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프로메테우스 2016. 4. 12. 02:19

1. 셔터맨(Shutter Man)


혹시나 해서 사전을 찾아 봤더니 역시 콩글리쉬


우리 친구들이 학교 다닐 때는 셔터맨이 로망 이였다. 로망이라는 말이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대엔 그런 말을 썼다. 아마도 선망이라는 말이 더 적합한 말인 것 같고 영어의 Romantic 정도에서 오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약사 마누라를 둬 아침 저녁으로 약국 셔터를 열고 닫아주는 것으로 임무는 끝나고 남은 시간엔 놀고먹는 그런 바램 이였다. 정 뭐하면 약국 옆에 칸막이를 해 놓고 담배나 팔거나..

 

요즘 난 셔터맨이 된 듯 하다. 마누라가 벌어오는 돈으로 편안히(?) 먹고 사는 것 같아, 젊어서의 선망을 실현한 것 같아서 뿌듯하지만 한편으론 좋은 것만이 아님에 틀림없다. 물론 나에겐 누구나 다 이해해 줄 만한 핑계가 있다. 둘째를 돌보는 것이다. 하지만 내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 하는 무기력함 만이 밀려온다.

주부가 격는 디프레션(Depression) 아마도 이런 것인가 보다. 매사에 자기 자신이 무능력 해 보이고, 흥미가 생기지 않아 하기가 싫다. 어쩌면 지금 하는 일을 그만 둘 시기가 된 듯 하다. 반면에 그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뜬구름만 허무하게 쫓는 남편에게 매번 격려로 화답은 하지만 애 엄마에게 가계을 전적으로 의지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심적으론 힘들다.

 

요즘 보는 드라마에 욱씨남정기가 있다. 거기 나오는 남정기의 개릭터가 어쩌면 날 꺼라는 생각이 든다. 매사에 자기방어적인 소심한 성격

 

이런 복잡한 심정을 달랠 길 없는 와중에도 봄은 어김없이 오고, 또 꽃을 피웠다.



春光(춘광) -嚴惲()

 

엄운()

 

春光冉冉歸何處(춘광염염귀하처): 아른아른 곳은 어디?

更向花前把酒盃(경향화전파주배): 발길 돌려 찾아가 술이나 드세.

盡日問花花不語(진일문화화블어): 종일토록 물어봐도 대답 없는데,

爲誰零落爲誰開(위수영락귀수개): 누굴 위해 지었다가 피울까?


뭘 해야 할 지를 모르는 나, 정말 누굴 위해 꽃은 핀걸까?




2.    8년 만에 결국 복숭아 나무를 베어내다.


도연명의 별세계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어릴 적의 복숭아꽃 핀 고향을 어렴풋이 보려 복숭아 나무를 심은 지 어느덧 8, 결국 베었다. 다람쥐를 비롯한 야생동물 불러들일 뿐 아니라 뒷들 구탱이 심은 고추나 가지에 그늘을 만들기에 몇 년을 벼르다가 실행에 옮겼다. 큰 애는 우리 집 뒤 뜰을 가려줘서 좋았다고 했지만 그 말은 무시해 버렸다.

어머닌 복숭아 나무가 귀신을 쫓는다고 베어내지 말라 하셨지만, 역시 무시하고 실행에 옮겼다.


! 이젠 추억을 이끌어 낼 고향의 끄나풀은 없다… 




探春 二首 - 鄭獬()
 

봄을 찾아 - 정해()

 其一

春盡行人未到家(춘진행인미도가) 나그넨  봄이 가도 집에 가고,

春風應怪在天涯(춘풍응괴재천애) 하늘 돔을 바람만 알아주네.  

夜來過嶺忽聞雨(야래과령홀문우) 한밤중 고갯길에 문득 비에,

今日滿溪都是花(금일만계도시화) 오늘은 개울 가득 꽃잎이로세.

 

其二

雪後晴風特地斜(설후청풍특지사) 맑은 바람 특별히 불어와도,

柳條疎瘦未臟鴉(류조소수미장아) 버들 가진 성글어 꾀꼬리가 깃드네.

與君試去探春信(여군시거탐춘신) 그대랑 봄소식을 같이 찾고 싶었는데,

看到梅梢第幾花(간도매초제기화) 매화가지 끝을 보니 벌써 피었구나.


(註) 인터넷 에서는 율시 형태로 다소 다른 내용으로 나와있다. 나는 이 시를 송예포집에서 읽었다.

 

정말 봄바람은  내맘을 알아줄까?  

이땅에 탐춘할 친구라도 한명쯤 있었으면...., 과한 바램인가??




3. 이름하여 "있을범직한 사건"


여기 미국교포 싸이트에서 나온 말중에 '멀어져 가는 한국어, 다가오지 않는 영어'라는 글이 있어 매우 공감한 적이 있었다. 지금의 내가 꼭 그격이다. 집에서 한국말을 쓰지만 매우 제한적이기에 어휘나 표현럭이 알게 모르게 줄어간다. 


얼마 전에 어떤 드라마를 보았는데 그 상황이 매우 그럴 듯 하였다. 그 때 내가 한 말이 '있을범직한 사건'이라 했다. 말을 밷고 나서는 순간적으로 뭔가 이상하긴 했섰는데 무엇인지를 몰랐다. 헌데 오히려 한국말 표현을 잘 몰라야 할 큰 애가 금방 알아채고는 정정해 주어서 바로 고칠 수가 있었다. 

'있을 법한 사건' 이였다. 왜 그런 얼토당토한 말이 만들어 졌을까 하고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머리 속 에서는 '있음직한' 과 '있을 법한'이라는 표현이 엉켰섰던것 같다.


허허 제기럴...,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비밀댓글입니다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