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플라워 샵"

댓글 31

내가 만난 세상

2016. 10. 29.

 

2015.4.26.

 

 

 

같은 동(棟) 같은 줄(라인 line)에 사는 젊은 여성이 허겁지겁 엘리베이터로 뒤따라 들어온다.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애 S의 어머니. 나는 이 라인에 사는 사람들을 대충 다 안다.

 

"늦으셨네요?"

 

나는 이게 탈이다. 소문도 없이 이사를 와서 소문도 없이 이사를 갈 때까지 허구한 날 서로 빤히 쳐다보기만 하면서도 마음 편하게 지내는 사람들뿐인데 나는 그게 안 된다. 아이들은 내가 평생을 바치고 그 대가로 봉급을 받아 생활한 대상이니까 나는 당연히 그 아이들에게 먼저 인사해야 하고, 또 젊은 여성들은 그 애들을 낳아준 고마운 이들이고 젊은 남성들은 그 여성들의 남편이니까, 더구나 늙은이들은 남자든 여자든 따지고 보면 나와 별 차이가 없이 함께 늙어가는 그만그만한 연배니까 내가 먼저 인사한다. 아내는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영 못마땅해한다. 자존심도 없느냐는 뜻이 분명하다.

 

("늦으셨네요?" →) "예! 하는 일이 있어서요!"

 

 그 젊은 여성은 오늘 다른 날에 비해 자못 떳떳하고 당당했다. 떳떳하고 당당한 이유로 늦었기 때문에 늦은 것에 대해 당신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투였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입을 닫고 말면 내가 무안했을 것이다.

 

"아, 일을 하시는군요."

"네! 놀면 뭘 하겠어요. 애도 웬만큼 컸고 일을 해야지요!"

"일요? 무슨?"

"플라워요!"

"네?"

"플라워요, 플라워!"

"아, 꽃?"

"네, 플라워 샵!"

 

나는 이렇다. 오지랖은 넓고 대화에서는 좁고 우둔하다. 할 줄 아는 건 이렇게 집에 들어와서 뒤늦게 따져보는 일뿐이다.

플라워 샵, 플라워 샵…….

 

"플라워 샵은 잘 되어가나요?"

다음에 S네 어머니를 만나면 이렇게 인사하면 좋을 것이다. 그녀가 다른 또 어떤 낯선 용어로 진도(進度)만 더 나가지 않으면 그런대로 괜찮은 대화가 이어질 텐데…… 그게 또 좀 걱정이긴 하다. 그 가게 고객들과의 대화에서는 수많은 전문용어들이 사용되고 있지 않을까 싶은 상상도 해보았다.

꽃을 주문하러 가게 되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