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 악부론樂府論 - 오래된 노래 53. 54.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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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이백

2017. 7. 26.


이백 악부론樂府論 오래된 노래


53. 고랑월행古朗月行 밝은 옛 달

 

소시불식월小時不識月 어렸을 땐 달을 몰라

호작백옥반呼作白玉盤 하얀 옥쟁반이라 불렀지.

우의요대경又疑瑤臺鏡1) 또 요대瑤臺의 거울이

비재청운단飛在靑雲端 푸른 하늘 끝으로 날아왔나 했었지.

선인수량족仙人垂兩足 신선이 두 발을 늘어뜨린

계수하단단桂樹何團團2) 계수나무는 어이 그리 둥그렇던지.

백토도약성白兎擣藥成 흰 토끼가 약을 찧어 만들면

문언여수찬問言與誰餐 "누구와 나눠 먹니?" 물어도 보았지.

섬서식원영蟾蜍蝕圓影3) 두꺼비가 둥근 그림자를 먹어 들어가

대명야이잔大明夜已殘4) 환한 달이 밤중에 벌써 기우네.

예석락구오羿昔落九烏5) 그 옛날 예羿가 아홉 까마귀 쏘아 맞혀

천인청차안天人淸且安 하늘과 사람이 맑아지고 편했거늘,

음정차륜혹陰精此淪惑6) 그늘의 요정이 이리도 미혹되어

거거부족관去去不足觀 날이 갈수록 볼 것이 없네.

우래기여하憂來其如何 근심 안고 바라본 지 그 얼마인가

처창최심간悽愴摧心肝 비통한 생각에 가슴만 에이네.

 

해제

 

밝은 달에서 시흥을 끌어낸 노래로서, 악부시집樂府詩集에는 잡곡가사雜曲歌辭낭월행朗月行이란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백 이전에는 남조 송대宋代에 포조鮑照가 지은 노래가 있다.

 

해설

 

달은 이백이 가장 좋아하고 또 많이 읊조린 대상이었지만, 어두움마저 감싸는 그 여성적 포용력과 티 없는 모습에 이끌려 자신의 외로움을 하소연하거나, 가을 정취를 돋우기 위해 동원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작품과 같이 주 묘사 대상으로 다룬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

 

옥토끼가 계수나무 밑에서 약을 찧고 있는 티 없이 맑은 유년의 달에는 어느 덧 그늘이 드리워진다. 두꺼비가 먹어들어 이지러진 달이 유독 그의 근심을 자아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이지러진 달, 윤혹淪惑된 달이라는 표현 속에는 이미 상징적 의미가 부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유년 이후의 달은 못된 두꺼비에게 먹혀들어가는 개탄스러운 존재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앞서 예시한 작품들 속에 담긴 이백의 강한 정치 성향을 고려한다면, 달은 당대 군왕의 성총을 어지럽히며 파멸의 길을 자초하고 있는 양귀비楊貴妃, 엄습해 오는 어두움은 다가올 안록산安祿山과 사사명史思明의 난에 대한 징조라는 주석가들의 해석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각주

 

1 요대瑤臺 신선이 산다는 누대.

2 단단團團 둥그런 모양.

3 섬여蟾蜍 두꺼비.

중국에는 달에 두꺼비가 살고 있어서 그 두꺼비가 달을 먹어들면 월식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4 대명大明 달을 일컫는다.

5 羿 태고시절 요임금 때 열 개의 태양이 한꺼번에 빛나서 초목이 다 말라죽었다. 이에 요는 예를 시켜 아홉 개의 해를 쏘아 그 안에 살고 있던 까마귀를 죽였다고 한다.

6 음정陰精 달을 일컫는다.

 

 

54. 상지회上之回 임금님은 회중으로

 

삼십육리궁三十六離宮1) 서른여섯 별궁

루대여천통樓臺與天通 누대는 하늘로 솟았는데

각도보행월閣道步行月2) 떠가는 달 아래 회랑을 걸으며

미인수연공美人愁烟空 미인은 아련한 수심으로 부질없네.

은소총불급恩疏寵不及 걸음 뜸하시고 괴옴도 전만 못해

도리상춘풍桃李傷春風 봄바람에 복사꽃 시들어가건만,

음락의하극淫樂意何極 질탕한 즐거움 언제 끝내려는지

금여향회중金輿向回中3) 금빛 가마는 회중回中을 향하네.

만승출황도萬乘出黃道4) 만 대 수레가 황도黃道로 나서고

천기양채홍千騎揚彩虹5) 천 명의 기병이 오색 깃발 날리네.

전군세류북前軍細柳北6) 앞선 군사들은 세류細柳 북쪽에

후기감천동後騎甘泉東7) 후미 기마병은 감천甘泉 동쪽에.

기문위천로豈問渭川老8) 어이 위천渭川 노인에게 물어보거나

녕요양야동寧邀襄野童9) 양야襄野의 아이에게 자문을 구하리.

단모요지연但慕瑤池宴10) 그저 요지瑤池의 잔치만 생각하며

귀래락미궁歸來樂未窮 돌아와서도 그 즐거움 끝이 없고녀.

 

해제

 

본래 회중(回中 감숙성甘肅省 고원현固原縣)까지 길을 낸 한나라 무제武帝의 덕을 기린 노래로서 고취곡사鼓吹饒歌 중의 하나이다.

