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다시 "초보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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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상

2022. 1. 14.

 

 

 

 

지난해 12월에 운전면허증을 새로 받았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일까?'

사진과 시력검사 결과표 등을 가지고 경찰서에 들어서 차례를 기다리며 다음에 다시 받으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아서 벽에 붙은 설명서를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저처럼 허름한 노인 두 명은 면허증을 반납하며 정부에서 주는 상품권 사용에 대한 안내를 받고 있었습니다.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장면들이 새삼스레 눈에 띄었습니다.

접수를 받던 예전의 그 싹싹하고 젊은 여순경은 보이지 않고 사무실 저 안쪽에 여순경이 보이긴 했지만 창구 직원은 아무래도 민간인 같았습니다.

 

며칠 후 우리 동네 파출소로 면허증을 찾으러 갔습니다.

'내게는 이제 무슨 자격증은 이것뿐이네?'

파출소 마당을 건너가며 그 생각을 했습니다.

남녀 순경들이 웅성거리고 있었고, 창구의 민간인 차림의 젊은이가 접수를 받은 후 면허증을 내주며 "이거 맞지요?" 하고 물었습니다.

나는 얼른 "네" 대답해버렸지만 면허증의 내 사진을 들여다보며 "아무래도 내가 아닌 것 같은데요?" 혹은 "내 것 맞기는 한데 아무래도 좀 이상한데요?" 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내가 제출한 사진은 머리칼은 하얗지만 그래도 머리칼 윤곽은 있었는데 경찰서에서는 복사 기술이 형편없는 수준인지 아예 머리칼이 전혀 없는 희한한 꼴로 변형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경찰서가 사진관은 아니고 머리칼만 그렇지 얼굴과 옷차림은 영락없는 나였기 때문에 말이 그렇지 이의를 제기한다면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은 '물어보나마나'가 아니었겠습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그걸 주머니에 넣고 나와 차에 올라 다시 꺼내보면서 '그래, 누가 머리칼 검사하겠나' 하고 포기 상태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기분이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내 운전실력은 많이 줄었습니다.

우회전할 땐 설설 기게 되었고, 전에는 1시간 30분 걸려서 가던 길을 이젠 1시간 50분은 걸려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쓰기가 난처하긴 하지만 일쑤 참을 수 없는 일이 생겨 어디 보는 눈이 없는 곳이 있으면 차를 세우고 볼 일을 보고 다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아내에게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습니다.

"나 저 앞차처럼 초보운전 표시를 달고 다니면 어떨까?"

아내는 내 말의 의미를 당장 알아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즉시 대답했습니다. "뭐 하려고..."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다고 다른 차들이 배려를 해줄 것도 아닌데..."

 

아내에게 묻고 싶어도 묻지 않은 게 있습니다. 차를 갖고 있는 날까지는 아내를 서글프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까지 운전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운전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가지는 것이지만 그래도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건 아직 다 늙지는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요?

그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겠지요?

간간히 그날 경찰서에서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언제 다시 한 번 묻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차라리 초보운전 표시를 붙이고 다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