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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또 만납시다”, 영화 노트북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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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후기

2021. 3. 5.

꼭 또 만납시다”, 영화 노트북을 보고

 

 

요즘 들떠 있는 것 같다. 잠을 잘 못 이룬다. 잠이 달아나 버리자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에 TV를 보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영화채널로 향한다. 씨네프(Cinef), 오씨엔(OCN), 스크린(Screen), 씨지브이(CGV)는 단골채널이다.

 

씨네프에 시선이 멈추었다. 좋아하는 멜로 장르였기 때문이다. 오른쪽 상단 자막에는 ‘21세기 최고의 로맨스라고 되어 있다. 영화 노트북(The Notebook, 2004)을 말한다.

 

 

자막에는 레이첼 맥아담스 X 라이언 고슬링이라고 되어 있다. 주연배우 이름이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믿고 본다. 이름은 익숙하지 않지만 얼굴은 익숙하다. 이영화 저영화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영화 노트북(The Notebook, 2004)

 

레이철 맥아담스는 앨리역()이고, 라이언 고슬링은 노아역()이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이다. 첫사랑의 사랑이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이르렀다. 그러나 앨리는 말년에 치매에 걸렸다.

 

영화를 처음부터 보지 못했다. 중간에서 보았지만 완주했기 때문에 줄거리는 파악되었다. 말년의 노아가 치매에 걸린 아내 앨리를 위해서 책을 읽어 주는 것부터 보았다. 그 책은 노트북이다.

 

 

노트북은 컴퓨터 노트북이 아니다. 글씨로 되어 있는 책을 말한다. 노트북을 읽어 주자 영화는 과거 연애하던 젊은 시절과 치매에 걸린 늙은 시절의 앨리를 보여준다.

 

젊은 시절 앨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첫사랑의 애인을 선택할 것인지 약혼자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어느 멜로 영화에서나 마찬가지로 첫사랑의 애인은 별 볼일 없다. 그러나 약혼자는 남부 재력가 집안으로 모든 것을 갖춘 완벽남이다.

 

앨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러나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약혼을 앞둔 앨리는 첫사랑 연인 노아를 보자 마음이 변했기 때문이다. 관계를 정리하고자 찾아 갔으나 격정적인 사랑에 휘말렸다. 그리고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

 

우린 이제 어쩌죠?”

 

흔히 내로남불이라고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다. 앨리와 노아의 하룻밤은 로맨스일까 불륜일까? 약혼상태이기 때문에 불륜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도덕적인 책임은 면할 수 없다.

 

앨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약혼자에게 돌아 갈 수도 없고, 첫사랑의 연인 노아에게도 돌아 갈 수도 없다.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첫사랑은 어떻게 할거야?”라고 묻는다. 이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르겠어.”라는 말이다.

 

영화 닥터지바고가 있다. 아름다운 설원을 배경으로 영화가 펼쳐진다. 둘은 극적으로 만난다. 그러나 유부남 유부녀가 되어서 만난다.

 

유부남과 유부녀는 추운 겨울 설원 별장에서 하루밤을 보낸다. 일이 끝났다. 여자는 팔베개를 한 남자에게 우린 이제 어쩌죠?”라며 조심스럽게 물어 본다. 남자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답은 나도 모르겠오.”이다.

 

 

로맨스와 불륜의 차이는 대화에 달려 있다. 여자가 이제 우린 어쩌죠?”라고 남자에게 물으면, 남자는 나도 모르겠소.”라고 답하는 것이 공식화되어 있는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다. 자신들의 행위가 떳떳치 않음을 말한다. 불륜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불륜도 아름답게 처리한다. 마치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 것 같다. 영화 닥터 지바고가 그렇고 노트북도 그렇다.

 

꼭 또 만납시다

 

영화 노트북은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노트북을 읽어 주면 과거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읽고 나면 현실이다. 형편없이 늙어 버린 남자 앞에는 역시 형편없이 늙어 버린 여자가 앉아 있다.

 

여자는 남자에 그 다음엔 어떻게 되었어요?”라고 묻는다. 이 과정에서 여자는 기억이 되살아 났다. 다시 아내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마치 극적으로 재회하는 것 같다.

 

 

불과 몇 분전까지만 해도 여자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어느 순간 기억이 되돌아오자 둘은 극적인 재회를 했다. 노트북 속의 주인공은 부부였던 것이다. 기억이 되돌아온 앨리는 우리잖아” “우리야, 우리였어라며 눈물을 흘리며 껴안는다. 이에 노아는 여보, 내사랑이라고 말한다.

 

 

재회는 오래 가지 않는다. 여자는 갑자기 돌변한다. 소스라치듯 놀라며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라고 소리치기 때문이다. 다시 치매환자로 되돌아 간 것이다. 불과 5분도 안되는 짧은 만남에 그친 것이다.

 

 

영화 노트북은 로맨스영화일까? 치매관련 영화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치매에 걸린 여인에게 과거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기억을 되살리려고 한다. 그런데 어쩌다 종종 기억이 되돌아올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우 짧다.

