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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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살던 곳을 먼 발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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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의연꽃

2021. 12. 28.

옛날 살던 곳을 먼 발치에서

 

 

보름전 검단산 산행을 했었다. 그때 차를 가져 갔었다. 경기도 하남시 외진 곳에 있기 때문에 거리도 멀고 돌아 가기 때문에 차를 가져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군대시절 근무지가 가까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 옛날을 되돌아보는 경향이 있다. 오래 전에 살았던 곳을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군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군부대가 있는 곳을 가 보기로 했다.

 

군부대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 가다 보면 우측에 보인다. 이번에는 30분 여유가 있어서 위병소 있는 곳까지 가 보고자 했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때 전역신고를 하고 위병소를 나서는 순간 날아 갈 것 같았다. 일명 개구리복이라 불리우는 예비군복을 입고 위병소를 벗어나 대로를 향해 걸어 갔을 때 인생최고의 날이 되었다.

 

지금도 기억한다. 610일이다.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초록의 대지는 생명으로 가득했다. 위병소길을 따라 대로까지 걸을 때 비단길을 걷는 것 같았다. 그때 전역 패에는 인생의 그윽한 향기 품고 미지의 세계로 가라!라는 문구가 써 있었다.

 

지명은 그대로이다. 행정구역은 변했다. 옛날에는 경기도 광주군에 속해 있었으나 지금은 하남시에 속해 있다. 행정구역 명칭은 리가 동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옛날 기억을 되살려 차를 몰았다.

 

그 길을 발견했다. 군부대 주변이라 그런지 크게 개발되지는 않았다. 다만 난개발 되어 있다. 그럼에도 위병소 길은 그대로 있다.

 

 

군부대는 들어 갈 수 없다. 용무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옛날 근무했다고 하면서 구경왔다고 말할 수 없다. 멀리서 위병소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대신 부대 주변 도로를 차로 돌아보기로 했다.

 

군부대는 그대로 있다. 마치 공장 굴뚝 같은 장대한 보일러탑도 그대로 있다. 무엇보다 교회도 그대로 있다. 교회건물을 보니 그때 그시절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여단장이 천주교 신자였던 것 같다. 그때 동원되었다. 미사를 교회에서 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천주교 의례를 경험했다. 앉았다 일어서기를 수차례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무엇이든지 처음 경험한 것은 강렬하다. 첫 직장도 그렇다. 수원에 있는 첫 직장은 지금도 그대로 있다. 올해 초에 직장 근처로 차를 몬 적이 있었다.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것에서 역시 고향집을 보는 것처럼 익숙한 느낌이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추억이 있다. 고향집도 추억이고, 군부대도 추억이고, 첫 직장도 추억이다. 변치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때 반갑다. 만약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몹시 서운할 것 같다.

 

도시는 다이나믹하다. 잠시도 가만 있지 않는 것 같다. 거리를 질주하는 차를 보면 알 수 있다. 건축물도 가만 있지 않는다. 재개발이 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아파트가 건설된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옆에 재개발된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아파트 단지도 그렇다.

 

요즘 아파트는 두 개의 브랜드가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파트 이름에 평촌이 들어가 있다. 왜 평촌이라고 했을까? 비산동은 평촌에 들어가지 않는다. 학의천 건너편이 평촌이다. 그럼에도 평촌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전략적으로 붙인 것으로 본다.

 

 

최근 재개발된 아파트 단지에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200세대 되는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건설된 것이다. 층고가 무려 38층짜리도 있다. 이전에는 재래시장도 있었고 저층아파트, 빌라 등이 있었던 곳이다.

 

재개발단지 아파트는 공사를 시작한지 3년만에 입주가 되었다. 이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근처에 살면서 늘 지나가던 길에 보던 것들은 이제 기억속에만 남아 있다. 새로 입주한 사람들은 이전에 이곳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한때 살던 곳은 추억 어린 곳이다. 문득 그 시절이 생각날 때 가보고 싶어 진다. 다행히 옛날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면 반갑다. 마치 타지에서 떠돌던 나그네가 고향집을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고향이 있을까? 도시는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어렸을 적 살았던 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아파트단지로 변해 버린 곳이 많을 것이다. 이런 경우 고향을 상실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고향은 농촌에 있다. 그러다 보니 변한 것이 없다. 옛날 그 모습 그대로 있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하다. 유년시절 보았던 산천도 그대로 있고 들과 밭도 그대로 있다. 집도 그대로 있다.

