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 그 "엄마들"이 지어준 이름

25 2022년 04월

25

내가 만난 세상 '은퇴 전에 준비해놓을걸…'

은퇴자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이 '노후자금' '취미' '체력'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하더랍니다. 여가는 있는데 돈과 체력이 부족하고 뭘 할지 막연하다는 것이지요. 지난 2014년 연말에 삼성생명에서 설문조사한 결과입니다(조선일보 2014.12.3). 은퇴자 93명을 대상으로 돈·생활, 일·인간관계, 건강 세 가지에 대해 '무엇을 가장 후회하는가?' 물었더니 노후 여가 자금을 준비하지 않았고, 평생 즐길 취미가 없고, 운동으로 체력 단련을 못했다고 대답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돈과 생활'에 대해서는 노후 여가 자금 준비를 못한 것 외에도 여행을 못했고,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았고, 노후 소득을 위한 설계를 제대로 못한 것을 아쉬워하더라고 했습니다. 또 '일과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취미를 개발하지 못..

15 2022년 03월

15

내가 만난 세상 퇴임 후의 시간들

퇴임 후 나는 힘들었습니다. 불안하고 초조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낮에도 저녁에 자리에 누울 때도 불안했습니다. 사람을 만나기가 두려웠고 전화가 오면 가슴이 덜컹했습니다. 사람이 그립거나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싫었습니다. 그 증상을 다 기록하기가 어렵고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러다가 비명에 죽겠다 싶었습니다. 숨쉬기가 어려워서 인터넷에서 숨 쉬는 방법을 찾아 메모하고 아파트 뒷동산에 올라가 연습했습니다. 심장병이 돌출해서 119에 실려 병원에 다녀왔는데 또 그래서 또 실려가고 또 실려갔습니다. 숨쉬기가 거북한 건 심장에는 좋지 않았을 것입니다. 잊히는 걸 싫어하면서 한편으로는 얼른 십 년쯤 훌쩍 지나가기를 빌었습니다(그새 12년이 흘러갔습니다. 누가 나를 인간으로 취급하겠습니까). 그..

26 2021년 11월

26

교육논단 명퇴를 하겠다는 K 선생님께 (2021.11. 26)

‘명퇴 사유 예시’가 교육 단상 블로그의 단골 유입 키워드의 자리를 차지하더니 마침내 K 선생님으로부터 명퇴 얘기를 듣게 되었고 이게 남의 얘기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다더니… 교육 말고는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아름다운 교육자인 건 분명하지만 세상일에는 더러 멍청한 면을 보여주는 K 선생님이 명퇴를 해서 무얼 하시겠다는 걸까요? 물어나 봅시다. 놀겠다는 대답이 쉽겠지요? 무얼 하면서요? 골프? 사십여 년을! 그 오랜 세월 누구와 함께? 혹 해외여행인가요? 사십여 년 유럽으로 아메리카로 동남아로 마구 돌아다닐 작정입니까? 골프 치러 나다니고 패키지 해외여행 두루두루 다닌다는 선배 얘기에 혹했습니까? 교사시절보다 더 바쁘고 신난다는 그 말을 믿고 있습니까? 사십여 년 그렇게 하겠다는 삶이 부럽..

댓글 교육논단 2021. 11. 26.

14 2021년 05월

14

내가 만난 세상 "나는 이미 유령입니다"

# 1 지금은 아파트 앞 미장원(헤어샵?)을 기웃거리다가 손님이 없구나 싶으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슬쩍 들어가지만 전에는 굳이 이발소(말하자면 남성용 '헤어샵')를 찾았고 그것도 현직에 있을 때처럼 꼭 주말을 이용했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을 리 없어서 연중 '주말'인데도 그딴 일은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듯 굳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차를 가지고 멀리 이웃 동네에 있는 이발소를 찾아가곤 한 것입니다. 그렇게 하며 퇴임한 지 네댓 해가 지난 어느 토요일 아침나절이었습니다. 이미 두어 명이 소파에서 주말판 신문을 보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지금 머리를 깎고 있는 중년은 분명 K 교사였습니다. 들어서면서 거울 속에서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 나는 하마터면 인사를 할 뻔했습니다. 하마터면? 그 순간! ..

05 2020년 11월

05

책 이야기 《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클라이머즈 하이》 박정임 옮김, 북폴리오 2013 사상 최악의 항공기 추락 사고(JAL 123)를 배경으로 지방 신문기자 유키 가즈마사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책을 들고 있을 때는 코로나를 잊었다. 그게 왠지 미안한 느낌이긴 했지만 형편없이 가늘어진 기력을 쉬게 할 수 있었다고 하면 될지 모르겠다. 유키는 쓰고 싶은 걸 썼고, 싣고 싶은 걸 실었고, 위아래를 의식한 타협을 하지 않았다. 실어야 할 투고(投稿), 그러나 모두들 꺼려하는 원고를 실은 유키는 마침내 17년간 근무한 본사에서 구사쓰 통신부로 쫓겨나 다시 17년을 근무한다. 그는 그곳에서도 전원생활에 관한 기사를 썼다. 사표를 내고 보자는 생각을 가졌다가 동료들의 만류를 들었고, 아내와 아들, 도와주어야 할 친구를 생각했다. 무..

댓글 책 이야기 2020. 11. 5.

11 2020년 09월

11

편지 선생님께 - 어느 독자의 편지

2010년 2월 11일에 이 블로그에 실은 편지입니다. 이번에 블로그 시스템이 바뀌면서 글자는 잘 보이지도 않고 그나마 글씨체가 아주 이상해서 그대로 두기가 민망했습니다. 좀 잘난 척하려고 각주를 하나 달아 놓았었는데, 각주가 달린 글은 수정이 불가능하니까 어쩔 수 없이 오늘 날짜로 새로 싣게 되었습니다.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은 6년 만인 1016년에 딱 하나가 달렸습니다. 그것을 옮기고 댓글란은 두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선생님. 몸 관리 잘 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리곤 했는데 기어코 그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군요. ..

댓글 편지 2020. 9. 11.

02 2018년 03월

02

18 2018년 01월

18

내가 만난 세상 지금 내가 있는 곳 (1)

위로 삼아 나의 경우 정년퇴직하고 나서 처음으로 행복감을 느꼈다고 말하자 동석한 부인은 자기도 그렇다며 맞장구를 쳐주었으나 정작 당사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유종호「어느 이산의 뒷얘기-한 시골 소읍의 사회사에서」(에세이),『현대문학』2017 3. 196. 저 자리에 동석했다면 저 '당사자'라는 사람을 보고 "그런다고 무슨 수가 날 것도 아니니까 포기하는 게 낫다"는 말을 해주거나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며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위로해 주었을 것입니다. 우리는―저 '당사자'와 나는―지금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에 와 있습니다. 어떤 곳인지 설명하자니까 참 난처하고 애매합니다. 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내가 있는 이곳을 '이쪽'이라고 부른다면, 내가 떠나온 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