 

기억이 되돌아오는 시간은 불과 몇 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때 둘은 재회한다. 그러나 재회기간은 짧다. 여자가 또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남자는 짧은 재회를 아쉬워하며 꼭 또 만납시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집단치매에 걸렸는지도

 

주변에 치매를 앓다 돌아 가신 분들이 있다. 처음 치매 증상이 발생되었을 때 무척 당황하는 것 같다. 날이 갈수록, 해가 갈수록 기억이 지워지기 시작하면 가족도 알아보지 못한다.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도 보여준다. 마치 남이나 다름없다.

 

옛날에는 치매라는 말이 없었다. 그대신 노망(老妄)이라는 말은 있었다. 똑 같은 말이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쇠퇴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백세시대에 이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망각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우리는 집단으로 치매에 걸렸는지 모른다. 태어나는 순간 깨끗이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다시 세팅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전 생을 기억할 수 없다.

 

이전 생을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도로 집중하면 가능할 것이다. 초기경전에서는 네 번째 선정상태에서 가능하다고 했다. 사선정 상태에서는 전생을 볼 수 있는 숙명통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마음이 통일되어 청정하고 순결하고 때 묻지 않고 오염되지 않고 유연하고 유능하고 확립되고 흔들림이 없게 되자 나는 마음을 전생의 삶에 대한 관찰의 지혜로 향하게 했습니다. 이와 같이 나는 전생의 여러 가지 삶의 형태를 기억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번 태어나고 두 번 태어나고 세 번 태어나고 네 번 태어나고 다섯 번 태어나고 열 번 태어나고 스무 번 태어나고 서른 번 태어나고 마흔 번 태어나고 쉰 번 태어나고 백 번 태어나고 천 번 태어나고 십만 번 태어나고, 수많은 세계가 파괴되고 수많은 세계가 생성되고 수많은 세계가 파괴되고 생성되는 시간을 지나면서, 당시에 나는 이러한 이름과 이러한 성을 지니고 이러한 용모를 지니고 이러한 음식을 먹고 이러한 괴로움과 즐거움을 맛보고 이러한 목숨을 지녔고 나는 그 곳에서 죽은 뒤에 나는 다른 곳에 태어났는데, 거기서 나는 이러한 이름과 이러한 성을 지니고 이러한 용모를 지니고 이러한 음식을 먹고 이러한 괴로움과 즐거움을 맛보고 이러한 목숨을 지녔었다. 그 곳에서 죽은 뒤에 여기에 태어났다.’라고 이와 같이 나는 나의 전생의 여러 가지 삶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상세히 기억했습니다.”(M36)

 

 

니까야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숙명통 정형문이다. 마음을 고도로 집중하면 과거 전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이름도 기억할 수 있고, 어떤 괴로움과 즐거움을 맞았는지도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숙명통이 열려서 과거생을 기억한다면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자 한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즐거운 일보다는 괴로운 일이 더 많았던 것같다. 하물며 과거생은 어떠했을까? 어느 생은 극악무도한 살인자로 살았는지 모른다. 어느 생은 파렴치한으로 살았는지 모른다. 그 과보로 악처에 떨어져서 한량없는 세월동안 고통을 겪었을지 모른다.

 

과거생이 좋았던 일보다 안좋았던 일이 더 많은 것이라면 숙명통은 괴로울 것 같다. 범부들이 태어날 때 리셋되어 전생을 기억하게 못하는 것은 잘 된 것이라 생각한다.

 

현생에서 이번생의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영광스러웠던 것도 있지만 부끄럽고 창피한 것도 많다. 좋았던 기억만 남고 좋지 않았던 기억은 지워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치매는 인정사정없는 것 같다.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모두 지워버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린 만난적이 있죠?”

 

어제 만났던 사람을 오늘 만난다. 요즘은 가상공간에서도 만난다. 만나면 반가운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기억력을 상실한다면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날 것이다.

 

치매에 걸리면 사오십년을 함께 산 사람도 낯선 사람이 되어 버린다. 망각의 늪에 빠졌을 때 잊혀진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우연히 본 사람도 언젠가 만난적이 있었을 것이다. 한량없는 과거생에서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이 생에서도 만난 것이다. 소중한 인연이다. 이럴 때 우린 만난적이 있죠?”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린 전에 만난 적이 있는데
아마 당신은 기억을 못하나 봐요.
우리는 밧줄로 엮어진 다리 위에서
차를 함께 마셨었죠.

티베트에 있는
산기슭 옆
폭포 근처
강가에서..

깊은 안개에 싸인 시절,
그 당시 모든 날들을 기억해보세요.
당신은 아빠, 난 아이었고
우린 역할을 계속 바꾸었죠..

매번 다른 문화에서
이러한 인생의 게임들을 하면서
난 당신이고, 당신은 내가 되어.
우린 마치 하나인것 같았어요.

아버지 아들, 어머니와 어린아이..
연인, 배신자, 성인
우리의 운명이 서로 뒤엉켜 있기에
이러한 다른 역할을 맡았던거에요.”
(We have met before,
세실리아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H7L-fE6o-oM )

 

 

2021-03-0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