 

함평 고향집은 일년에 한번 간다. 제사날 가는 것이다. 주로 사촌들이 모인다. 매년 갈 때 마다 기록을 남긴다. 블로그 기록을 보니 2012년에 처음으로 합동제사 모임에 참여했다.

 

요즘 블로그에 있는 글을 모아 책으로 엮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 낼 책은 42번째 책으로 201279일부터 923일까지 두 달 보름가량 기록에 대한 것이다. 책의 제목을 ‘42 진흙속의연꽃 2012 IV’로 붙였다. 목차는 25개이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인생의 2막을 살아가는 사람

2. 기도는 허망한 것, 공덕을 쌓으면 기도할 필요가 없다

3. “오! 자유! 정말로 나는 벗어났다”우리 밖에 나온 사자

4. 만약 저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5. 장선우 감독의 공개편지 “달라이 라마 존자님께 묻습니다”

6. 세라믹필터가 있는 머그컵으로 원두커피 만들기

7. 블로그 개설 7주년에, 글쓰기 원칙 세 가지

8. MB의 런던 올림픽참관 대통령전용기 소식을 듣고

9. 사이버세상과 인터넷포교사

10. 예배와 찬송이 끊이지 않는 미션스쿨

11. 법구경 위젯을

12. 한겨레신문의 불교개입

13. 기독교인들의 천박(淺薄)한 불교인식을 보며

14. 초기경전 사경(寫經)을 하면

15. 아쇼카선언에 침묵하는 비겁한 학자들과 스님들

16. 불교를 종교라고 생각하지 않는 MB

17. 얼마나 글이 쓰고 싶었길래, “답답하다”는 H거사

18. 한국불교개혁은 가사입기 생활화부터

19. 은처승과 ‘먹튀’는 어떤 관계일까

20. 글은 그 사람의 인격, 넷상에서 글쓰기를 하다보니

21. 김용옥의 어퍼컷

22. 꽃 보다 향기, 향내 나는 사람이란?

23. 이 고뇌의 강을 건너 ‘진흙속의연꽃’으로

24. 실로암 못지 않은 불교콘텐츠를

25. 7080의 추억인가, 2012 안양 ‘추억’페스티벌

 

 

고향방문에 대한 글은 1번 글이다. 글의 제목을 인생의 2막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정했다. 이는 사촌누이를 염두에 두고 붙인 것이다. 동갑내기 사촌은 여성목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고향을 떠났다. 이후 고향은 마음의 고향이 되었다. 그러나 어쩌다 가면 늘 그 자리에 있다.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유년시절 아이는 머리가 반백이 되어서 이제 초로가 되었다.

 

고향에 갔었을 때 발견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호랑가시나무이다. 호랑가시나무가 집 뒤켠에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천연기념물이 되어 버린 호랑가시나무를 말한다.

 

 

매년 고향에 갈 때 마다 호랑가시나무를 확인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엄청나게 자랐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헛간은 허물어져도 생명이 있는 것은 번성한다. 이제 고향에 가면 호랑가시나무를 보러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고향이 있다. 그러나 도시에 있는 사람은 고향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재개발되거나 재건축되면 살던 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런 때 고향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고향은 물리적 공간만 고향이 아닐 것이다. 마음의 고향도 있다. 마음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는 한 고향은 항상 함께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 만한 것이 없다.

 

부모가 있다면 고향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모가 살고 있는 곳은 고향집이나 다름없다. 형제나 사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설령 고향을 떠나 산다고 할지라도 고향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는 한 고향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종종 옛날 살던 곳을 가보고 싶어 진다. 특히 연말이 되면 더욱더 생각나는 것 같다. 그래서 군대생활 했던 곳을 찾아 가 보고 첫 직장 근처에도 가본다. 들어가 보지는 못하지만 먼 발치에서 바라본다. 나도 나이를 먹은 것일까?

 

 

2021-12-2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