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학부모님께

단풍나무 2016. 3. 3. 12:44


토론토에 사는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인기 주간지 "우먼파워"에 10회에 걸쳐 게제한 글입니다.  



저자: 박진동, 김수정 - 양철북 출판사




캐나다 교육이야기 (2)

경쟁과 비경쟁 한국과는 근본이 다른 캐나다 교육


내 아이는 학급에서 몇 등이나 할까?  아이가 초중고를 다니는 내내 그것이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었다. 사실 그걸 아는 학부모는 캐나다에 거의 없다.  캐나다의 모든 교육기관에서는 등수를  측정하거나 기록으로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성적표에는 과목별로 A, B, C, D, R (한국의 수우미양가)로 표시하며 A-, B+ 처럼  +, - 를 더해서 좀 더 세분하기는 하지만 점수로 표시하지 않는다.   중고교에서는 과목별로 성적을 점수(숫자)로 표시하지만 역시 석차는 표시하지 않고 과목별 평균 (Average) 또는 중간 (Median) 점수를 학생의 점수 옆에 보여줄 뿐이다. 그것으로 성적이 좋은 건지 나쁜건지 가늠할 수 있지만 다른 학생과 비교한 상대적인 성적은 알 수 없다.  또한 전과목 평균 점수도 나타내지 않아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등수를 모르면 공부를 얼만큼 잘하는지 알 수가 없어 부모는 자식 성적 자랑을 할 수가 없다.  자녀의 평균 점수가 92점 정도라고 하면 좋은 점수이기는 하지만 등수가 없는한, 자랑할 만한 점수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엄마들 사이에 아이들 성적이 대화의 소재가 되지 못한다.  아무개 아들이 1등이라든가 누구 아들이 10등하다가 2등을 했다든가 하는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수치가 있어야지 평균이 95점이라더라는 화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엄마들 사이에 성적이야기가 없으니 자연히 엄마 친구 아들은 중간고사 1등했다더라…”식의 엄친아 이야기로 자녀에게 스트레스 주는 일도 없다.   


등수를 모르면 자녀에게도 공부 채근하기가 어렵다. 자녀가 학급에서 5등을 했다면 한번 1등 해봐라. 1등하면 컴퓨터 사줄께... “ 등으로 채근할 수 있지만 90점 받아온 아이가 그게 반에서 제일 높은 점수라면  거짓말이 의심되긴 하지만 따져 묻기가 어렵다. 제일 높은 점수가 아니라도 이번 시험이 너무 어렵게 나와서 아이들 모두 점수가 안좋아요한다면 역시 할 말이 없다.  자녀들이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는 한국인  부모 입장에서는 이것이 많이 불편하고 답답하다.    


이러한 캐나다 상황과 비교해서 한국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아이들 행복에 중요한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에서도 초등학교까지는 석차를 보여주지 않지만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성적표를 통해서 과목별, 학급별 그리고 전교 등수가 매겨져 있다.  이것에 만족하는 부모는 아마 전교 1등 부모 밖에 없을 것이지만 그나마도 전국 모의고사를 통해 전국 등수를 확인하면 만족하고 안주 할 수 없다. 그 등수가 주는 의미와 그것으로 인해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는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이 더 잘 아실테니 굳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편리하게 내 아이의 학급, 학교, 지역, 전국 등수까지 알려주는 한국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더 높은 성적을 위해 비장한 결의에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 살 때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성적표의 석차가 캐나다에 와보니 상식이 아니었다.  어떤 분들은 한국적 상식에 목말라 캐나다 교육을 답답해하지만 아이들에게 등수를 매기지 않는 시스템이야 말로 캐나다 교육의 핵심 가치다.  그것에 감사할 줄 아는 부모는 캐나다에서 아이를 훌륭하게 키울 수 있다. 


