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모든 님들은 행복해지이다

이런 날이 올 줄 왜 몰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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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마의 거울

2021. 12. 18.

이런 날이 올 줄 왜 몰랐던가?


방바닥은 따뜻하다. 방온도는 20도가 넘는다. 밖에는 삭풍이 불지만 아파트는 무풍지대이다.

어제 날씨는 무척 추웠다. 올겨울 들어서 가장 추운날씨로 기록될 것 같다. 더 춥게 느껴진 것은 바람이다. 체감하는 추위는 뼈속에 스밀정도이다.

사무실 안은 포근했다. 일과시간 내내 난방을 해서일 것이다. 아파트도 추운줄 모른다. 갑작스런 추위에 적응하라고 튼 것인지 모른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혹독한 계절이 본격화된 것이다. 추위를 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절감할 것이다. 이런 때가 올지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준비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옛날을 생각해 본다. 유년시절 시골에 살 때 추웠던 기억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때는 왜 그렇게도 추웠을까? 옷이 얇은 것도 이유가 있고 문풍지 방인 것도 이유가 있다.

청소년시절도 추웠다. 도시에서는 연탄으로 난방했다. 단독주택 방은 유난히 추웠다. 방은 절절 끓고 있을지 모르지만 공기는 차가워서 입김이 나올 정도였다.

겨울에 춥게 지내지 않고 있다. 아파트 생활을 하고 나서부터이다. 삽십년 넘은 것 같다. 아파트에 있으면 추운 줄도 모르고 겨울인 줄도 모른다. 이런 호사가 어디 있을까?

추위 걱정은 없다. 이런 것도 나의 실력 때문일까? 한국이라는 공동체에 속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춥고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어림없는 일일 것이다.

좋지 않은 시기가 있다. 전쟁의 시기에 살았다면 비참하게 죽었을지 모른다. 변방 오지에서 태어 났다면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정법이 없는 시기에 태어 났다면 어땠을까?

좋지 않은 시기가 있다. 좋지 않은 장소도 있다. 인간은 업생이기 때문에 어느 때 어느 곳에 태어날지 모른다. 대부분 정법이 없는 시기에 태어날 것이다.

정법시대에 태어나는 것은 희유한 일이다. 정법은 오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부처가 출현해도 정법은 오래 가지 않는다. 무한 겁의 시간 속에서 번개처럼 잠시 번쩍였다가 사라질 뿐이다.

지금은 정법시대이다. 빠알리삼장이 전승되어 왔고, 팔정도 수행이 있고, 팔정도 수행으로 사쌍팔배의 성자가 출현했다면 정법시대라고 볼 수 있다.

정법시대보다 비법시대였던 때가 압도적으로 많다. 무한겁의 세월속에서 정법이 머문기간은 매우 짧다. 어느 때인가 부처가 출현해도 가르침이 유지되는 기간은 매우 짧다. 가르침이 변질되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정법이 없는 시기는 암흑의 시기와도 같다. 정법이 없는 지역은 야만의 땅이나 다름없다. 좋지 않은 시기와 좋지 않은 장소에 태어난 것이다. 앙굿따라니까야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정법을 만나기 어려운 시기가 있다.

첫째, 지옥에서 태어나는 것.
둘째, 축생으로 태어난 것.
셋째, 아귀의 영역에 태어나는 것.
넷째, 수명이 긴 신들의 무리에 태어나는 것.
다섯째, 무지한 야만인들 사이에 태어나는 것.
여섯째, 잘못된 견해와 잘못된 관점을 가지는 것.
일곱째, 지혜가 없어 둔하고 어리석은 것.
여덟째, 세존이 출현하지 않은 것.(A8.29)

부처가 출현해도 악처에 태어나면 정법을 접할 수 없다. 지옥, 축생, 아귀, 아수라에 태어나면 공부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천상은 어떨까?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공부가 안될 것이다. 부자가 감각적 욕망에 빠져 사는 것과 같다.

인간만이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기에 적당하다. 희로애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방에 태어나면 정법을 접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다. 한평생 오지에서 보냈다면 정법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

중앙에 태어나는 것이 가장 좋다. 정법이 살아 있는 시대 중앙에 태어났다면 행운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정법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사견에 빠져 있다면 변방에 태어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있다.

