이 들어 있는 모든 음료에도 적용된다. 에틸 알코올과 관련 제품, 와인및 샴페인류, 맥주, 과일 주스류 등은 소비세 인상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담배와 시가, 전자담배 등도 소비세 인상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당초 2018년으로 예정됐던 소비세 인상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그 시행이 올해까지 유예된 바 있다.

◇ 긴급 전화 112번 전국적 시행

긴급 전화 112번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112는 긴급구조 서비스의 통합 번호다. 병원의 구급 차량도 112로 통합 운영된다. 물론, 통화는 무료다.

새해부터 112번으로 걸려온 긴급 구조 요청을 처리할 책임 부서들과 그 권한이 법률로 규정됐다. 112번으로 대응 가능한 긴급 구조 서비스 목록은 연방정부가 결정하고, 각 지자체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

 
112번 비상전화 시스템 구축은 지난 2011년 시작돼 2017년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4년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서방의 제재와 국제유가 폭락 등 경제난으로 시스템 구축이 지연됐다. 미슈스틴 총리가 신종 코로나(COVID 19) 2차 파동이 몰아친 2020년 여름, 2021년중에는 112번의 전국적 시행을 약속했다. 당시에는 56개 지역에만 가동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시행 첫 6개월간 37만여명이 112번으로 도움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 외국 IT기업 러시아 법인 설립 의무화

러시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정보기술(IT) 기업은 반드시 현지 지사나 대표부, 법인 등을 설립해야 한다. 대상은 러시아 내 조회수가 하루 50만 회를 넘는 기업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게재할 수 없으며, 유료 서비스도 금지된다. 나아가 IT기업의 서비스 접근이 제한되거나 아예 차단될 수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를 기준으로 13개 외국 기업의 22개 서비스가 적용 대상이다. 구글(구글, 구글 플레이, 유튜브, 지메일), 애플(아이클라우드, 앱스토어, 애플 뮤직), 메타 플랫폼스(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트위터, 틱톡, 텔레그램, 줌, 바이버 등이다. 러시아 당국은 적용 기업을 계속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러시아에서 ‘시청각 서비스’를 추가로 등록한 뒤 국영TV채널을 의무적으로 서비스 목록에 올려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영 TV 체널 '러시아-1'과 NTV, 러시아정교회의 TV 채널 '스파스' 등이다.

일각에서는 외국 IT기업의 '현지화' 규정에 대해 IT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러시아인들의 인터넷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제기됐지만, 러시아 당국은 '감독 당국과 IT기업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 디지털 화폐 도입과 개인 암호화폐 거래 데이터 수집

러시아 중앙은행이 암호화폐(가상화폐) 불법 거래를 단속하기 위해 개인의 암호화폐 거래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디지털금융자산법(DFA)'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 관리 등 관련 업무 감독권을 갖고 있다.

거래 데이터 수집 대상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온라인 카지노, 가상의 개인(법인)에게 편법으로 발급된 결제 카드, 디지털 지갑 사용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일한 사람을 대상으로 몇 시간 내 여러차례 많은 금액이 이체되는 경우다. 2021년 2분기, 3분기 금융거래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어권 주민들의 연간 디지털 화폐 거래 규모는 약 50억 달러(약 6조 원)에 달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 금융권에 불법 온라인 카지노와 피라미드 거래, 외환 거래소,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 사용되는 디지털 결제카드와 전자지갑 등을 확인하고 불법 사용을 차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 후속 조치가 개인의 거래 데이터 수집인 것으로 보인다.


새해 1월에는 1990년대 이후 가장 대대적인 통화개혁(디지털 루블화) 예고/얀덱스 캡처


이같은 불법조치 근절 대책과 함께 러시아 중앙은행은 디지털 루블의 시범 사용에 들어간다. 올가 스코로보가토바 중앙은행 부총재는 "연말 연시 연휴가 끝나면 12개 은행을 대상으로 1단계 디지털 화폐(루블화)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디지털 루블 도입을 199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통화 개혁이라고 불렀다.

'디지털 루블'의 도입은 몇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개인간의 송금으로 시작해 법인 간, 해외 거래로 확대되고, 점차적으로 '디지털 루블 플랫폼'으로 통합된다. 마지막 단계는 디지털 루블을 현금처럼 사용하는 것. 디지털 지갑을 금융권의 일반 신용카드처럼 소비 현장에서 바로 사용하는 시스템 구축이다.

◇ 최저임금 인상 등 실생활 관련

러시아 최저임금은 새해부터 1만2,700 루블(20만3천원)에서 1만3,890 루블(22만2천원)으로 9% 인상됐다. 인상 폭은 물가상승률보다는 더 올려야 한다는 푸틴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결정됐다.

매년 2월 1일 결정되는 양육비도 최저임금 인상 폭에 버금가는 인상이 예상된다. 양육비는 3세 미만 아이를 가진 가정에 지급되는 보조금이다.

지난해 도입된 개인 신규 차량에 대한 정기검사 의무화가 취소됐다. 자동차 검사 의무제는 지난 한해 그 효율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적지 않았는데, 지난해 12월 개정안이 채택됐다. 자동차 검사는 출고 4년 이상과 외관을 변경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또 버스와 택시, 트럭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은 계속 검사를 받아야 한다.


러시아 샴판스코예(샴페인)/얀덱스 캡처

 
새로운 국가표준(GOST, 러시아어로는 ГОСТы) 제도의 시행으로 알코올 음료(주류 및 저 알코올 음료 모두)에는 새로운 라벨이 부착된다. 옛날 라벨이 붙은 음료는 더이상 판매할 수 없다.

새 GOST 제도 시행 소식이 지난 12월 중순에 알려지면서, 제조업체는 모든 음료에 대해 새 라벨을 붙일 시간이 부족하다며 일정기간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다.

해외에서 들여온 '샴페인'(스파클링 와인)에는 더 이상 샴페인 라벨을 붙이지 못한다. 러시아가 지난해 여름 자국 생산 와인에만 '샴페인' 상표를 붙이기로 법률로 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시행을 수입업체의 요청으로 연말까지 미뤘다.

새해부터는 프랑스산 샴페인도 러시아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판매된다. 프랑스 샴페인 협회도 이미 러시아 수출용 샴페인에는 샴페인 라벨을 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