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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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불혹이 되자 다급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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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의연꽃

2021. 9. 26.

나이가 불혹이 되자 다급해졌는데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로지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하자고 말한다.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면 후회와 회환이 더 많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단지 희망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를 회상하고자 한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아쉬운 것이 많다. 잘 살았다기 보다는 잘 못 살았다고 본다. 지난 삶에 불만인 것이다. 어떤 이유일까? 그것은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은 것도 있다. 물론 배우고자 하는 열망도 없었다. 그저 세상 흐름대로 살았을 뿐이다.

 

세상 흐름이 있다. 세상사람들이 사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어떤 것인가? 그것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다. 이 세 가지가 세상 사람들 삶의 방식이다. 나 또한 이런 삶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나이가 불혹이 되자 다급해졌다. 이대로 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까지 세상의 흐름대로 살았으나 그렇게 살았더니 잘 안된 것이다. 인생이 꼬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내뜻대로 되지 않았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다.

 

나이가 마흔이 되면 반절 산 것이나 다름없다.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하여 고민하게 된 것은 삼십대 후반부터 일이다. 집과 회사만 왕래하는 삶에서 벗어나 보고 싶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뿐이었다. 또 그렇게 한해, 두 해 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불교공부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어떻게 불교공부를 해야 할까? 책을 접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불교관련 서적을 몇 권 사서 읽었다. 사십대 초반에 읽은 것 중의 하나는 금강경이다. 김용옥의 금강경을 말한다.

 

금강경이라는 말은 들어 보았다. 유명한 책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로만 듣던 금강경을 접한 것은 도올 김용옥의 금강경을 통해서였다. 불교인이 아닌 철학자가 쓴 것이다. 또한 비불교인이 쓴 것이다. 읽어 보았지만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심오하거나 너무 난해해서 그랬을 것이다.

 

책으로 불교를 접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제대로 불교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절에 다닐 필요성을 느꼈다. 절에 가면 인생해법이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찾아 간 곳은 삼막사였다. 종무소 담당에게 물었더니 우리 절은 기도도량입니다. 불교공부를 하려면 광명에 있는 절로 가십시오.”라고 말했다. 광명에 불교교리를 가르쳐 주는 금강으로 시작되는 포교당이 있다고 했다.

 

안양에서 광명까지는 거리가 멀다. 가까운 곳을 찾아보았다. 한마음선원이 생각났다. 삼막사 가는 길 산업도로 변에 있는 절로서 겉보기에도 규모가 컸다. 어느 해 일요일 용기를 내서 홀로 찾아 갔다. 마침 일요법회를 하고 있었다. 그때가 아마 2002년이나 2003년이었던 것 같다.

 

일요법회가 끝나자 새로 온 사람들을 모이라고 했다. 어느 비구니 스님이 나와서 설명했다. 그러나 스님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무언가 지프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용기를 내서 가 보았는데 끌어당기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날 하루 간 것으로 끝났다.

 

해가 지날수록 점점 초조 해졌다. 삼십대 후반부터 불교공부를 하고자 했으나 마음만 있을 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용기를 내서 절을 찾아가 보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번에는 강남에 있는 능인선원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먼저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불교공부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딱 맞는 곳이었다. 문제는 시간을 내는 것이었다.

 

능인선원은 2004 3월부터 다녔다. 저녁시간에 강의하는 불교교양대학을 말한다. 일주일에 두 번 다녔다. 매주 두 번 저녁에 시간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고위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분당 야탑에 있는 작은 벤처회사 다녔었는데 명색이 연구소장이었다. 본사는 아산에 있었다. 사장은 아산에 있는 공장에서 상주했다. 이런 이유로 눈치 볼 것이 없어서 저녁에 시간 낸 것이다.

 

직장생활 하다 보면 저녁시간 내기가 힘들다. 저녁에도 일을 해야 했다. 직장에서 저녁밥을 먹고 일하다 귀가하면 아홉시가 넘기 일쑤였다. 직위가 낮으면 저녁시간에 무언가 배운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불교교양대학에 다니고 싶어도 시간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분당에 있는 회사에 다니면서 최고 책임자가 되다 보니 저녁시간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불교와의 인연은 2004년 능인선원 불교교양대학 입교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한번 들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들었다. 듣다 보니 재미가 있었다. 지광스님 법문하는 것이 마치 원맨쇼 하듯이 대중들을 웃기게 하기도 하고 심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번 관심을 갖게 되자 진지한 자세로 경청하게 되었다. 이후 한번도 빠짐없이 들었다.

