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17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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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사진 혜가단비도(慧可斷臂圖)

이우환의 에세이*를 읽다가 인터넷에서 그림을 찾아보았다. 그림 설명은 셋슈가 그린 「추동산수도秋冬山水圖」의 「겨울 그림」, 「혜가단비도(慧可斷臂圖)」, 「마스다 가네다카상(益田兼堯像)」 세 가지였는데, 두 번째의 「혜가단비도(慧可斷臂圖)」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림 설명은 다 옮길 수가 없어서 첫머리의 두 대문만 필사하였다. 기괴한 바위 굴에 함께 있는 두 인물의 극적인 신scene을 그린 작품인데, 보면 볼수록 범상치 않은 박력에 압도된다. 달마가 눈을 부릅뜨고 살벌한 암벽을 향해 앉아 있는 곳에, 혜가가 찾아와 왼팔을 베면서까지 제자로 받아달라며 간원하는 장면이다. "인도로부터 중국에 선종을 전했다는 달마가 있는 곳에, 후계자가 될 혜자가 입문하는 순간"(시마오 아라타)인 듯하다. 이 그림의 첫인상은..

15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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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상 전문가

보일러가 이상했습니다. 방 1이 따뜻하면 방 2가 냉방이 되고, 그러다가 이번에는 방 2가 따뜻해지면 돌연 방 1이 냉방이 되었습니다. 방 1, 2가 골탕을 먹이자고 약속해놓고 번갈아가며 약을 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방 1, 2의 온도조절기를 동시에 켜놓고 약 한 달간 그런 현상을 겪었으므로 우리는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방 1에서 지내다가 2, 3일 후에는 방 2에서 지내야 하는 게 성가시고 한심했지만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기거하는 방은 딱 둘이지만 그런데도 우리는 정처 없는 떠돌이 생활을 하는 꼴이어서 오늘은 방 1에 이부자리를 마련하고 내일은 또 방 2에 이부자리를 펴면서 이 세상에 이렇게 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보일러 관계자들은 그럴 리 없다고 했습니다. 이곳..

20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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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상 렘브란트의 자화상

나는 여행지에서 가끔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만나곤 한다. 특히 말년의 작품 앞에 서면 왠지 숙연해진다. 대체로 어두운 그림이지만 불가사의한 빛을 내뿜고 있다. 몇 겹에 걸쳐 붓을 칠한 어두운 배경에, 희미하게 떨리는 듯한 붓의 터치가 겹쳐진 붉은 갈색의 짙은 음영이 드리워진 주름진 얼굴이 떠 있다. 할 말을 잊고 체념한 듯한 표정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묻어난다. 그림을 볼 때마다 렘브란트라는 화가를 넘어서 인간 존재의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자세히 보면 곳곳에 다시 그렸거나 명료하지 않은 붓질이 눈에 띈다. 어쩌면 그림 밑바탕에는 다른 그림을 그렸다가 지운 흔적이 있는지도 모른다.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그랬듯이 아무리 그리고 그려도 뜻대로 되지 않아 중간에 붓을 놓은 것처럼 ..

18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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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상 '나를 잊는다'(物我)

연전에『소동파 평전』(왕수이자오)에서 제화시(題畵詩)에 대한 내용을 보았다. 평전을 쓴 왕수이자오는 소식(蘇軾)의 제화시 가운데에는 그의 고도의 예술적 표현력이 두드러진 것과 투철한 예술적 견해를 나타낸 것이 있다면서 후자의 예로 문동(文同)이 대나무를 그린 정황을 서술한 시를 보여주었다(203~204). 여가與可가 대나무를 그릴 때 대나무만 보고 사람을 보지 않는다. 어찌 사람만을 보지 않으리? 멍하니 자신의 존재조차 잊어버렸다. 그 몸이 대나무와 함께 동화되어 청신함이 무궁하게 솟아 나온다. 이제 장주莊周가 세상에 없으니 누가 이러한 정신 집중의 경지를 알리오. 與可畵竹時, 見竹不見人. 其獨不見人, 嗒然遺其身. 其身與竹畵, 無窮出淸新. 莊周世無有, 唯知此疑神. 이 글을 읽는 중에 이번에는 화가 이우환..

19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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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상 「카라얀의 지휘」

젊은 시절의 그의 지휘를 비디오로 본 적이 있는데, 실로 시원시원하고 늠름한 몸짓이었다. 70년대 후반까지는 신체의 움직임도, 지휘봉을 휘두르는 방식도 활달하면서도 위엄이 있었다. 그런데 80년대 후반부터, 다리를 끄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신체의 움직임이 점점 적어지고 지휘봉을 휘두르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갔다. 만년에는 휠체어에서 겨우 일어서서 지휘봉으로 그저 몇 번 공간을 날카롭게 찌르는가 싶더니, 공중을 나는 듯이 조용히 휘두르고는 지휘봉을 쥔 손을 들어 올린 채 멈추고, 왼손을 가슴에 대고 가만히 눈을 감는다. 이것은 지휘를 한다기보다, 거기에 울리고 있는 오케스트라를 듣고 있는 모습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도 멋지게 지휘를 하고 있는 듯이 보이니 놀랍다. 이우환(에세이)「카라얀의 ..

20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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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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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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