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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하이가 아닌 과달카날에, 영화 남태평양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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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후기

2021. 6. 11.

발리하이가 아닌 과달카날에, 영화 남태평양을 보고

 


남태평양을 언제 보았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 나지 않지만 중학교때였던 것 같다. 분명하지 않지만 아마 중2때 중간고사가 끝나는 날 단체 관람했던 것 같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한극장에서 봤다는 것이다. 화면이 휘어져 있었다. 시네마스코프 화면이었다.

 


남태평양은 환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대형화면에서 보여주는 영화는 압도적이었다. 수많은 키스장면도 있었다.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되는 학생들에게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어떤 이유로 단체관람하게 했는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날 때 마다 단체관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학교는 서울시내에 있었다. 연지동에서 출발하여 종로5가를 거쳐서 걸어갔다. 충격파는 오래 갔다. 이후에도 종종 영화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발리하이라는 말이 남았다. 발리하이는 환상의 섬이다. 남태평양에 정말 그런 섬이 있는지 한동안 생각했다.

영화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는다. 단편적인 장면이 드문드문 떠오른다. 하얀도화지 같은 시절에 영화가 채색되었다. 지금까지도 영화 몇몇 장면이 기억난다.

유튜브시대에 남태평양을 다시 보았다. 깨끗한 화면에 자막까지 있어서 극장에서 보는 것 못지 않다. 그때처럼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옛날 생각하며 보았다. 74년도에 처음 보았으니 무려 47년만에 본 것이다.

영화는 1958년에 개봉되었다. 63년전의 일이다. 74년에 보았으니 영화가 나온지 16년만에 처음 보았다. 그리고 47년이 지난 후에 두 번째로 보았다. 그러고 보니 중2때 보았을 때는 그다지 옛날 영화는 아니었다. 지금 보니 엄청나게 오래된 영화가 되었다.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영화를 보고 또 보았다.

그때 당시 배우중에는 죽은 사람도 있고 살아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속에서 사람들은 나이도 먹지 않고 늙지도 않는다. 청소년 시절에 보았던 배우들은 지금 반백이 된 나이에 다시 보았을 때나 변함이 없다. 인생은 무상하지만 영화속 인물은 영원한 것 같다.

 


영화는 아름다운 남태평양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이고 뮤지컬 영화이다. 또한편으로 전쟁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전세역전'이라는 말이 나온다. 수세에 처한 미군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보고자 하는 장면이 있다. 이에 정찰조를 파견하는데 현재 지도상 어느 섬인지 알 수 없다. 영화에 나오는 지도를 근거로 하여 추정해 보면 과달카날 북쪽에 있는 러셀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영화는 낭만적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전쟁의 그림자가 있다. 낙원과 같은 남태평양에 전쟁광들의 탐욕에 의해 저질러진 전쟁으로 인하여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과달카날과 사보섬의 해역에서는 함대함 전투가 벌어져서 군함이 수십척 침몰 되었다. 그래서 이 해역에 대하여 'Ironbottom Sound'라고 한다.

 


요즘 유튜브에서 태평양전쟁에 대한 영상을 보고 있다. 주로 과달카날에 대한 것이다. 과달카날에 대한 영화도 있다. '씬 레드 라인'같은 영화를 말한다.

과달카날은 태평양 전쟁당시 낭만과 환상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늘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었다. 죽은 자들로 넘쳐 나는 곳이기도 하다. 얼마나 많은 군함과 비행기가 침몰 되었으면 'Ironbottom Bay'라고 했을까?

영화 남태평양을 보고서 영화의 현장을 찾아 가보고 싶었다. 영화 속의 환상의 섬 발리하이는 아니다. 통가제도에 있는 것으로 묘사 되어 있으나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 영화속에서 야자나무가 휘어진 멋진 장면도 가보고 싶은 곳은 아니다. 진짜 가 보고 싶은 곳은 과달카날이다.

 


수십척의 군함과 비행기가 침몰된 Ironbottom Bay를 보고 싶다. 또 난파된 군함도 보고 싶다. 전쟁광들의 탐욕에 의해 저질러진 역사의 현장을 보고 싶다.

요즘 유튜브에서 과달카날에 대한 영상자료를 보고 있다. 그러다가 걸린 것이 영화 남태평양이다. 중학교때 본 것을 다시 보니 옛날 일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마치 그때 당시에 가 있는 것 같다.

세월은 흘렀어도 정서는 여전하다. 영화는 그대로 있는데 세월만 흘렀다. 세월은 중2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환상의 섬이 아닌 과달카날에 한번 가보고 싶다.

2021-06-1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