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야기

단풍나무 2013. 6. 20. 05:18

한국 교육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수능시험”을 지목하면서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상상의 내래를 펴 본다.


대입 경쟁이 치열한 한국에서 수능시험이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수능시험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시험을 앞둔 피곤한 학생들의 푸념에서나 나올 수 있는 소리다. 한국 사회를 아는 보통의 학부모나 교사들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말도 안되는 일이라도 상상도 못 할 일은 없다. (이 글을 쓰는 본인의 상상력이 모자랄 수도 있고 캐나다에 살고 있는 관계로 한국 현실에 대한 무지가 있을 수 있으니 읽는 분들도 자유롭게 상상을 해 보시길…)


예전에 어떤 독재자가 과외금지와 본고사 폐지를 느닷없이 발표했던 것처럼, 정부에서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고교 내신 성적 위주(이것이 해결책이라는 것이 아니라 예로 드는 것임)로 대입 선발을 하는 제도를 발표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발표로 충격에 휩싸일 사람과 환호할 사람들이 누굴까? 


우선 학생들을 보자. 한국에서 공부 잘하는 특목고 (외고, 과학고 등)와 자사고 학생들중에서 내신 성적이 좋은 상위권 일부 학생을 빼고는 모두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그 학생들을 폄훼하거나 불이익을 주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제도가 가지는 의미과 현상을 상상해 보자는 뜻으로 이해해 주시길…) 전국적인 시험에서는 모두가 경쟁력이 있는 학생들이지만 점수를 학교내로 국한한다면 중하위권 학생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 중의 일부는 일반고로 전학을 하거나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로 내신을 대신 하려 들 것이다. 반면 일반고에서 수업에 충실하던 중상위권 학생들은 환호를 할 것이다. 특히 농어촌의 학생들은 복권 맞은 것 처럼 기뻐할지도 모른다. 수능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없었던 이들이 갑자기 대입에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었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부모들은 자식들의 입장과 똑 같을 것이고 교사와 학교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특목고에 다니는 자랑스러운 자식 또는 제자들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자부심은 분노로 바뀔 것이다. 많은 사교육비를 들이고 새벽과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자식들 뒷바라지에 온 정성을 쏟아 온 부모들은 허탈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들보다 더 충격받고 분노할 사람들은 학원과 그 선생들이다. 특히 명문 학원과 고액 쪽집게 과외 선생들은 하루 아침에 사업 기반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역시 이분들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님을 이해해 주시길…) 반면 돈이 없어 사교육을 못 시키고 있거나 지방에 살아서 서울의 명문 학원에 보낼 수 없었던 학부모들은 그동안 가슴에 맺혔던 멍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상만 해 봐도 수능시험과 사교육과의 찰떡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수능시험이 없으면 그것에 대비하는 모의고사도 필요없게 된다. 전국 또는 시도 단위로 학생들을 공동으로 평가하는 이러한 표준시험들이 없으면 고교간의 학력수준을 비교하기 어려워진다. 비교가 안되면 우수학교의 의미는 퇴색되고 그러한 우수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초.중등 학생들이 하는 선행학습이나 사교육들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일반 고교에 다니는 학생들중에서 상위권 학생들은 과외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된다. 중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치는 수업과 시험에서 우수학생들은 학교 수업과 집에서 공부하는 것 만으로도 95점 ~ 100점을 받을텐데 그 학생들이 과외나 학원에서 더 공부할 필요는 없다. (수능시험이 있다면 고득점을 위해 더 공부해야 한다.)   과외나 학원들은 학교의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거나 혼자 힘으로 높은 성적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보충학습 위주가 된다. 그것은 뒤떨어지는 학생들을 돕기위해 꼭 있어야 할 사교육이므로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어떤 이는 이것이 현실을 모르는 섣부른 상상이라 할지 모른다. 대학에서 특목고나 서울의 우수한 고교의 학생들을 선호하여 내신 점수에 고교별 가중치를 두어 우수학교 위주로 선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학생들이 우수하니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공평한 처사라고 여론도 호응을 할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항상 코 끝만 바라보고 당장의 내 이익과 기득권의 대물림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여론을 선도할 것이다. 그러나 수능폐지 조치를 내릴 만한 지도자가 그 정도 예측을 못 했을리 없다. 


