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개에게 책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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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상

2016. 11. 6.






개에게 책 읽어주는 남자










  『철학자와 늑대』를 읽을 때, 밑줄 그어 놓은 부분입니다.

  물건 같으면 아까워서 남 빌려주지 않고 혼자 써야 할 만큼 소중한 내용입니다. 이런 것은 정녕 물건보다 소중한 것인데 이제 나는 개와 함께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 그만 공개하고 말기로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큰 오해는 훈련이 자존심과 관계있다고 보는 것이리라. 즉 훈련을 기 싸움으로 보고, 개를 굴복시켜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44)


  반대의 실수는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보상을 통해서 개를 복종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다.(45)


  사람들은 보통 개들이 언제나 '주인'을 기쁘게 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주인이 원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사람이 남에게 복종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개들도 마찬가지다.(45)


  개는 사람에게 의지하도록 강요되었다. (……) 인간은 개의 연장된 정신 중 하나가 된다. 해결할 수 없는 역학적 문제에 직면하면 개는 어떻게 할까? 인간의 도움을 구한다. (……) 니나는 문이 닫혀 있을 때 집 밖 정원으로 나가고 싶으면 문 옆에 사서 나를 쳐다보곤 했다. (……) 개의 환경은 사람을 이용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52~53)



  이런 걸 생각하면 '주인(?)'에게 굴복하는, '주인'을 기쁘게 하느라고 정신이 없는, '주인'의 눈치보기에 바쁜 '애완견'이 참 딱하게 보였습니다.

  애완견? 글쎄요, 그것도 무슨 물건 취급하는 것 같은 용어 아닌가 싶고, 내친 길에 말하면 그렇다고 부모 자식으로 여기는 것도 그렇고……

  다음은 늑대 브레닌에 관한 얘기입니다. 이건 더 아깝습니다.



  나는 브레닌에게 꼭 필요한 것만을 가르쳤다. 재주를 가르칠 필요는 전혀 못 느꼈다. 자기가 바닥에 뒹굴고 싶지 않는데 내가 왜 그것을 시켜야 하는가? 심지어 브레닌에게 바닥에 앉으라고 시킬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앉건 서건 그것은 브레닌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다.(58)



  온갖 것을 다 시켜먹고 어떻게 그 개를 버릴 수 있는지, 그렇게 하고도 잠이 오는지, 밥이……

  아, 그만두겠습니다.

  사진은 책을 읽어주면서 유기견의 마음을 달래는 분입니다.1


  개에게?

  미쳤나?

  그게 아니겠지요.

  알아듣지 못하면 저 개가 저렇게 들여다보고 서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럼?

  나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분이 책을 읽어줄 때, 저 개에게는 저분의 그 낭독이 음악처럼 들릴 것이다.'

  음악이라면 삼십 분? 길면 한 시간 정도는 숨만 쉬고 앉아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말입니다. 그럴 때의 음악은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 더 구체적이지 않습니까?


  그럴 때,

  그 음악을 들을 때,

  그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

  저 개는 '주인'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입은 상처를, 그 마음을 '잠시라도' 잊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잠깐씩이라도 잊고 지낼 수가 있을 것입니다.

  비록 그 상처를 안고 살다가 저승으로 가면서 영영 잊더라도 저분의 그 아름답고 정겨운 음성을 들을 때만이라도 잊고 살아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저분이 책을 읽어줄 때, 저 개에게는 저분의 그 낭독이 음악처럼 들릴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정말 사악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고양이 좀 찾아가라는 방송을 몇 번째 하는 걸 듣고 이 글을 씁니다.








각주 1

「유기동물에게 책 읽어주는 남자, 강태훈」월간『BI-BEFRIENDERS INTERNATIONAL』2016.11월호, 28~31.

  1. 「유기동물에게 책 읽어주는 남자, 강태훈」월간『BI-BEFRIENDERS INTERNATIONAL』2016.11월호, 28~3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