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꽃길만 걸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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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상

2022. 5. 4.

 

 

"여러분~ 부자되세요~"

이십 년 전쯤 어느 예쁜 탤런트가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외쳤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더러 다 부자가 되라고?

아예 꿈도 꾸지 않은 일이었지만 갑자기 가슴이 울렁거리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한 마디로 말해보라면? 그 탤런트의 말이 싫다고 할 필요는 없고, 그렇게 하기도 싫고 "가치관의 혼란을 느꼈다"고 대답할 것 같다.

 

이런 경우도 있다.

"행복한 주말되세요~"(맞춤법 검사를 해보니까 "행복한 주말이 되기 바랍니다"라네? 그렇거나 말거나)

그런 인사를 대할 때마다 자신이 없다는 느낌을 갖는다. 자신이 없다는 느낌의 이유를 대라면?

"아, 저는 복잡한 인간입니다. 이번 주말은 아무 일 없이 편안한 시간을 가질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평생 마음이 복잡한 상황이어서 이번 주말에도 역시 행복감을 느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게 내게 늘 준비되어 있는 대답의 개요이다.

'행복한 주말'... 나쁠 게 있나? 없다.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기로는 이런 경우도 있다.

"꽃길만 걸으세요~"

어쩌면 다행이다, 나는 이런 인사는 받아본 적이 없다.

만약 누가 내게 그렇게 인사한다면 나는 정말이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할 것 같았다.

어떻게 꽃길만 걸을 수 있겠는가.

그런 인사를 받아놓고 곧장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면 그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 마음이 얼마나 참담하겠는가.

꽃길만 걷겠다는 각오는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고 "여러분~ 부자되세요~"처럼 그저 덕담을 해보는 것인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하루하루가 복잡해서, 하다못해 마음이라도 복잡해서, 어느 소설가의 푸념처럼 이번 생은 어차피 망쳐진 것 같은 느낌이어서 꽃길 같은 건 생각지도 않는 처지이니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들끼리 주고받는 인사 장면인데도 나는 괜히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꽃길만 걷는다... 좋겠지? 또 심심하기도 하겠지. 그렇지만 다들 오죽하면 꽃길만 걸으라고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