전국의 국공립 대학과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모든 대학들에서 고교 내신 성적에 학교별 가중치를 두지 않고 똑같이 평가한다는 기준도 잇따라 발표된다. 한마디로 특목고 1등급과 시골의 산자락에 위치한 고등학교의 1등급을 똑 같은 것으로 본다는 말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불공평한 제도라고 반기를 들 것이다. 특목고 학생이 시골 고교의 학생보다 훨씬 똑똑하기 때문에 동등한 자격으로 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은 안된다고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특목고 학생이 시골고교 학생보다 똑똑하다? 과연 그럴까? 영어나 수학 시험문제를 주고 풀게 하면 외고 학생이 훨씬 잘 할 것이다. 그런데 콜라병을 하나 주고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나열하라고 문제를 준다면? 과연 외고 학생의 상상력이 시골에서 콜라병에 올챙이를 담아 놀던 아이의 상상력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대학 학문이나 국가 경제 발전에는 외고 학생이 더 필요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럼, 1만명의 서울대 졸업생보다 대학을 중퇴한 스티브 잡스 한 사람이 더 우수하고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뭔가? 당신은 그에 동조를 안하나? 


물론 시골학교 1등급이 명문대의 학업을 못 따라 갈 수도 있고 시골학생이 자신이 없어 지원을 안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지레 짐작으로 입학생 기준을 국.영.수. 시험 성적 위주로 할 필요는 없다. 명문대의 졸업생 수준 (대학의 가름침 수준)을 높게 두는 것과 입학생 선발 기준은 동일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입학생 선발 기준은 더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대학 입학은 앞으로 공부를 많이 열심히 할 사람을 뽑는 것이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님을 상기하자. 그렇다면 기본적인 학습 능력 (시골학교 1등급도 이것은 충분하다)에 더해 창의력, 표현력, 지도력, 사회봉사정신 등을 선발 기준으로 하는 편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훨신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 역량을 갖추 사람을 명문대에 입학시켜 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이 더 좋은 제도가 아닐까? 그러면 지금처럼 명문대 출신이지만 인격장애자들이 사회 지도층 곳곳에 포진하는 일은 훨씬 줄어 들 것이다. 대학입시 제도는 장차 국가를 이끌어갈 사회 지도층 인력을 미리 선발하는 일이다. 공부만 강조되어서는 안된다.    


단순하고 극단적인 상상이지만, 이러한 상상은 일면 한국 교육문제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 광풍에 휩쓸려 아이들이 쓰러지는 현상이 무엇 때문에 비롯되었는지 감이 팍 들어오지 않는가? 그런데 문제의 원인에 대한 동조가 쉽지 않다. 전국민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 성역과도 같은 시험을 건드리기 겁나기도 하고 그것이 만든 세계 최고의 교육열이 한국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이 우리나라 사람을 우물안 개구리로 만들어 버렸다. 교육에 관한한 한국이 제일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어떤 제도를 도입해도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신이다. 


전세계 교육계와 학부모는 똑같은 바람과 고민을 한다.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면서 한편으론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도 바라는데, 이 두 마리의 토끼를 함께 잡을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공부를 열심히 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은 남들과 비교해서 경쟁시키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아이들이 힘들고 불행해지는 반면 아이들을 경쟁시키지 않고 자유롭게 자라도록 두면 공부를 안해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미래가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경쟁시스템의 최고봉은 수능시험, 모의고사, 일제고사와 같은 표준화된시험 (Standardized Testing)이다. 이것이 압도를 하면 아이들이 공부는 열심히 할지는 모르나 극히 불행해 진다.  한국은 이 제도에 대해 거의 모든 국민이 지지를 하고 반대자의 목소리가 거의 없다보니(있어도 존재가 미미)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나라에서 표준시험제도 (Standardized Testing)에 대해 장단점 논쟁이 있어 이를 제한적으로 이용한다. 미국도 수능시험(SAT)이 있지만 대학들에서 지원자를 3~5배수로 1차 선별하는 정도로 활용하고 있어 그 폐해가 한국보다는 적다. 그리고 이런 경쟁시스템의 단점을 잘 알고 있어 표준시험제도를 운영하지 않으면서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핀란드와 캐나다 같은 나라들도 있다. 


