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온라인 게임과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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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상

2021. 9. 4.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DAUM 이미지(2021.9.4 부분)

 

재능 있는 작가이고 생각 깊은 교사인 리안 반 클리브 Ryan Van Cleave는 컴퓨터광이 아니었는데도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어 일주일에 60시간까지 게임을 할 때가 있었다.

꿈에 그리던 직업도 생겼고, 사랑하는 임신한 아내도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이 주는 순수한 성취감이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쓴 글) "현실세계는 내게 무력감을 준다. 작동하지 않는 컴퓨터, 징징대며 우는 아이, 갑자기 죽어버린 휴대전화 배터리,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장애만 생겨도 내 모든 힘이 사라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orld of Warcraft(온라인게임)'를 하면 마치 신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가 한 말) "승자가 되려면 믿기 어려울 정도의 자부심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을 게임을 통해 얻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과제를 완수했다는 만족도 있었고요. 만족의 추구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강박증이죠. 거기에는 무언가를 마무리했다는 느낌과 즐거움이 있었어요. 게임은 사람에게 점점 더 좋은 당근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승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죠."

 

그는 게임에서 이기고 지위를 획득하는 데서 큰 보상을 느꼈기 때문에 아내와 새로 태어난 아기,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모두를 방치하기에 이르렸다. 그는 실제 생활의 난장판보다 가상 세계에서 얻은 지위가 훨씬 큰 권력을 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한 말) "게임 기획자에게 경쟁의식은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싱글 플레이어 게임을 하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지죠. 멀티 플레이어 게임에서는 자기 점수가 모두 볼 수 있는 곳에  올라가 있습니다."

 

게임 산업계의 배테랑 노아 팔스테인Noah Falstein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중독 사이클 addictive cycle은 아무래도 조금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즐거움과 중독 사이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들이 꽤 있죠. 솔직히 말해서 우리 게임 설계자들은 게임을 좀 더 중독성 있게 만드는 방법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우리 사이에서도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윤리적 딜레마 중 하나죠. / 게임들은 모두 충동 회로 compulsion loop를 갖고 있습니다. 정말 불온한 용어이기는 합니다만 우리는 게임 속에 그런 요소를 구축해 넣죠. 좋은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이런 요소입니다. 우리는 언덕 오르기 알고리즘 Hill-climbing algorithm을 이용합니다. 낮은 기술 수준에서 도전을 시작해서 (......) 남자들이 게임에 빠져들면 여자들은 졸지에 과부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어 버리죠. 사람들이 게임에 매달리는 이유는 언제 큰 보상이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보상을 꼭 받아야 하거든요."

 

반 클리브는 승리에 중독되어 있었다. 7년을 게임에만 몰두한 결과 아내는 떠나버리겠다고 협박했고, 아이들은 아빠를 미워했고, 그의 경력 또한 위태로운 경지에 내몰리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아바타에게 칼과 갑옷을 사주느라 진짜 돈을 썼고, 게임 속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성공을 거두기 위해 애쓰느라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을 날리고 말았다.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는 엄격한 절제력으로 결국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고 그 후로는 줄곧 현실 세계에 머물고 있다. 자기가 현실 세계와 그리도 동떨어져 있었다는 것이 그는 아직도 조금은 놀랍다.

 

(그가 한 말) "게임 중독에서 빠져 나와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중독이 끝날 이유가 없었거든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평생을 해도 지겹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 저도 한때는 평생 그 게임만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고요! 제 아내는 내가 정말 그 게임을 끊을 수 있을지 믿지 못했었죠."

 

 

위의 글은《경쟁의 배신》(마거릿 헤퍼넌, RHK, 2014)에서 발췌해서 옮긴 것입니다(151~153).

컴퓨터 게임과는 무관한 처지여서 무심코 읽고 있던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뭐지? 중독 얘기잖아. 나도 평생을 책에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지? 옳게 읽지도 않고 그저 중독되어서. 반 클리프는 그 중독으로부터 헤어났으므로 붉은 글씨로 된 부분은 그와 내가 다른 점이 되었네? 나는 결국 이렇게 하며 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