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에 운전면허증을 새로 받았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일까?'
사진과 시력검사 결과표 등을 가지고 경찰서에 들어서 차례를 기다리며 다음에 다시 받으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아서 벽에 붙은 설명서를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저처럼 허름한 노인 두 명은 면허증을 반납하며 정부에서 주는 상품권 사용에 대한 안내를 받고 있었습니다.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장면들이 새삼스레 눈에 띄었습니다.
접수를 받던 예전의 그 싹싹하고 젊은 여순경은 보이지 않고 사무실 저 안쪽에 여순경이 보이긴 했지만 창구 직원은 아무래도 민간인 같았습니다.
며칠 후 우리 동네 파출소로 면허증을 찾으러 갔습니다.
'내게는 이제 무슨 자격증은 이것뿐이네?'
파출소 마당을 건너가며 그 생각을 했습니다.
남녀 순경들이 웅성거리고 있었고, 창구의 민간인 차림의 젊은이가 접수를 받은 후 면허증을 내주며 "이거 맞지요?" 하고 물었습니다.
나는 얼른 "네" 대답해버렸지만 면허증의 내 사진을 들여다보며 "아무래도 내가 아닌 것 같은데요?" 혹은 "내 것 맞기는 한데 아무래도 좀 이상한데요?" 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내가 제출한 사진은 머리칼은 하얗지만 그래도 머리칼 윤곽은 있었는데 경찰서에서는 복사 기술이 형편없는 수준인지 아예 머리칼이 전혀 없는 희한한 꼴로 변형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경찰서가 사진관은 아니고 머리칼만 그렇지 얼굴과 옷차림은 영락없는 나였기 때문에 말이 그렇지 이의를 제기한다면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은 '물어보나마나'가 아니었겠습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그걸 주머니에 넣고 나와 차에 올라 다시 꺼내보면서 '그래, 누가 머리칼 검사하겠나' 하고 포기 상태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기분이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내 운전실력은 많이 줄었습니다.
우회전할 땐 설설 기게 되었고, 전에는 1시간 30분 걸려서 가던 길을 이젠 1시간 50분은 걸려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쓰기가 난처하긴 하지만 일쑤 참을 수 없는 일이 생겨 어디 보는 눈이 없는 곳이 있으면 차를 세우고 볼 일을 보고 다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아내에게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습니다.
"나 저 앞차처럼 초보운전 표시를 달고 다니면 어떨까?"
아내는 내 말의 의미를 당장 알아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즉시 대답했습니다. "뭐 하려고..."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다고 다른 차들이 배려를 해줄 것도 아닌데..."
아내에게 묻고 싶어도 묻지 않은 게 있습니다. 차를 갖고 있는 날까지는 아내를 서글프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까지 운전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운전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가지는 것이지만 그래도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건 아직 다 늙지는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요?
그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겠지요?
간간히 그날 경찰서에서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언제 다시 한 번 묻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차라리 초보운전 표시를 붙이고 다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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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초보운전 붙이고 다니면 더 무시할 것 같아요
답글
조금은 더듬거려도 무대뽀가 좋다고 합니다
천천히만 운전하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요 -
1시간 30분 걸려서 가시던 길을 1시간 50분에 가시는 것은
답글
그만큼 신중하게 운전을 하시는 것이니 잘 하시는 겁니다.
면허증 반납은 아직 생각 안 하셔도 되시겠고요.
날씨 좋은 날 사모님과 좋은 곳 찾아 드라이브 하시고
손님이 적은 레스토랑에 들어 가셔서 맛있는 식사하시며
즐겁게 생활하시면 더욱 건강하실 것 같습니다. -
사시는 곳 시내만 다니신다해도 차가 있어야 할 것이고,
답글
또 장거리 운전도 하셔야 하고,
친구 남편이 차 운전을 꺼려 한다고 했습니다.
시골에서 도시로 나오는데 차는 필수 인데요.
운전대 놓으시면 긴장하시지 않으시니 야박한 말
더 늙어 지십니다.
지금도 낮시간 천천히 다니시는데 조심 하시면 괜찮으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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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아 2022.01.15 12:57 신고
선생님
답글
선생님의 블러그는 참 소중합니다.
