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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무위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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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의연꽃

2021. 11. 28.

노인의 무위도식


일단의 노인들이 몰려오고 있다. 처음에는 한두명 몰려 다녔는데 이제는 다섯명으로 불었다. 나는 그들이 무엇을 하고 오는지 알고 있다.

아파트로 이사온지 1 3개월 되었다. 작년 8월에 이사 왔는데 그동안 아파트는 많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아파트 겉모습이 바뀐 것이다. 도색작업을 한 결과 새아파트같이 되었다.

아파트도 동조화 되는 것 같다. 최근 새아파트단지 건설이 끝났다. 살고 있는 바로 옆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건설되었는데 기존 아파트와는 다른 형태이다. 마치 사무실을 연상케 한다. 아파트 베란다가 보이지 않다. 이런 구조는 에어컨 설치를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된다. 중앙냉방시스템을 채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새아파트단지는 기존 아파트 단지를 가렸다. 그 결과 일조권을 침해하게 되었다. 이에 보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 보상액의 일부를 도색작업 비용으로 사용한 것이다. 새아파트단지와 비교해서 낡아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색작업 하기 전에 세 가지 시안이 있었다. 입주자들이 선택한 시안에 따라 도색작업에 들어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새아파트단지 콘셉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아파트 측면 일체를 짙은 회청색으로 도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회색과 짙은 청색으로 컬러풀하게 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아파트를 상징하는 로고에 불이 들어오게 해 놓았다. 도색이 완성되고 나니 18년 된 오래된 아파트단지가 마치 새아파트단지의 일원이 된 듯하다. 이를 아파트공조화 현상이라 해야 할것이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동은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하여 양쪽에 25가구씩 50가구가 살고 있다. 사이즈는 크지 않다. 스물세평이다. 평수가 작아서인지 젊은 층이 많은 것 같다. 동시에 노인들도 많이 사는 것 같다.

종종 노인들과 마주친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사람보기 힘들다. 같은 층 이웃이 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함께 탄 적이 없다. 그러나 남자 노인들은 자주 마주친다. 이제 눈이 익었다. 처음에는 한두명이었으나 다섯명이 되었다. 나이는 70이 넘은 것 같다. 건강은 대체로 좋은 것 같다. 그들을 왜 자주 보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이 담배피로 가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 있다. 단독건물로 지어진 경비동 바로 뒤에 흡연장소가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흡연장소는 아니다. 하나 둘 모여서 피다 보니 단지에 있는 노인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도 이용하는 장소가 되었다. 특히 젊은 여성이 담배를 물고 있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엘리베이터 라인에 유독 노인들이 많은 것 같다. 아마 독거노인이거나 2인가구 노인일 가능성이 높다. 평수가 작다보니 사이즈를 줄여서 이사 온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노인들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거의 집에만 있는 것 같다. 답답하면 밖에 나오는데 담배피로 가는 것이다.

아무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밥은 먹어야 할 것이다. 이를 무위도식이라고 한다. 노인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를 노인무위도식이라 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노인문제가 심각하다. 해가 가면 갈수록 노인인구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베이비붐세대가 이제 65세 이상 노령화시기에 진입하게 되었다. 앞으로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다. 이럴 때 노인들도 양극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인 빈곤층이 있는가 하면 노인 부유층도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은 대체로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 젊은층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아파트 한채라도 소유하고 있으면 재산가가 되는 것 같다. 집값폭등으로 인하여 앉아서 백만장자가 되는 케이스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할 일이 없다. 은퇴했거나 정년이 되어서 집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었을 때 노인백수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노인백수들을 종종마주친다. 하루에도 수십번 엘리베이터를 들락날락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가는 곳은 뻔하다. 담배피로 가는 것이다.

노인들이 무리를 지어 담배피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파트 전체가 금연구역은 아니다. 집안이나 엘리베이터, 주차장에서는 피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고 단지내 정원에서 피는 것까지 막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담배피는 것은 삼간다. 그러나 노인들은 게의치 않는 것 같다.

담배피로 가는 노인과 마주치면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한두번이 아니라 여러번 형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 하는 일 없이 무위도식하는 노인으로 비추어진다. 실제로 그들이 무위도식 하는지 알 수 없다. 어떤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나의 편견일 수 있다.

담배피로 가는 노인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이제 싫어함을 넘어서 혐오의 감정까지 일어난다. 이런 마음은 불선심으로 불선업을 초래하게 되어 있다.

그들 잘못은 없다. 내 마음이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싫어하는 마음에 따른 분노가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그들과 마주쳤을 때 혐오의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럴 때 마다 가르침을 떠 올려야 한다.

"
세상 만물이 감각적 욕망이 아니라
의도된 탐욕이 감각적 욕망이네.
세상에 참으로 그렇듯 갖가지가 있지만,
여기 슬기로운 님이 욕망을 이겨내네.”(S1.34)

게송에서는 의도된 탐욕을 문제삼고 있다. 대상이 문제가 아님을 말한다. 그래서 "세상 만물이 감각적 욕망이 아니다."라고 했다.

매혹적인 대상을 접했을 때 욕망이 일어난다. 이는 상대방이 도발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이 욕망에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경험했던 것이 익어서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다. 이를 이숙심이라 해야 할 것이다.

담배피로 가는 노인에게 잘못은 없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분노에 오염된 마음이 대상을 만났을 때 혐오가 일어난다. 노인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예전에 어떤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여인은 남자를 좋아했다. 남자에게는 욕정의 마음이 일어났다. 이에 여인은 "저에게 잘못이 있나요?"라고 말했다. 남자는 "아닙니다. 그대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남자는 욕정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자신의 문제인 것을 알았다. 설령 여인이 유혹했다고 하더라도 여인에게는 죄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탐욕으로 오염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염된 마음으로 대상을 보았을 때 욕정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
수행승들이여, 무엇이 감각적 쾌락의 욕망의 결과인가? 수행승들이여, 감각적 쾌락을 열망하면서 그때 그때 일치하는 공덕을 수반하거나 악덕을 수반하는 자신을 만들어낸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이 감각적 쾌락의 욕망의 결과이다.”(A6.63)

욕망이나 분노는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상에게 뒤집어 씌워서는 안된다. 상대는 아무런 잘못도 없고, 상대는 아무런 죄도 없다. 만일 상대에게 전가하려 한다면 "미니스커트를 입어서 성범죄를 저질렀다."라고 강변하는 것과 같다.

엘레베이터에서 담배피로 가는 노인과 마주쳤을 때 혐오가 일어난다. 재산이 있어 보이는 노인이 아무 하는 일없이 무위도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런 혐오와 편견이 일어나는 것일까? 나의 마음이 분노와 시기와 질투라는 불선법에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오염된 시선으로 바라보니 혐오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노인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2021-11-2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