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뎅이 두 마리가 사랑하고 있었다
김 윤 식
몸을 포갠 저것들
떨어지지 않게 위에 있는 놈이 밑의 놈을 꽉 껴안고 있다
남의 눈을 피하려는 듯
기쁨의 소리를 죽인 채 밑의 놈이 버둥거리며 나아간다
몸을 섞어 하늘 아래 한몸을 이루는 일
참 환하고 부끄럽다
잔등에 녹황綠黃 광택을 입은
풍뎅이 두 마리가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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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1947년 인천 출생. 1987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고래를 기다리며』 『북어·2』 『사랑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마음이 저문 종소리를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옥탑방으로 이사하다』 『길에서 잠들다』 『청어의 저녁』
2014년 7월 『현대문학』 에서 이 시를 읽을 때는 교미 중인 풍뎅이의 우스꽝스럽고 치열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다가 이내 인간의 그 일을 떠올리고 심각해져서 이 아름다운 시를 옮겨 쓰고 있었습니다.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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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짐승이나 곤충이나
답글
매 한 가지 이지요.
글로 옮기긴 그시기 하지만, 시인이 이렇게 풍자해서 올려 놓으니 또 그럴싸합니다.
'참 환하고 부끄럽다.'
많은 의미가 부여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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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목 2022.04.21 16:49 신고
3연이 절창입니다.
답글
육과 영의 허와 실입니다.
그런 것이 인간이나 동물의 속성인데 차이라면,
인간은 숨어서 그러고, 동물은 만천하게 공개하며 그러지요.^^
인간은 성이 유희 대상이기도 하고, 동물은 번식의 방식이지요.
누가 더 솔직할까요, 뭘 따져 그냥 그렇지.
그래도 사랑은 아름다워요.-
전 4연 말고는 다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3연에서 절정에 이르지만
1, 2연을 읽으며 '세상에 그것들의 그 철없는 짓을 어떻게 이처럼 적나라하게 고발할 수가 있겠나'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미소를 잃어버리면서
'혹 이건 우리 인간들이 하는 양을 빗대어 이야기한 건 아닐까?' 하게 되었고
마침내 '이건 인간들 이야기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4연은 왜 있어야 할까?
지금도 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설목을 포함해서 시인들은 두고두고 놀랍습니다.
시인들 아니면 세상 살맛이 약 1/2로 줄어들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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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시, "딸을 잃고...." 를 읽고
답글
몸에 번개가 길을 낸 듯한 느낌을 가집니다.
젖은 책을 말리자고 들고 있던 딸을 연상하는 구절을 두어 번 더 읽습니다.
타인의 아픔에 마음을 헹구니 저는 참 이기적입니다.
세월호 10주년이 지났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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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잃고 .
답글
아들을 잃고 헤매던 때가 떠올라 더욱 공감이 갑니다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
행복하세요. 10 -
저도 "딸을 잃고....." 를 읽고
답글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
집 안밖에 서리어 있는 딸과의 추억을 지우려고
강가에 나가서
딸의 흔적이 없어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글에
눈시울이 뜨거워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