나이듦에 대한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섭니다
화려하게 치장하는것이 아닌
적당히 힘이 빠진듯
적당히 기능이 떨어진듯
적당히 마음 내려놓은듯하기 때문입니다
건강을
위치를
능력을 주장하고 내보일필요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이듦이 아름답기까지합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어떻게 살아갈것인가?에대한 질문보다
어떻게 나이들어갈것인가?에대한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렇지않고라도 선생님은
저의 길잡이십니다. 여전히 멋진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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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객쩍은 이야기를 하는구나 싶어도
또 그런 얘기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예 '노년일기'라는 탭을 달아보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자신을 위로하려고 했습니다.
루아가 칭찬해주시는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합니다.
젊을 때보다 넉넉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그런 사람은 돌아가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은 어떻게 채우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루아의 고운 시간을 그려봅니다.
얼마나 고운 할머니일지...
별빛 같은 마을의
별빛 같은 루아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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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도록 ...
답글
저는 88년도에 면허를 따 일 년 운전하다 때려쳤습니다
겁이 많기도 하고 적성이 안맞는다는 핑계였지요
지금도 별 후회는 없지만
혼자 돌아다니는 걸 안 좋아해서요
저도 가끔 남편에게 언제쯤이면 운전을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그때까지만 캠핑가자 그러는데 ...
그럼 그땐 얼마나 쓸쓸하고 서글퍼질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잘 하셨어요 초보처럼 좀 더디더라도 아직은 운전 하시잖아요
그만큼 젊으신거예요
초보운전 표시, 말씀처럼 양보는 기대하지 마셔야 할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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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사는 수가 있는 거지요?
제가 모시던 장관님 한 분은 지금 강원도 고성에 가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운전은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본인은 기계치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분이 운전을 하지 못해서 가야 할 곳을 가지 않은 경우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하던 일을 그만두는 건 어느 경우에나 서글픈 일일 것입니다.
더구나 운전은 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요.
"초보운전"이라고 써붙이면 주변에서 좀 보호해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인데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 때문에 망설였습니다.
언젠가 써붙일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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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신도 면허갱신 시에는 항상 조금 긴장이 됩니다
답글
시력검사기준에 미달하면 (0.7이상 )
안경을쓰고 운전을 해야 한다면 어떡하나?
(이젠 쓰야 된다면 안전을 위해서 안경을 장만할겁니다)
나이가 드니 밤운전도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합니다
눈이 좋으면 운전도 고생 스럽지 않건만,,,
선생님 의 이글을 읽고 새삼 늙어가는것에 대한 여러가지일들에 동감합니다
초보운전이라면 이곳은 다른차들이 많이 봐줍니다
안전 확인, , 또 조심하시면서 사모님의 볼일에 쾌적한 드라이브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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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참 가벼운 존재인가 봅니다.
전 자신도 설설 기면서
앞에 가는 차가 느릿느릿하면
당장 한 마디 합니다. "어디 배가 아픈가 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만 잘하면 되는데
저도 별 수 없으면서 온갖 간섭 다 하고 싶으니까 같잖은 사람이죠. ㅎ~
초보운전은 많이 봐주는군요.
아무래도 그곳 사람들은 태도가 좋은 걸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그걸 써붙이면 어떨까 물었을 때 아내가 반대한 건
그래봤자 무시 당하고 홀대 당할 게 뻔한데
뭐하려고 굳이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써붙이는 게 덕이라면 그렇게 할까 싶긴 합니다.
까짓 거 무시하면 어떻겠습니까?
갖다 쾅! 들이박진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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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답글
우리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다른 꽃을 닮으려 하지 않고
자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오늘 기온이 내려갔네요.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70이 넘으면 면허증을 반납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답글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합니다
아직 농담으로 살아있네라고.
저희 사무실 상사님은 77세 입니다
본인만이 운전을 잘한고 생각하시는것입니다
근데 그분은 운전을 정말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한차선을 다니지 않고 앞자와 바짝 붙어가고
다른 차가 끼어드는걸 못보는 반면 본인은 사이드 밀러를
켜지도 않고 마구 들어 갑니다
그래서 욕을 얻어 먹을때가 한두번이 아니라 옆에 함께
타고 가는 사람들을 민망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그분은 본인만 운전 잘한다 생각하시고
어쩌다 보조석에 앉으시면 이리가라 저리가라
서라 가라 차선바꿔라. 어느때는 운전대도 잡아 돌려
깜짝 놀랄때도 많은데..........그 어느 누구도 아무도 말 한마디
안합니다.........왜냐면 본인들도 나이들어가고 늙어가고 있다고
ㅎㅎ 사고나면 큰일날 일인데.........그러면서 바짝 긴장하고
손잡이와 안전벨트만 꼭 잡고 가지요(기가 막혀서)
또 여자가 운전하는 꼴을 못 봅니다
여자 어디서 운전해 라는 완전 이런식
ㅎㅎ 그래서 제가 운전은 안하지만 맘은 무쟈게 떨고
다니지요...........그러다보니......이분이 운전을 하시면
잦은 사고가 많습니다......차에 함께 타신분들은
멀리를 하지만,,
본인들이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런 잘난 사람도 있겠지요.
