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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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1. 11. 22.

앨리스 먼로(소설집)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뿔 2007

 

 

 

 

 

 

 

 

줄거리로 보면 의아하다 싶을 수 있다. 켄 부드르와 조헤너 패리가 결혼하는 데는 둘 사이에 구체적인 미움이나 우정, 구애, 사랑 같은 건 없었기 때문이다.

 

한심한 사내 부드르. 돈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일로 늘 곤란을 겪는다. 아내 마르셀이 죽고 딸 새비서마저 장인 맥컬리 씨에게 맡겨 놓고는 이런저런 구실로 돈을 가져간다.

세월도 실없이 보낸다. 괜히 공군을 뛰쳐나왔고 주제넘게도 동료 문제로 비료 회사를 그만두었고 고용주에게 몸을 낮추지 않다가 보험회사에서도 쫓겨났다.

빌려준 돈 대신 허름하기 짝이 없는 호텔을 차지했는데 이 건물을 식당 겸 술집으로 개조하기 위해서 장인에게 또 돈을 좀 달라고 하지만 사실은 쓸모가 전혀 없어서 철거하는 게 나을 건물이다.

 

그 부드르에게 장인의 파출부 조헤너가 호감을 갖게 되는데 그걸 눈치챈 그의 딸 새비서가 친구 이디스와 공모해서 아버지 대신 조헤너에게 바치는 연서("유일한 위안은 당신이 이 편지를 읽으며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입니다. 잠옷을 입은 채 침대에서, 내가 두 팔로 당신을 끌어안는 상상을 하며 이 편지를 읽어준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를 써서 조헤너가 부드르에게로 달려가게 한다.

 

그녀가 맥컬리 씨 댁에 있는 가구 세트를 가지고 부드르를 찾아갔을 때 홀로 사경을 헤매고 있던 부드르는 그녀의 극진한 간호로 일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부드르가 주근깨가 온 얼굴을 덮은 그녀에게 전적으로 호감을 갖게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그녀를 하늘이 내려준 선물일 것으로 여겼고 그녀와 함께라면 다 괜찮을 거라는 걸 확신했다.

 

장인 맥컬리 씨가 죽었을 때 부드르와 조헤너는 아들 오머와 함께 나타났다.

그렇지만 부드르의 딸(=맥컬리 씨의 외손녀) 새비서나 그녀의 친구 이디스는 이미 연서를 대필해서 그들을 연결해준 그 당시의 소녀들이 아니어서 두 사람 다 그 일에 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앨리스 먼로의 소설은 작가의 표정 그대로 따스하다. '해피엔딩'인데도 극적이고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