핀란드는 비교와 경쟁으로 아이들을 압박하지 않고도 세계 최고의 학력수준을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하며 세계 교육계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벌이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2000.2003.2006년 잇따라 최고 성적을 낸 것이다. 한국, 중국, 대만, 싱가폴이  1~5위 안에 있지만 다른 나라들이 별로 놀라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 경쟁시스템으로 아이들의 인권과 행복을 희생하며 만든 결과이기 때문이다. 1위가 아니라 관심의 촛점이 되지는 못했지만 캐나다도 항상 높은 순위에 있다. 아래 순위 (10위까지만 표시)를 보자. 


PISA 주요 항목 성적 순위 2000 ~ 2006 



PISA 성적 2006


PISA 성적 2009 (인도와 중국도 평가에 포함되었다) 


경쟁시스템이 경쟁력을 높게 만들던 것은 이제 과거가 되었다. 지속 가능한 발전과 번영을 위해 최고로 필요한 능력은 이제 ‘창의력’임을 누구나 이야기한다. 경쟁으로 창의력을 키우지 못 한다는 것도 모두가 안다. 그러면 이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잠재된 능력을 스스로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경쟁이 없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제 한국도 교육에서 경쟁시스템, 즉 ‘수능시험’에 대해서 재고를 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나라의 발전만이 아니라 내 자식, 조카, 손주들의 행복과 불행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능폐지 하나가 교육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입시제도가 바뀌려면 연관된 대학교육, 고교교육 제도들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이 글은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지배하는 한국 교육문제의 원인이 수능시험과 같은 표준화된 전국적인 시험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쓴 것이지 그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원인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어야 해결 방법에도 뜻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문제는 실타래 처럼 얽혀 있는 것이라 한 두가지 바꿔서 해결 될 수 없다. 일단 가장 필요한 것은 근본 원인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다. 


이글이 교육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 만 한 글이라 생각하신다면 추천도 해 주시고, 널리 퍼날라 많은 사람들이 ‘수능폐지’에 대해 공감대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바란다. 


또한 수능 시험없이 어떻게 교육과 대입제도가 잘 운영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 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이 책은 캐나다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교육 모델을 보여주기 위해 쓴 것이다. (책소개는 그림 클릭)



다음엔 ‘표준시험제도 (Standardized Testing)에 대한 장.단점' 논쟁에 대해 알아 볼 것이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articleId=98628&bbsId=D102&searchKey=subjectNcontent&sortKey=depth&searchValue=%EB%A6%AC%EC%97%94%EC%A7%80%EB%8B%88%EC%96%B4%EB%A7%81&y=13&x=28&pageIndex=1
백성주=네오경제입니다.
위 링크한 글을 읽어보시면 원인과 과정과 해결책이 다 나옵니다.. ^ ^
내신성적제도는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제도이므로 아예 금지하는 것이 최선이죠... ^ ^
캐나다에서는 내신성적 위주로 대입 선발을 합니다. 그것이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에 충실하게 만들고 사교육이 열풍을 만들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합리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그렇게 하면 각종 편법이 난무해 내신 성적의 신뢰도를 떨어 뜨릴 수 있으므로 그것이 해답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윗 글은 수능시험 제도가 사교육 열풍을 만든는 근원임을 거꾸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지 내신성적에 의한 대입 선발을 주장하는 글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