"
그러나 이 사람이 중앙에 태어나더라도 이와 같이보시도 없고, 제사도 없고, 헌공도 없고, 선악의 행위에 대한 과보도 없고, 이 세상도 없고, 저 세상도 없고,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도 없고, 화생하는 뭇삶도 없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스스로 곧바로 알고 깨달아서,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세상에서 올바로 살고 올바로 실천하는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도 없다.’라는 잘못된 견해와 관점을 갖는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이 청정한 삶을 사는데 첫 번째 좋지 않은 시간, 좋지 않은 시기이다.” (A8.29)

정법시대에 정법을 접한다는 것은 매우 희유한 사건이다. 그렇다고 하여 모두 사향사과와 열반을 성취하는 것은 아니다. 지혜를 갖추고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그러나 이 사람이 중앙에 태어나더라도 지혜가 없어 둔하고 어리석어 잘 설해진 것과 잘못 설해진 것을 구분할 줄 모른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이 청정한 삶을 사는데 첫 번째 좋지 않은 시간, 좋지 않은 시기이다.” (A8.29)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님법 만나기가 쉽지 않다. 시작을 알 수 없는 윤회에서 정법시대에 태어나는 것은 매우 희유한 일이다. 설령 좋은 시기에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어느 시기가 가장 좋을까?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청정한 삶을 사는데 단 하나의 올바른 시간, 올바른 시기가 있다. 하나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여기 이렇게 오신님, 거룩한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 명지와 덕행을 갖춘 님, 올바른 길로 잘 가신 님, 세상을 아는 님, 위없이 높으신 님, 사람을 길들이시는 님, 하늘사람과 인간의 스승이신 님, 깨달은 님이신 세존이 세상에 출현한다. 그리고 고요로 이끌고 평화로 이끌고 깨달음으로 이끌고 바른 길로 잘 가신 님에 의해 선포된 가르침이 설해진다. 그리고 이 사람이 중앙지역에 태어나 지혜를 갖추어 둔하지 않고 어리석지 않아 잘 설해진 것과 잘못 설해진 것을 구분할 줄 안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이 청정한 삶을 사는데 단 하나 올바른 시간, 올바른 시기이다.”(A8.29, 전재성님역)

가장 좋은 시기가 있다. 그것은 중앙에 태어나는 것이다. 사향사과와 열반이 있는 중앙을 말한다. 그러나 지혜가 있어야 한다. 지혜를 갖추지 않고 태어난 자는 정법을 접한다고 하다라도 사쌍팔배의 성자가 될 수 없다.

지식은 쌓을 수 있지만 지혜는 타고나야 한다. 전생에 수행자로 살았던 자들이 이 생에서 수행자로 살 수 있다. 수행공덕을 쌓은 자가 다음생에서 지혜를 갖춘자로 태어날 수 있다.

정법시대에 태어나기 어렵다. 지혜를 갖춘자로 태어나기도 어렵다. 정법이 살아 있을 때 정법을 접해야 한다. 이번 생에 사향사과와 열반에 들지 못한다고 하여도 다음 생을 위한 발판은 마련해 놓아야 한다.

"
인간으로 태어나
바른 가르침이 설해질 때에
올바른 시기를 얻지 못하면
그 시기를 지나치네.

길을 방해하는
좋지 않은 시기들은 많다.
세상에 여래는
언젠가 어디선가 출현하는가?

세상에서 얻기 어려운 것을
눈앞에 보는 자
인간으로 태어남과
올바른 가르침의 교시
자신의 이익을 구하는 자라면
마땅히 그것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하리.

어떻게 올바른 가르침을 이해하고
올바른 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올바른 시기를 지나치는 사람들은
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받는다네.

이 세상에서 올바른 법이 주는
해탈의 길을 잃은 자는
이익을 실현하지 못해
오랜 세월 후회하는 상인과 같네.

무명에 덮인 사람은
올바른 가르침을 어기고
생사의 윤회를
오랜 세월 겪어야 하리.

인간으로 태어나
올바른 가르침의 교시를 만나
스승의 말씀을 행했으니
미래에 행할 것이고 현재에 행하네.

여래가 선포한 길을
걷는 자는
올바른 시기를 알고
위없는 청정한 삶을 꿰뚫었네.

빛에서 생겨난
눈 있는 자가 가르쳐 준
수호 속에서 제어하여
항상 새김을 확립하고 번뇌 없이 지내네.

악마의 세계로 이끄는
모든 경향을 자르고
번뇌를 여윈 님들은
세상에서 피안에 도달하리.”(A8.29)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는 것 같다. 호시절은 지나갔다. 혹독한 시기가 시작되었다. 이런 날이 올 줄 왜 몰랐던가?

아파트 안에 있으면 추운 줄 모른다. 마치 정법시대 중앙에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즐기기만 하면서 허송세월 한다면 야만의 시기에 있는 것과 같다. 천상에 있으면 공부가 안되는 것과 같다.

인생은 본래 괴로운 것이다. 그런 가운데 즐거움도 있다. 희로애락이 있기에 깨달을 수 있다. 정법시대 중앙에 태어나 부처님 가르침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정법이 없는 시기는 암흑이고 차가운 겨울과도 같다. 오늘도 부처님 가르침과 함께 한다. 나는 정말 행운아일까?


2021-12-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