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책을 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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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2. 4. 22.

시인의 위로(2022.4.21)

 

 

책을 낸다는 건 얼마나 허망한 일일까요?

자비출판(자신의 돈으로 책을 내어 지인들에게 뿌리는) 경우에는 아예 자신의 돈으로 그 책을 미리 다 구입한 거나 다름없으니까 그럴 일이 없지만 저작권료를 받기로 하고 출판한 경우, 책이 팔리지 않으면 본인도 비참하고 출판사에서도 실망스러워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책은 팔리지 않는 물건인 것 같습니다.

작가들은 출판을 거듭하면서 실망을 거듭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이 나오기 전에는, 매번 실패했음에도 '이번에는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기대는 마치 카드놀이와 흡사하겠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매절'(원고료만 받고 출판사가 마음대로 하는 경우)로 넘긴 원고가 대박이 나서 출판사가 15년 간 떼돈을 벌었고, '이런 책을 만들자고?' 싶어서 마지못해 사람들을 모아 집필을 했는데 제법 많이 팔렸으나 워낙 여러 사람이 관여해서 돌아온 돈은 몇 푼 되지도 않았고, 애써서 집필한 다른 책들은 팔리는지 팔렸는지 유야무야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마 작가들은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죽어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작가 아모스 오즈가 아버지의 모습, 아버지가 갓 출판되어 나온 책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관찰한 글입니다.

 

나는 아버지가 떨리는 흥분을 억누르고, 소포를 묶고 있던 끈을 힘으로 잡아당기지 않고 심지어 가위로 자르지도 않고―나는 이 일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강한 손톱과 날카로운 지칼 끄트머리와 압지대 끝을 두루 사용해 꽉 묶인 매듭을 차례대로 풀어나간 것을 기억한다. 그는 그 일을 끝내고는, 곧바로 자신의 새 책에 달려들지 않고, 줄을 감고 반들반들한 종이 포장지를 치운 다음 손가락 끝으로 책 표지를 수줍은 연인인 양 가볍게 어루만지고는, 얼굴 가까이로 부드럽게 들어올려 페이지를 몇 장 넘겨보다, 눈을 감고 코를 대고는 새 책을 맞는 기쁨인 막 인쇄된 책의 잉크 냄새와 취하게 하는 접착제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책을 쭉 훑어봤는데, 먼저 목차를 살펴보고, 부록과 정오표 목록을 검사하고, 요셉 삼촌의 서문과 자신의 서문을 읽고 또 읽고, 표제지를 보며 주저하고, 다시 책 표지를 쓰다듬고 나서야 어머니가 몰래 자신을 놀림감으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흠칫 놀랐다.

"막 출판된 신선한 새 책,"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사과조로 말했다. "내 최초의 책이라니, 또 아기 하나를 가진 것만 같구려."

"기저귀 갈 때," 어머니가 말했다. "나를 불러주길 기대할게요."

...(중략)...

마지막 한 권은 서재의 가장 잘 보이는 선반 위, 삼촌 요셉 클라우스너 교수의 저작들 바로 옆에 딱 붙여 꽂아두었다.

 

*

 

아버지의 행복감은 사나흘 동안 지속되다가, 그후로는 고개를 떨구었다. 꾸러미가 도착하기 전까지 매일 우체국으로 돌진했던 것처럼, 그는 매일 조지 5세 거리에 있는 아히아사프 서점으로 돌진했는데, 거기에는 아버지 책 세 권이 매대에 진열되어 있었다. 책이 도착한 다음 날 책은 여전히 거기에 있었고, 그중 한 권도 팔리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①》261~263.)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책은 팔릴 리가 없는 물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