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친구들과의 연락도 끊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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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상

2021. 8. 23.

20180109

 

 

"실례지만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군요."

"텔레비전에 나오던 분 아닌가요?"

하지만 그런 질문도 잠시뿐이다. 이제 줄리엣은 책을 읽거나, 길가에서 커피를 마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줄리엣을 알아보지 못한다. 짧았던 머리를 다시 길렀지만, 염색 때문에 머리카락은 예전의 윤기를 잃어버려서 은빛을 띈 갈색이 돼버렸다. 가느다란 머리카락은 힘없이 흐늘거리고 있다. 마치 생전의 엄마 같다. 부드럽고 찰랑거리던 엄마의 머리칼도 점점 빛바래더니 결국 하얗게 변해버렸다.

초대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찾아오는 손님도 뜸해졌다. 그러니 요리에도 도통 관심이 없다. 영양이 충분한 음식이긴 하지만, 매일 똑같은 것을 되풀이해서 먹는다. 딱히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어쨌든 점차 친구들과의 연락도 끊겨버렸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제 줄리엣은 바깥세상 소식에 무덤덤해진다. 매사에 관여하던 예전의 발랄한 줄리엣이 아니다. 종일 책 속에 파묻혀, 일단 사고의 흐름이 터지기 시작하면 끈질기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래서 가끔은 일주일 내내 뉴스도 보지 못한다.

(...)

 

 

앨리스 먼로가 쓴 단편소설「침묵」(소설집《떠남》따뜻한 손 2006, 231)에서 옮겼습니다.

이런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