한국에서  아이들을 공부하도록 만드는 동기부여는 경쟁이다. 그 경쟁시스템의 최고봉은 대학 수학능력평가시험 (수능시험) 이라는 전국표준시험제도다. 한국은 대학 간판이 인생의 성패를  좌지우지 하는 나라이니 그 관문에서 모든 학생들은 한판승부를 벌인다.  똑같은 문제에 정답을 누가 더많이 맞추는냐로 피말리는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한국의 중고등 교육은 모두 여기에 촛점을 맞추기 때문에  교육 문제는 대부분 여기서 파생된다. 전국의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한 한국의 교육문제는 영원히 풀릴 수 없다.  그 중요하고 중요한 수능시험이 캐나다에는 없다.  미국에도 있는데 말이다. 캐나다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는 핵심적인 이유다. 


캐나다에서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대학입학 관문에 표준시험제도가 없다.  앞서 이야기한 초중고에서 경쟁을 부추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학입학 전형에서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하나의 잣대로 비교 평가할 방법이 캐나다에는 없다.  한국에서 수능시험이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 절대적으로 중요해 보이는 표준시험도 없이 캐나다의 대학입학제도는  어떻게 객관성 시비없이 유지되고 있을까?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책을 썼고 여기에 연재하고자 하는 것이니 그것을 아는 분들은 앞으로 계속 연재될 글을 읽지 않아도 된다. 


전세계 교육계는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는 방법이 경쟁이라고 믿어 왔다.  경쟁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중국, 일본, 한국은 중고등 학생들의 학력이 세계 최고 수준을 지켜왔는데 그 믿음을 깨뜨린 것이 핀란드 교육이다.  참교육을 지향하는 교육자들은 학생들의 개성과 행복할 권리에 촛점을 두고 경쟁적인 방법이 아닌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노력을 해 왔다. 핀란드는 30여년간의 교육개혁을 통해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년마다 벌이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핀란드는2000·2003·2006년 잇따라 최고 성적을 내며 세계 교육계를 놀라게 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하는 국제 교육경쟁력 순위에서도 핀란드는 2004~2006년 줄곧 1위를 차지했다. 이후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등 여러나라에서 그 교육시스템에 관심을 가져왔다. 캐나다는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OECD 학력 평가에서 항상  상위권에 드는 교육강국이고 그것을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경쟁을 부축이지 않고 만들어 내고 있다. 학생들의 행복과 높은 학력 수준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고 있는 것이 캐나다 교육이다. 


캐나다가 비경쟁 교육을 지향하지만 내부에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학부모들이 자녀들이 공부안하는 것을 불안해 하듯이 캐나다 교육계에서도 불안해 하기는 한다. 교육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우려하며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표준시험을 보게해서 학력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래서 시행되는 것이 3, 6, 9학년의 표준학력측정 시험인 EQA (Education Quality and Accountability)Test 10학년 작문시험 (OSSLT, ontario Secondary School Literacy Test)이다.  EQA Test는 단순히 학력 측정을 위해 보는 시험으로 개별 학생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10학년 작문시험은 기준이하 점수를 받으면 고교 졸업장을 못받는다. 이러한 표준시험제도의 도입에 대해 반대의 우려(그 데이타가 부동산 중개인들에게만 필요할 뿐이라는 비난) 도 있지만 교육부에서는 학생 석차를 매기지 않아 학생간 경쟁을 유도하지 않고 시험결과를 학력 제고를 위한 지원을 위해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학부모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아이들을 공부하도록 만드는 동기부여는 경쟁이고, 경쟁 승리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면서 훈장처럼 달고다닐 일류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경쟁도 아주 극에 달해 있어 초등학생부터 저녁늦게까지 학원을 뺑뺑이돌고 있다. 이것은 교육계와 학부모에게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최악의 환경이 된다. 스포츠 처럼 등수를 매기고 1등을 향해 또는 더 높은 등수를 위해 노력하라고 하는 것 만큼 편리하게 공부시키는 방법이 또 있을까?  그걸 알지만 캐나다에서는 그런 방법을 쓰지 않는다. 그러면 캐나다에서의 동기부여 방법은 뭘까? 그것은 학생들 개개인 마다 다르고 그것을 함께 찾는 것이 부모의 숙제다.  아이들의 관심, 재능, 열정을 찾아 그들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일이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오로지 자기 가정에서 찾아야 한다. 비경쟁 교육은 아이들은 행복하게 하지만 부모에겐 이렇게 고민을 준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라면 기꺼이 하는 그런 고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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