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내가 건너게 될 다섯 강(江), 그리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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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상

2021. 10. 19.

아케론 강(DAUM 이미지; 부분, 2021.10.16.20:30)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변신시키고 오디세우스에게도 "돼지가 되어라!" 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자 이번에는 태도를 바꾸어 손을 맞잡고 화려하고 달콤한 잠자리에 들자고 유혹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통하지 않자 돌연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그 멋진 남자를 호화로운 침실의 이불속으로 끌고 들어간 고약한 여신입니다.

 

오디세우스는 키르케의 그 궁전에서 무려 1년간 먹고 마시고 놀며 지내다가 어느 날 이제 그만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간청합니다.

누가 봐도 엉뚱한 곳에서 너무 오래 지체했고 아무리 이야기지만 그만하면 산전수전을 다 겪은 것 같았는데 여신은 딱 잘라서 "안 된다!" "고생 좀 더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하기야 아직 나는 이 책을 겨우 반쯤 읽었을 뿐이었습니다.)

여신은 이렇게 말합니다(호메르스 《오디세이아》 김대웅 편역, 아름다운날 2018).

 

"제우스의 후손인 라에르테스의 아들로서 지혜 많으신 오디세우스 님, 물론 그대들이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돌려보내드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우선 다른 곳으로 여행할 필요가 있어요. 명왕 하데스와 그의 부인 페르세포네(Persepone)의 궁전으로 가서 테베 사람이었던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Teiresias)의 영혼에게서 신탁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 사람은 몸은 비록 죽어 있지만 영혼만은 살아 있어서 아직도 모든 일을 행하고 있지요."

 

 

아, 이런... 오디세우스는 눈앞이 캄캄해하다가 그곳은 아무도 모르는 곳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내가 건너야 할 다섯 개의 강은 키르케의 이야기 속에 나옵니다.

원하지 않는 분은 건너지 않을 수도 있을 듯한 그 강을, 나("파란편지")는 기필코 건너고 싶습니다.

 

 

"제우스의 후손인 오디세우스 님, 그곳으로 가는 길을 모른다고 해도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당신은 그냥 흰 돛을 크게 펼쳐주기만 하면, 그다음엔 북풍이 그대들을 이끌어줄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 끝의 큰 강인 오케아노스를 건너기만 하면 풀로 무성한 페르세포네 강변과 동산이 있을 것입니다. 그곳에 배를 끌어 올려놓고, 당신은 어둡고 음산한 하데스의 궁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하데스의 궁에는 아케론 강(Acheron; 고대 그리스 인들은 하데스가 다스리는 저승에는 망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다섯 개의 강이 흐른다고 믿었다. 고통의 강 '아케론'은 망자가 저승 입구에서 만나는 첫 번째 강이다. 그 강은 늪으로 가득 차 있어 거의 흐르지 않았다. 망자는 뱃사공 카론(chron)이 모는 나룻배에 몸을 싣고 아케론 강을 건너며, 자신의 죽음에서 오는 깊은 고통을 천천히 씻어냈다. 비탄과 통곡의 강 코키토스(Cocytus)는 망자가 건너는 두 번째 강이다. 얼음보다 차가운 물이 흐르는 그 강에 망자는 모든 시름과 비통함을 내려놓았다. 세 번째 강인 '피리플레게톤'은 코키토스와 정반대인 불의 강이다. 뜨거운 열기에 물과 진흙이 끓어오르는 이 강에서 망자는 남아있는 감정들을 완전히 태워버렸다. 네 번째 만나는 것은 망각의 강 '레테(Lethe); 이 강물을 마시면 이승에서의 일을 모두 잊는다. 다섯 번째 강이 두려움과 증오, 우울함, 약속의 강인 '스틱스'이다.)으로 흘러들어가는 피리플레게톤 강(Pyriphlegethon)과 스틱스 강(Styx)의 지류인 코키토스 강(Cocytus)이 있을 것입니다. 그 두 강물이 합류하는 지점 근처에 커다란 바위가 있을 테니......(후략)......"

 

오디세우스가 키르케의 부탁을 거절했을 리 없고 오디세우스는 끝내 이타카로 돌아가 여신과 같은 아내 페넬로페와 믿음직한 아들 텔레마코스를 만나게 되니까 굳이 이 이야기의 뒷부분을 더 옮겨봐야 쓸데없는 노동이 될 것입니다.

 

 

1. 아케론; 죽음에서 오는 깊은 고통을 씻어내게 된다.

2. 코키토스; 비탄과 통곡의 강, 얼음보다 차가운 이 강을 건너며 모든 시름과 비통함을 내려놓는다.

3. 피리플레게톤; 불의 강, 남아 있는 감정들을 완전히 태워버린다.

4. 레테; 망각의 강, 이 강물을 마시고 이승에서의 일을 모두 잊는다.

5. 스틱스; 두려움과 증오, 우울함, 약속의 강, 그것들을 털어낸다.

 

어떤 자료에는 레테가 마지막 강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 심각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때 가서 '레테가 네 번쨰가 맞네?' 아니면 '스틱스가 넷째잖아?' 하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