저는 잘 끼어들고
남이 끼어들면 아주 세상이 뒤집히는 줄 알고
별 수 없는데도 걸핏하면 차선 바꾸고
신호도 넣지 않고 그렇게 하고
굴 속에서도 미등 켜지 않아서 저처럼 시력 좋지 않은 사람 땀나게 하고
그런 짓 일삼아서 주변 차들 놀라게 하고
바짝 따라붙어 조마조마하게 하고
..............
그런 행폐 다 쓰려면 한도 없겠지요.
노래처럼
잘난 차들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차들은 못난 대로 살아야겠지요?
그런 인간이 운전을 잘하긴 뭘 잘하는 것이겠습니까.
남의 목숨 위협하는 횡포를 부리는 거죠?
저는 반납할 형편이 아니어서
아무래도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잘 살펴서 살살 다녀야겠지요.
답답하다 하면 까짓 거 "초보운전" 써붙여야죠.
그러면서도 욕 좀 얻어먹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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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면허증을 반납하는 사람도 있지만 인지능력을 위해서 운전을 게속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답글
운전이 단순히 차를 운행하는일이 아닌 자동차라는 감성적인 기계와의 교감일 수도 있기에 그로 인해 자신감의 부여나 활동할 수 있음의 동기부여라는 생각에 부정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앞섭니다.
연속성을 위해 자주 하면 좋겠지만 형편이 되지 않으면 좀 둔감해지고 뜻하지 않은 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어서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주변에 고령의 나이에도 운전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장에 택시 기사분들의 연령대가 아주 높습니다.
저도 자주 타는 편인데 생활 환경상 택시를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막상 대화를 해보면 아주 긍정적이고 즐거워 하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따스한 봄날에 운전하셔서서 만나뵙기를 고대합니다.-
열무김치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다 제 얘기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늙는 걸 좀 늦추어보자고,
운전을 하며 삶의 질을 좀 더 유지해보자고
사회적으로 누를 끼쳐서 될까 싶은 의구심도 없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이러다가 사고나 내는 것 아닐까 두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대처 능력이 젊은이 만 못한 건 뻔하기 때문입니다.
운전하기가 조심스럽고 두려워지니까 차에 오르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고 그럴수록 기능은 훨씬 더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초보운전"
그 표지를 참하게 써붙이면 그래도 좀 나을까 싶은데 써붙여봤자 별 수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고마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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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목 2022.01.22 11:26 신고
왜 노인이 운전면허증을 반납해야 합니까.
답글
노인만 사고를 내는 건 아닙니다. 통계 숫자로 보면
청년의 교통 사고율이 더 많습니다.
노인의 운전면허증 반납은 강요나 압력을 넣어서는 해결할 일이 아닙니다.
본인이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반납해야지요.
우리 사회는 자꾸 획일적인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것까지 획일적으로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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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분개를 하시는군요.
반납하시면 10만원 상품권을 받는답니다.
반납하시려고요? 그러세요~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10만원 상품권을 준다는 것인데
괜히 쓸쓸했습니다.
사고율에 대해서는 설목의 말씀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뉴스 검색을 해보니까 다음과 같은 기사가 보입니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4년 새 50% 늘어…네티즌 "세대별 통계내야"vs"타인 안전위해 필수"
이 뉴스로 보면 고령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점점 더 많이 낸다는 것, 그렇지만 세대별로 어느 세대가 교통사고를 많이 내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은데
저는 피상적으로 본 것 같습니다.
고령자가 교통사고를 아주 많이 내는 줄 알았고 처음에 설목의 이 글을 보는 순간에는 설목이 오해를 하고 계시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럼요,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요.
제가 아는 어느 노인이 어느 날 운전대를 놓는 걸 보고 참 서글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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