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혼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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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상

2021. 10. 13.

 

 

 

여기는 산으로 둘러싸인 곳입니다.

동쪽으로는 마당 건너편 계곡이 숲으로 이어집니다.

새들의 희한한 대화를 들을 수 있고 모기 같은 벌레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저녁을 먹고 현관을 나서는데 때아닌 매미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둠이 짙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워낙 조용하니까 내 이명(耳鳴)이 또 장난을 하나?'

멈춰 서서 작정하고 들어 보았습니다.

날개로 땅을 쓰는 소리도 함께 들립니다.

아! 소리는 바로 발밑에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얼른 스마트폰의 손전등을 켰습니다.

 

이런!

날개를 퍼덕이며 매미가 울고 있습니다.

구월 초사흘, 한로(寒露)에 매미라니!

하루하루 기온이 떨어져 그에게는 치명적일 것입니다.

'저 숲으로부터 매미소리가 들려온 것이 칠월이라면 팔월 한 달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내다가 여기를 찾았을까.....'

'내가 드나드는 출입문을 통해서 실내의 온기 일부가 희미하게 현관으로 새어 나오는 걸 느끼고, 그걸로라도 기운을 차리고 싶어서 여기로 온 것이겠지?'

'실내에 갖다 둘까?'

그러다가 곧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건 결코 내 일이 아닐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몸부림은 외면하기도 어렵고 지켜보고 있기도 어려웠습니다.

'저렇게 가는구나.'

'혼자서 가는구나.'

'마지막까지 울음을 울며 가는구나.'

그 소리는 먼 데서, 저 숲으로부터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게 기이해서 허리를 굽혀 내려다보며 그 소리가 분명 그 매미로부터 울려 퍼지는 걸 확인했습니다.

 

어쩔 수 없어서 돌아섰습니다.

혼자서 가는 길을 생각했습니다.

한때는 기운이 성했습니다.

짝도 있고 친구도 있고 먹을 것이 풍족한 날들도 많았습니다.

이곳저곳 가보고 싶은 곳도 가보았을 것입니다.

즐거움과 기쁨, 어려움과 고통도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저 매미가 가는 길은 내가 가고 있는 길과 유사할 것이었습니다.

나도 저렇게 가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나는 안으로 들어와 앉아 있었습니다.

조용히 음악을 들었고, 다시 나가서 저 주검을 확인했습니다.

그 몸부림은 간 곳 없고, 저렇게 단정한 모습은 날개를 펴서 발버둥을 칠 때보다 훨씬 작아진 것 같았고, 어딘지 좀 초라해진 것 같았습니다.

다만 이젠 조용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저 주검을 묻어주기로 했습니다.

그게 도리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렇게는 하고 싶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이었습니다.

나는 그 매미의 시체에 손을 대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매미는 아직 살아 있었습니다. 짧게 울며 날개를 떨었습니다.

나는 얼른 돌아섰습니다.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아침을 먹고 다시 나가 보았습니다.

어?

그새 매미는 사라졌습니다.

 

나도 그렇게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게 마땅할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