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교장선생님"(어느 교사의 처방전)

댓글 0

편지

2009. 1. 9.

2008년 가을부터 시름시름 불편하여 몇 달 간 이 사람 저 사람으로부터 '인사치레'를 받다가 보니까 여러 사람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 편지도 받았습니다. 읽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다 알리는 없지만 스스로 가까이 와 있구나. 그렇지 않으면 이런 분석이 가능하지도 않겠지. …….'

 

 

 

교장선생님.

감기가 꽤나 오래가서 고생하고 계셨네요?

제 생각에는요, 교장선생님께선 마음에 '화'라고 표현해야 할지 아님 '스트레스'라고 표현해야 할지 확실하진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이야기하는 유일한 병 '화병', '스트레스 병'을 가진 것 같아요.

 

제가 의사가 아니라서 함부로 진단하면 안 되지만, 지금까지 너무도 숨 가쁘게 달려오신데다가 따님의 결혼으로 생각하실 부분이 많았을 것 같고, 주변 사람들이 교장선생님의 생각을 따라주지 못하는 면도 많았을 거예요. 그래서 많이 답답하셨을 것 같구요.

 

주제넘지만 처방전 하나 써드릴게요.

첫 번째는요?

따님은 분명 훌륭하게 행복하게 살 거예요. 외국인 사위라고 해서 넘 걱정하실 필요도 없어요. 제 소중한 친구 한명이 미국 의사와 결혼했는데 생각이 좀 다른 부분도 있지만 서로가 사랑으로 지혜롭게 잘 살고 있어요. 따님도 분명 그럴 거니까 걱정하나는 지우시구요. 따님과 사위를 믿으셔요.

 

두 번째는요?

우리 교육이 힘드시죠? 교장선생님의 '교육사랑'이 남다른 건 알고 있어요. 사람들이 잘 따라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고, 저도 그 부류에 속하는 한 교사일 뿐이구요. 교장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하고 한심하지만 조금씩 배우며 나아가고 있다고 해야 하나요? 맨날 배우기만하고 쭉쭉 나아가지 못한다구요? 그렇긴 해요. 그렇지만 쬐끔만 더 참아주시구요. 교장선생님의 생각과 업적이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셔야 할 거예요. 더 오래 건강해야겠지요? 더 믿어보시구요.

 

마지막은요?

속상하시면 차안에서라도 노래도 불러보시구요. 소리도 질러보세요.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요. 담배랑만 너무 친구하시지 말구요. 힘드실 땐 울어도 보라고 하고 싶은데요. 그게 어렵다면 남들이 없는 차안에서라두요. 그러면 조금 나아지거든요. 남의 이목도 생각해야 하고 교장선생님 위치를 봐선 체면도 생각해야 하고 이래저래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힘드실 땐 힘들다고, 울고 싶을 땐 울고 싶다고 말씀하세요1). 계속 참기만 하면 가슴에 쌓이기만 해서 나중엔 넘치게 되거든요. 그럼 안 되는 거예요. 우리 교육을 위해서도, 교장선생님 인생을 위해서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도, 또 교장선생님을 존경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두요.

그렇죠?

제발 환한 모습 뵙고 싶어요. 진심으로요.

 

 


1) "울어야 할 때 울고 타야 할 때 타는 떳떳한 파산 / 그 불 속으로 나는 걸어들어갈 수가 없다 / 사랑이 아니므로, 나는 함께 벌 받을 자격이 없다" 이영광의 詩 「사랑의 미안」(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