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아이들을 아름답게 보기·선생님들을 아름답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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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컬럼

2010. 1. 7.

이 블로그 독자 중에는 내가 우리 학교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걸 해석하는 관점 때문에 그 아이들이 정말로 아름답게 보이더라는 분이 있습니다. 고마운 평가입니다.

 

나는 요즘 강의를 할 때 아래 사진을 PPT 자료의 표지 그림으로 하고, 그 위에 강의 제목(가령,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의 관점')을 붙입니다. 강의를 시작하며 이 사진을 다음과 같이 해석해줍니다.

 

 

 

사진 : 2008학년도 2학년 1반 이채원의 어머니 김정미 님

 

 

"여러분, 이 화면의 일곱 명 아이들 중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지 않을 것 같은 아이를 한 명만 골라보십시오. …… 있습니까?"

 

그러면 교장, 교감은 물론 교사들도 미소를 지으며 흥미를 가지고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럴 때 핵심으로 들어갑니다. "2008학년도 우리 학교 2학년 아이들이 아프리카문화원에 체험학습을 갔을 때 그곳에서 설명을 듣는 모습을 '현장학습도우미' 학부모가 찍은 사진입니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가르치면 듣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중에서 '올해 내가 담임한 아이들은 도대체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얘기하면 선생님 스스로 잘 가르치지 못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일 뿐입니다."

 

강의 대상이 교장이나 교감일 때는 또 이렇게 덧붙입니다.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우리 학교 교사들은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얘기하면 스스로 행정력이 모자란다는 것을 드러내는 꼴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교사들은 교장이나 교감의 말을 잘 듣지 않겠다고 작정하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2009년 가을, J일보 1면에 '열정적인 교사가 5명만 있으면 CEO 교장을 할 수 있겠다'는 인터뷰 내용이 톱기사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교장의 교사 20% 초빙권에 관한 시책을 뒷받침하는 여론조사였겠지만, 나로서는 참 터무니없는 관점입니다. 몸이 아프거나 집안에 슬픈 일이 있거나 한 교사를 제외하면, 어느 교사가 본래부터 열정도 없이 교사가 되겠다고 나섰겠습니까? 그렇다면 교육부장관이 아예 자격증을 주지 말고, 교육감은 임용고사에서 그런 사람을 교사로 선발하지 말았어야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나는 용인의 수지지구 성복초등학교에서 3년간 교장을 했고, 50여 일이면 이곳 남양주시 오남읍 남양주양지초등학교에서 2년 6개월간 교장을 하고 교직생활을 마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두 학교에서 내 말을 잘 듣지 않는 교사 때문에 고심을 하거나 속상했던 적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그 선생님들이 과잉반응을 하거나 하여 '앞으로는 왠만하면 무얼 하라고 하지 않아야 하겠구나' 한 적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잘난 체하는 것이 될지 모르니까 이 이야기는 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강의 때 더러 하는 이야기를 더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관점에 따라 더러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은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여러분의 관점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 이유를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교사 시절에 교장, 교감의 말을 잘 들었습니까? 여러분은 교사 시절에 교장, 교감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여러분이 교장, 교감이 되었다고 해서 교사들이 여러분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은 좀 이상한 논리 아닙니까?"

 

"교사들은 왜 여러분의 말을 잘 들어야 합니까? 누가 더 혁신적입니까? 제 생각에는 길만 잘 열어주면, 교사들이 대부분 더 젊으니까,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들이 여러분보다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일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사실은 여러분을 포함하여 연륜이 쌓인 교사들 중에는 위로부터의 지시, 명령에 물이 들어 피동적인 경우가 참 많습니다. 어떤 분은 공문이 없으면 꼼짝도 못할 정도인 경우도 있습니다. 솔직하게 생각해보십시오. 우리의 경험에 관한 가치를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경력이 적은 교사들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잘 받아들일 자세를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한 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여러분의 생각을 교사들에게 주입시키려고 하기 전에 우선 교사들의 말을 잘 듣겠다는 생각부터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여러분이 아니고 교사들입니다. 그러므로 제 생각에는 아이들을 직접 맡아서 가르치는 그 교사들의 말을 잘 들어보라고, 그리고 그 말에 따라 잘 지원해주라고, 잘 도와주라고, 가르쳐 보았고, 책도 많이 읽었고, 경험도 많으니까 교사들이 어려워할 때 자문 역할을 잘 할 수 있겠다고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고, 교육감이 여러분을 그 학교에 보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도록 하는 것 뿐입니다. 예산을 계획하여 집행하고, 교사들을 관리하고, 시설 설비를 갖추어 관리하고, 급식실을 운영하고, 교육청에서 보내는 공문을 처리하는 등의 모든 일들이 다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자는 것일 뿐이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어처구니없게 그런 일들을 가지고 교사들을 통제하고 권한을 행사하여 말을 듣지 않느니 어쩌니 하는 것은 본질을 잊은 처사가 됩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말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간섭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여러분의 할 일이나 잘 하고 있으면 봉급은 꼬박꼬박 나옵니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일은 없나?' 그런 생각이나 하지 맙시다. 더구나 여러분이 할 일이나 잘 하고 있으면, 교사들이 어느새 여러분의 말을 잘 듣게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간섭 잘 한다고 교장 봉급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렇게 하면서 그 PPT 자료의 표지 설명이 끝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데, 대부분의 연수기관에서는 나에게 60분, 기껏해야 90분의 시간을 줍니다. 내 PPT 자료는 35매 정도로 구성되어 있으니 나로서는 참 답답한 노릇이어서 강의 요청이 오면 대부분 내가 오히려 시간 좀 더 달라고 사정을 하지만 그래봤자 10분 정도일 뿐입니다.

 

그렇게 해놓고, 강의를 들은 교원들이 좋아하니까 퇴직을 하더라도 요청을 하면 강의를 해달라고들 하는데 나로서는 그렇게 할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내가 일단 구질구질한 신세가 되기 때문입니다. '어디 강의를 해 달라는 데가 없나?' '교육청에서 무슨 일을 해달라고 연락이 오지 않나?' 그런 생각이나 하면서 앉아 있기는 '죽으면 죽었지' 싫습니다.

 

이제 다음 사진을 한번 보십시오. 이 겨울, 눈이 참 많이도 오고 이렇게 춥기도 추운 겨울, 방학이라고 도서실을 찾아와 겨울독서캠프에 참여한 제 아이들입니다.

이뿌지 않습니까?

책 보는 아이의 눈보다 더 아름답고 이쁜 것은 없습니다. 저걸 그냥 하루종일 바라보고 싶고, 달려가서 꼭 껴안아주고, 한번 꽉 깨물어주고 싶지 않습니까?

 

 

 

 

 

그렇게 책을 보다가 이제 특별 프로그램으로 고무풍선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무얼 만들었는지 아래 사진을 보십시오. 창밖으로 겨울풍경이 꿈결 같아서 자르지 않고 그냥 실었습니다.

 

 

 

 

 

 

 

 

"이뿌다, 이뿌다." 하면 실제로 더 이뻐지는 것이 사람이고, 우리 눈에 실제로 보이지는 않지만 이상한 안경이 걸쳐져서 아무 아이나 다 이뿐 아이로 보이는 것이 사람의 눈입니다.

 

 

                                                                                                           <사진 : 우리 학교 사서 김성녀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