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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 있는 한 매일 앉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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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기

2021. 4. 30.

나는 살아 있는 한 매일 앉아 있으리라

어제 오늘 참담한 패배를 맛보았다. 마치 난공불락의 성을 공략하는 것 같다. 한두시간 간격으로 앉아 보았지만 30분을 넘기지 못했다. 혼침이 큰 이유이다.

앉아 있는다고 명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앉은지 20분 이면 결판 나는 것 같다. 20분 이내로 호흡을 잡지 못하면 괴로운 시간이 된다. 망상으로 시간 보내다 패퇴하기 마련이다. 또하나 강력한 적은 혼침이다. 흐리멍덩한 상태로 있다 시간 보내는 것이다.

망상과 혼침이야말로 명상의 최대 적이다. 어제와 오늘 이틀간 대여섯번 시도 했지만 번번히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얻은 것도 있다. 실패했어도 계속 시도해 보았다는 것이다. 전에 없던 일이다.

전에는 어쩌다 한번 앉았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앉았다. 그러다 보니 앉는 빈도가 점점 줄어 들었다. 명상은 선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명상은 해도 그만이고 안해도 그만이 되었을 때 하지 않게 되었다. 명상공간을 만들어 놓았지만 무용지물이 되었다.

어떤 일이든지 결심이 있어야 한다. 마음의 각오가 되어 있으면 불굴의 투지를 발휘할 수 있다. 일종의 서원이라고 볼 수 있다.

서원이 있어야 한다. 나는 서원이 있을까? 막연한 서원은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부처가 되겠다는 큰서원은 아니다. 제석천의 7대 서원 중에 이런 서원도 있다.

"나는 살아 있는 한 화내지 않으며 만약 나에게 화가 나면 곧바로 그것을 제거하리라."(S11.11)

제석천의 7대 서원 중에 성냄과 관련 된 것이다. 살아 있는 한 화내지 않은 것을 서원한 것이다. 바라문 학생 마가는 7대 서원을 실천하여 삼십삼천에서 신들의 제왕, 제석천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 명상을 잘 할 수 있을까? 먼저 서원이 있어야 겠다. 하루 30분 이상 앉아있기 서원이 가장 큰 것이다. 간단한 것 같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작년 1월 명상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일감이 있으면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활용하지 않았고, 의무적 글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글쓴다고 앉아 있지 않았다. 30분 앉아 있을 시간도 내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해도 그만이고 안해도 그만이라는 선택적 명상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이제 서원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더 이상 선택적 명상에 머무를 수 없다. 제석천의 7대 서원 문구를 빌어서 "나는 살아 있는한 매일 명상하리라."라고 서원을 해야 한다.

사람에게는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교육의 의무 등 사대의무가 있듯이 개인적으로도 의무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일종의 서원이기도 하고 결심이기도 하다. 특히 결정바라밀이기도 하다.

바라밀은 목숨걸고 하는 것이다. 초월의 길을 가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명상도 목숨 걸 필요가 있다. 본래 수행은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수행은 해도그만 안해도그만이 아니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다. 나는 수행을 잘 할 수 있을까? 글쓰기 하는 것처럼 생활화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먼저 습관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앉아 있기 버릇 하면 얻는 것이 많다. 자연스럽게 청정한 삶이 이루어진다. 마음이 혼탁한 상태에서 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앉고 나면 마음이 청정해진다. 낮이든 밤이든 앉아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계행은 자동적으로 지켜질 것이고 청정은 부수적으로 따라 오는 것이다.

호흡을 잡으면 그날은 홈런친 것이다. 설령 잡지 못했어도 부수적으로 따라 오는 청정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앉아 있는 것이 좋다. 더 나아가 위빠사나 16단계 지혜의 초석이 된다. 나는 살아 있는 한 매일 앉아 있으리라.

2021-04-3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