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육체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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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2. 1. 11.

레이몽 라디게 《육체의 악마》

윤수남 옮김, 청림출판 1989

 

 

 

 

 

 

19세 약혼녀(유부녀)와 16세 소년이 애정 행각을 펼친다.

 

15분 동안 나는 정신없이 그녀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고 나서 식사 도중에 방해가 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어 땀에 흠뻑 젖은 채로 10분 동안이나 문 밖에 서 있었다.

그동안이면 심장의 고동도 가라앉으려니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세차게 뛰는 것이었다.

하마터면 나는 그냥 집으로 돌아갈 뻔했다. 그런데 마침 옆집 창문에서 한 여자가 아까부터 문 앞에 웅크리고 있는 나를 수상쩍게 내다보고 있었다.

그 여자가 마침내 나를 결심시켰다.(44)

 

난로 앞에 앉아 있는 우리의 몸이 어쩌다 스치기라도 한다면, 나는 조금만 움직여도 이 행복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이 느껴져서 되도록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마르뜨는 자기 혼자만 그것을 맛보고 있는 줄로 여기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내가 기분 좋게 편안히 앉아 있는 것에 대해 사랑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지 나를 끌어당기지 않으면, 머지않아 이 싱거운 응접실에 싫증을 내고 말 것이라고 여겼다.

우리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남모르게 나는 행복을 느꼈다.

나는 마르뜨와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동시에 같은 일을 생각하고 있지나 않을까 싶었지만, 새삼스럽게 그런 말을 꺼낸다는 건 큰 소리로 혼자 떠드는 것처럼 바보스러운 짓으로 여겨졌다.

그러니 이 침묵은 가엾은 마르뜨를 덮어 누르고 말았다.(62~63)

 

나는 그녀의 곁에 있음을 느끼기 위해, 그녀의 망토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서는 힘껏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어느새 그녀는 두 사람이 만나서는 안 된다는 말을 끄집어내지 않게 되었다.

그러기는커녕, 몇 분 뒤면 서로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보기에도 애처로운 빛을 띠었다.

그녀는 나에게 이것저것 부질없는 맹세를 하게 했다.

우리 집 앞까지 왔으나, 나는 마르뜨를 혼자 돌려보낼 수가 없어 그녀의 집에까지 바래다주었다.

어린아이 장난 같은 놀이는 밤새도록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마르뜨가 또다시 나를 바래다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68)

 

 

그들이 가는 길이 생각나지 않아서 끝까지 읽었다.

소년의 두려움과 무모함, 고집스러움, 아직 소녀라고 해도 좋을 어린 유부녀 마르뜨의 심리와 행위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고등학교 때는 '빠리(불란서) 놈들은 이렇단 말이지?'라고 요약했던, "육체의 악마"라는 제목의 느낌 그대로였던 소설이었는데, 이제는 '딴판'이다. 책은 그대로인데.......

정녕 악마일까? 악마라고 할 수 있겠지? 악마지? "아이고~ 이 악마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