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송화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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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상

2022. 5. 9.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다가 교장 발령을 받아서 나간 학교는 참 조용했습니다. 광화문의 그 번잡함에 길들었던 나에게 그 조용함은 결코 서두르지는 않는 변화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뭐랄까, 아득하고 아늑한 느낌이었습니다.

가을 아침 교장실에 들어가면 귀뚜라미가 그제도 울고 있었고, 아이들이 공부에 열중하는 아침나절의 고요함을 뻐꾸기 혼자 깨어보려고 목청을 돋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주차장으로 가면 자동차 유리창이 노란 송화가루로 덮여 있었습니다.

 

○모네는 명절이 되면 송화가루로 다식을 만들었습니다.

꿀로 버무린 그 다식을 입에 넣으면 이렇게 달콤할 수가 있나 싶고 나보다 딱 한 살 적은 모의 아들이 부러웠습니다.

모네 말고는 아무도 송화가루로만 만드는 다식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네 명이나 되는 누나들, 송화가루를 모았을 누나들이 부러웠습니다.

 

모와 모부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주변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은 운명(팔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내 부모도 모와 모부도 심지어 나보다 한 살 적은 사촌동생도 고인이 된지 오래입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애를 쓴 일생을 보냈지만, 그들은 나의 그 접근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에도 누나들은 우리 집에 거의 오지 않았고, 사촌동생도 그가 우리 집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면 나는 ○모네 집에 백 번은 찾아갔었습니다.

 

"소나무 소나무" 하니까 나도 소나무를 귀하게 여깁니다.

그런데도 카페 '파인트리'는 다만 '파인트리'이지 '소나무'가 아니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송화가루를 휘날릴 소나무를 바라보면 어린 시절의 그 다식이 떠오릅니다.

다시는 맛볼 수 없었던 걸 아쉬워하진 않고 눈물겹다는 생각은 합니다.

내가 그들의 사랑을 더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합니다.

송화가루도 나의 것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