 

해설

 

한대漢代의 백성들은, 흉노에게 빼앗겼던 회중回中의 궁궐을 되찾고 그곳에 이르는 길을 개통시킨 한무제武帝의 공적을 기리며 상지회上之回를 노래하였다.

 

이백은 한악부樂府와 동일한 표제標題의 작품을 짓는 가운데, 국력을 키워나가며 승승장구했던 한나라 임금과, 정치에 소홀하기 시작한 당 현종의 차이를 은근히 부각시키면서, 현종의 무분별을 우려하는 쪽으로 내용을 몰아간다. 여기에서 우리는 기존 악부의 내용을 힘써 모방하던 의악부擬樂府의 굴레를 넘어, 고전적인 틀 속에 당대 현실과 주관적 감정을 담아내려는 이백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임금의 방탕함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 위해 총애를 잃은 왕비를 등장시키고 자신의 목소리를 감추는 대목에서, 이백 특유의 우회적 표현법을 이해하게 된다.

 

각주

 

1 이궁離宮 장안에 있는 36개의 별궁.

2 각도閣道 건물 사이에 지붕이 있는 길.

3 회중回中 감숙성 고원현固原縣.

매우 험준한 곳이었는데, 무제武帝가 그 곳을 행차하면서 길을 닦았다.

4 황도黃道 해가 다니는 길. 곧 천자가 다니는 길.

5 채홍彩虹 오색 깃발.

 

6 세류細柳 지금의 섬서성 장안현長安縣 서남쪽이다.

7 감천甘泉 지금의 섬서성 부시현膚施縣 남쪽이다.

8 위천로渭川老 태공망太公望 여상呂尙을 가리킨다.

의 서백(西伯, 文王)이 사냥 나가기 전에 점을 치니, 용도 아니요 이무기도 아니며, 호랑이나 곰도 아닌 것을 잡아 세상을 다스리는 데 크게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괘가 나왔다. 이윽고 사냥을 나갔다가 위수渭水의 북쪽에서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던 여상呂尙을 만나, 그를 수레에 태워 돌아와 스승으로 삼았다고 한다. 악부 국가행참조.

9 양야동襄野童 양성襄城 들판의 아이.

황제(黃帝; 軒轅氏)가 대외大隗를 만나러 구자산具茨山으로 가다가, 성인들도 길을 잃었다는 양성襄城의 벌판에 다다랐다. 그 곳에서 어떤 목동을 만나 길을 안내받고는,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 여겨 세상 다스리는 법을 물어보았다고 한다.

10 요지瑤池 서왕모西王母가 산다는 신선계의 연못.

목왕穆王이 여덟 마리의 준마를 타고서 서왕모를 찾아가 이곳에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 여기서는 질탕한 술자리를 뜻한다.

 

 

55. 독불견獨不見 임 그리워

 

백마수가자白馬誰家子 백마 탄 이, 뉘 집 남정네인가

황룡변새아黃龍邊塞兒1) 황룡성黃龍城 수자리 지키는 저 병사.

천산삼장설天山三丈雪 천산天山엔 세 길 눈

기시원행시豈是遠行時 어이 먼 길 떠날 때이랴.

춘혜홀추초春蕙忽秋草 봄 난초 피더니 가을 풀 버석이고

사계명곡지莎雞鳴曲池2) 굽이치는 연못가에 귀뚜리 운다.

풍최한사향風催寒梭響3) 바람은 찬 베틀 북 재촉하며 울리고

월입상규비月入霜閨悲4) 싸늘한 규방에 달빛마저 서러워라.

억여군별년憶與君別年 그대와 헤어질 때 돌이켜보니

종도제아미種桃齊蛾眉 그 때 심은 복숭아 내 키보다 작더니만,

도금백여척桃今百餘尺 복숭아나무 이제는 백 척도 넘어

화락성고지花落成枯枝 꽃 지고 가지만 앙상하고녀.

종연독불견終然獨不見 끝끝내 그 임 보이지 않고

류루공자지流淚空自知 부질없이 홀로 눈물 흘리노라.

 

해제

 

본디 그리워도 만나지 못해 안타까운 심정을 노래한 악곡인데, 당대唐代에는 작품 안에 '그리워라[獨不見]'라는 구절을 넣어 상사相思의 정을 노래하는 것이 유행하였다. 잡곡가사雜曲歌辭 중의 하나이다.

 

해설

 

변방에 출정한 낭군을 그리는 고향 아내의 노래로, 악부 새하곡 4와 내용이 무척 유사하다. 이 작품의 묘미는 되묻는 형식을 빌려 여성의 완곡하고 절절한 정을 묘사한 제 3, 4구에 있다. , 거국적 명분을 위한 전쟁 때문에 기약도 없이 지아비와 이별해야 하는 한 아낙의 기막힌 상황을 "눈 쌓인 한겨울에 이별이 웬 말인가."라는 물음으로 표현한 대목에서, 여성의 한을 헤아려 곡진하게 표현해 내는 이백의 능력을 엿볼 수 있다.

 

각주

 

1 황룡성黃龍城 섬서성陝西省 황룡산黃龍山에 있는 수자리를 일컫는다.

2 사계莎雞 귀뚜라미. 일설에는 베짱이라고도 한다.

3 한사寒梭 차가운 베틀 북. 를 종(종려나무)로 표기한 판본이 있지만, 남방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여서, 1, 2구를 비롯한 작품 배경 묘사로 적합하지 않다.

4 상규霜閨 임이 없어 썰렁한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