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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 우정의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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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불교활동

2021. 12. 13.

검단산 우정의 산행


다리가 뻐근하도록 걸었다. 빡세게 걸은 것이다. 영하에 가까운 날씨는 문제되지 않았다. 코로나 상황이 엄중하다고 해도 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 오늘 검단산 산행을 했다.

산행공지가 떴다. 정진등산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산행도 정진이 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산행하는 것 자체가 인생길을 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정평불 제1차 정진산행 모임이 12 12일 있었다.

 


모두 여섯 명 모였다. 김광수, 최연, 박태동, 정재호, 김우헌 선생이 참여했다. 모두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주말마다 산행을 하고 때로 무박산행을 하는 등 산사나이들이 모인 것이다.

날씨는 추웠다. 손이 시릴 정도로 추웠다. 모자를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모두들 단단히 무장하고 나왔다.

 


오늘 산행은 약 3시간가량 잡았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겨울철 산행이라 3시 이전에는 하산해야 한다. 산곡초교에서 10 30분에 출발했다.

산행을 하면 정상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정상가는 길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반드시 깔딱고개가 있기 때문이다. 검단산 역시 깔딱고개가 있었다.

 


왜 깔딱고개라고 했을까? 숨이 넘어갈 정도로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깔딱고개는 없을까?

바라문 사주기를 보면 학습기가 있다. 빠알리어로 브라흐마짜리야(brahmacariya)라고 한다. 범행기라고도 한다. 우리말로는 청정범행 또는 청정한 삶으로 번역된다. 학습기 다음에는 가주기이다. 가업을 물려 받아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시기이다. 그 다음은 임서기이다. 손자가 태어날 때 가업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숲에 들어가서 사는 시기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유행기가 있다. 수행자로서 삶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시기이다.

현대판 인생사주기가 있다. 학습기, 직업기, 봉사기, 노후기를 말한다. 기간은 25년으로 구분된다. 학습기는 1-25, 직업기는26-50, 봉사기는 51-75, 노후기는 76-100세로 본다. 직업기가 맞지 않을 수 있다. 5년에서 10년은 연장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5년 주기로 끊다 보니 이렇게 구분한 것이다.

현대판 인생사주기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봉사기라고 볼 수 있다. 왜 그런가? 봉사하는 삶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51세에서 75세까지 25년 기간을 말한다.

현재 나는 봉사기를 살고 있다. 딱 중간에 걸쳐 있다. 나는 정말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타인이게 기쁨을 준 일이 있는가?

어떻게 해야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그것은 직업기 때 했던 일을 살리는 것이다. 전문가로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재능기부도 있다. 노래를 잘 부르면 노래봉사하는 것이다. 악기를 잘 다루면 악기로써 봉사한다. 글을 잘 쓰면 글로서 봉사할 수도 없다. 가진 것이 돈 밖에 없다면 물질적 보시를 할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타인에게 기쁨을 주는 삶을 산다면 봉사기의 삶을 산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인생사주기에서 황금기는 51-75세의 봉사기가 해당된다.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려면 목표가 있어야 한다. 인생의 목표는 학습기에 형성된다. 직업기와 봉사기, 노후기를 위해서는 학습기 때 공부해야 한다.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했을 때 목표는 이루어질 것이다. 마치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사람과도 같다. 학습기는 인생의 깔딱고개와도 같은 것이다.

마침내 깔딱고개가 보였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입에서는 거친 숨을 내뿜었다. 다리가 뻐근할 정도로 빡세게 올랐다. 고개에 오르니 그 다음부터는 비단길을 걷는 것 같다. 능선을 탄 것이다. "고생끝 행복시작"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반만에 정상에 올랐다. 높이는 해발 657미터이다. 높다면 높고 낮다면 낮은 산이다. 그러나 높아 보였다. 그것은 평지돌출형 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아침에 아래에서 보니 산정은 구름에 휩싸여 있었다.

평지돌출형은 높게 보인다. 산속에 산이 있는 것과 다르다. 이처럼 평지돌출형은 진산이 되기 쉽다. 마을이나 고을을 수호하는 산과 같은 것이다. 검단산도 그렇다. 백제 한성시대 때 하남 위례성의 진산이었다. 그래서 신성시되었다.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산이라고 한다.

 


검단산은 전망이 좋다. 사방팔방이 탁 트여 있다. 서쪽으로는 하남시가 보인다. 온통 아파트 단지만 펼쳐저 있다. 그러나 동쪽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첩첩산중은 마치 신선이 사는 세상같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물머리가 바로 아래에 있다. 검단산은 속세와 선계를 가르는 경계선 같다.

 


정상부근에서 간식을 먹었다. 각자 싸온 것을 꺼내 놓았다. 과일을 가져온 사람도 있고 커피를 가져온 사람도 있다. 무우를 준비했다. 생무우 꼭지 부분을 여러조각 낸 것이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최고 맛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상에 있으면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더 이상 오를 수 없기 때문에 내려가야만 한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방향으로 내려갔다. 올라오는 시간만큼 걸렸다.

오후 2시에 산행은 모두 끝났다. 3시간 반 산행한 것이다. 겨울철에 이만한 운동이 없다. 산행하면서 대화하는 것이 좋았다. 차를 마주하며 대화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걸으면서 대화하는 것만 못한 것 같다.

 


힘들게 산행하고나면 보상심리가 발동된다. 식사만큼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 함께 걷고 서로 대화하고 밥을 먹다보면 우정이 생겨나는 것 같다. 이런 맛에 산행하는 것 아닐까? 정진산행보다 우정의 산행이라는 말이 더 적합해 보인다.


2021-12-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