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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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상

2014. 9. 6.

 

 

 

 

 

 

 

 

 

 

린에게

 

 

 

  린.

  네 엄마가 며칠간 "아주" 어려워하다가 메시지 보고나서 표정이 밝아지는 걸 봤다.

  너희가 들으면 섭섭할지 몰라도, 나에겐 무엇을 어떻게 할 힘도 없긴 지만, 바라는 게 있다면 그의 마음이 편하면 거의 모든 것이 다 좋다는 것뿐이다.

  이 세상에 올 때는 네 할아버지 할머니의 소망을 한 몸에 받았을 수도 있고, 한때 나의 영역에서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어보고 싶은 욕망도 있었지만 다 부질없는 일에 지나지 않았고, 아무래도 늦었지만 네 엄마에게는 갚을 수 없는 빚이 있다는 것은 좀 깨닫고 있다.

 

 

  ……

  엄마를 보듬어줬어야 하는데 부족한 저여서, 아직도 멀었구나 생각했어요.

  시간이 더 지나면 더 넓은 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엄마,

  세상 모든 일을 복잡하게 생각하면 끝이 없어요. 별일 다 있는 세상인데, 우리는 그냥 되는대로 살아요. 안될 게 뭐가 있겠어요.

  ……

  잘 지내다가 다음에 봐요.

  걱정은 그만하고 살아요.

 

 

  내가 가지지 못한 힘이 너에게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자랑스럽다.

 

  린.

  한 가지 더 이야기하겠다.

  퇴임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난생 처음 병원에 들어가 피를 흘리고, 네 엄마를 혼수상태로 만들고,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앰블런스에 실려가게 된 후로는 내가 이 세상에 왜 왔는지 의심스러워했던 게 사실이다.

 

  "왜 왔을까?"에 대한 답을 찾게 되자, 시시한 일이 많아지고, 당연히 소중한 것은 적어지고, 거의 없어지고, 그만큼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너희가 보여주는 그 손자손녀들을 만나러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나도 이 세상에 온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한 명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어서 스스로 생각하기에 처음에는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차츰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고백하자면, 자칫하면 나는 그 평범한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말 뻔한 것이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요약하자면, 그러므로 네가 내 딸이라는 사실도 다른 사람들이 보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기적이라는 것이다. 누가 나에게 그것을 손가락질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것은, 그 사람은 기적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많이 부족해서 주변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아니 아직 정리하지 못했지만, 또 부끄러운 고백을 해야 할 것은, 네 엄마가 있고, 나는 네 엄마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네 엄마가 정리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소략히 적어보기로 했는데 길어졌다.

  잘 지내라.

  곧 만날 텐데, 그래도 보고싶구나.

 

 

  추신 : 덧붙인다. 자식 때문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것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는, 군인이 훈장을 받을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너희들을 위해 그런 소리를 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은, 다행스러웠지만, 내세울 것이 그만큼은 적어졌다는 말도 될 것이다. 농담 같지만, 너는 '훈장'을 비교적 여러 개 달게 된 것이다. 괜찮다. 내 손자도 괜찮고 너도 괜찮은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