 

인생후반은 불교와 함께 하고 있다. 마흔전까지를 인생전반부라고 본다면 인생전반부에서는 세상의 흐름대로 살았다. 세상은 그렇게 사는 것인 줄 알았다. 가장 두려운 것은 미래가 불안한 것이었다. 직장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믿을 것은 돈 밖에 없었다. 노후를 대비해서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모아 놓고자 했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대한 관심이 많던 시기이기도 했다.

 

불교를 접하고 나서 욕망이 누그러졌다. 더 이상 돈을 벌기 위해서 올인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시간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시간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돈은 벌지 못해도 시간을 내것으로 만든다면 돈 버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월급생활자라면 자신의 시간을 바친 대가로 급료를 받는다. 그러나 개인사업자라면 시간 부자가 되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마침내 시간 부자가 되었다. 회사에서 2005년에 퇴출당한 것이다. 불교교양대학을 들어가고 난 일년후의 일이다. 수입은 적고 불안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많아서 불교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스스로 공부한 것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부터 더욱 가속화되었다.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보면 생존투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을 떠나면 죽을 것 같은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의 흐름대로 살게 되었다. 아침부터 저녁늦게까지 직장에 매여 있으니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생활이 계속되었다. 그런 생활을 무려 20년 했다. 그 동안 수많은 회사를 옮겨 다녔다.

 

나이가 마흔이 되자 큰 위기감을 느끼고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라며 불교공부를 하고자 했다. 능인선원에 다닌 것이 계기가 되어서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불교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 듣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2005년 블로그를 만들고, 2006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요즘 과거 기록으로 남긴 것을 책으로 엮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책은 2012년 담마에 대해서 쓴 것이다. 책제목을 ‘33 담마의 거울 2011 II’로 정했다. 33번째 책이다. 책은 2012222일부터 323일까지 담마에 대한 글로서 17개의 글이 실려 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여성의 존재가 무슨 상관이랴?

2. 구두 수선방에서 본 부처님말씀

3. 영화나 드라마 같은 일이 닥쳤을 때

4. 나는 말한다고 하지만

5. 전체상도 부분상도 취하지 않는다

6. 우리는 왜 고통받는가, 마하시 사야도 고성제법문

7. 행복의 조건과 파멸의 조건

8. 갈애는 다시 태어남을 가져오고, 마하시 사야도 집성제법문

9.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부처님

10. 없이 계시는 분과 빠빤짜

11. 열반은 죽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해탈과 멸성제

12. 승리자 부처님과 십호(十呼)

13. 얽히고 설킨 매듭을 풀려면

14. 부정과 긍정의 언표로 묘사된 열반

15. 고기 좀 먹는 것 가지고

16. 출가지침서 같은 랏타빨라경

17. 번뇌들의 가라 앉음이 행복

 

 

나이가 마흔살이 되었을 때 위기를 느껴 불교에 입문하고자 했다. 그 꿈은 2004년 능인선원 불교교양대학 다니는 것으로 실현되었다. 그러나 이후 불교공부는 스스로 했다.

 

불교공부를 하다 보니 초기불교가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당연히 니까야가 있는 것도 알게 되었고, 아비담마와 청정도론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새로운 하늘과 땅이 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를 매일매일 글로 표현했다. 그리고 블로그에 올려 놓았다.

 

2004년 불교를 정식으로 접한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불교와 함께 살고 있다. 인생후반부는 불교와 함께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불교이다. 불교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배우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불교는 새로운 하늘과 땅이다. 마치 신천지나 다름없다. 가르침을 접하면 인식의 지평이 확대되는 것 같다.

 

과거에 쓴 것이 이제 시절인연이 되어서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번 책은 ‘33 담마의 거울 2011 II’ (2012.2.22~3.23)로서 350페이지에 달한다. 이렇게 책의 서문을 쓰게 되었다.

 

 

2021-09-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