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모든 님들은 행복해지이다

불성사에서 보리똥 수확을

댓글 1

진흙속의연꽃

2022. 6. 25.

불성사에서 보리똥 수확을

 

 

대지는 축축히 젖어 있다. 어제 내린 비로 산천초목에 생명력이 넘치는 것 같다. 고개 아래로 내려 가자 불성사가 보였다. 이 깊은 산중에 고래등 같은 전각이 있다니!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불성사 대웅전은 예술작품 같다.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이제까지 수많은 전각을 보았지만 이처럼 마음을 사로잡는 전각을 보지 못했다. 90년대 말 헬리콥터로 자재를 날라서 지었다고 한다.

절에 가면 삼배해야 한다. 불성사 부처님상에 삼배했다. , , 승 삼보에 삼배한 것이다. 그런 부처님은 2000년대 초반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불성사에 다닌지도 20년 되었다. 그렇다고 스님을 만난 것은 아니다. 지나가다 대웅전에서 조용히 삼배만 했을 뿐이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보리똥을 수확하는 날이다. 불성사 마당 한켠에 두 그루 보리수 나무가 있는데 6월 말에 익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등을 달았는데 그때 자민 스님이 말한 것이다.

자민스님으로 부터 카톡을 받았다. 보리수 수확철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6월 세째주 주말에 와서 따 가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주에 시골에 제사가 있었다. 일주일 후 오늘 마침내 불성사에 있게 되었다.

보살님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지난 달 등을 달았기 때문일까 알아 보았다. 스님은 쉬고 있다고 했다. 어제 늦게 짐을 지고 올라 온 것에 피곤한 것 같다.

불성사에는 도로가 없다. 짐이 있다면 오로지 등짐에 의지 해야 한다. 서울대 수목원에서부터 짐을 져 나른다고 한다. 지게꾼을 시킨다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수시로 짐을 실어 나르는데 배낭으로 운반한다고 한다. 두 시간 걸린다고 한다.

요즘 절에는 대부분 소방도로가 있다. 깊은 산중에 있는 절이라도 소방도로가 있어서 짐을 실어나르기에 문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방도로가 없는 절은 먹거리 등 생필품 수송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배낭을 이용해서 수시로 나를 수밖에 없다. 이런 때 쌀 등 먹거리와 생필품을 가져 간다면 환영 받을 것이다. 돈보다 쌀이다. 이런 사실을 알기에 쌀을 가져갔다.

쌀을 3키로 가져 갔다. 더 가져 가려 했으나 체력에 한계가 있다. 김과 과자 등도 가져 갔다. 앞으로 관악산에 가면 항상 쌀을 가져 가야겠다.

 


오늘은 보리똥 수확하는 날이다. 불성사 마당에는 보리수 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가지가 찢어질 듯 보리똥 열매로 가득하다. 벌써 바닥에 떨어진 것도 있다. 이대로 1-2주만 지나면 다 떨어질 것이다. 오늘은 보리똥 따기에 적당한 날이다.

보리똥을 정신없이 땄다. 따도따도 끝이 없다. 모두 다 따고 싶었으나 너무 많아 다 딸 수 없다. 다 딴다면 한가마니 될 것 같다.

 


보리똥 맛을 보았다. 맛이 시큼한다. 약간 쓴 맛도 있다. 잘 읽은 보리똥은 달작지근하다. 먹으면 먹을수록 당긴다.

보리똥을 거의 두 되 딴 것 같다. 2키로 가량 되는 것 같다. 이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두 가지가 있다. 담금주와 효소를 만드는 것이다. 담금주를 만들고자 한다.

 


살구도 빨갛게 익었다. 보리똥과 달리 원형이다. 보리똥이 약간 신맛과 쓴맛이 있다면 살구는 오로지 단맛만 있는 것 같다.

 


절에 왔으면 내 놓아야 한다. 절에 와서 얻어 먹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특히 소방도로가 없는 절이 그렇다. 그럼에도 어떤 등산객은 배고프다고 밥 달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철없는 등산객 또는 개념없는 불자라고 말할 수 있다.

소방도로가 없는 절에서는 인력으로 먹거리를 나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안다면 밥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먹거리를 가져 와서 풀어 놓아야 하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이런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자민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쌀을 20키로 배낭에 지고 온다고 했다. 법당에서 목탁치며 기도하던 거사님도 쌀을 가져 올 때 20키로 지고 온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10키로는 고사하고 5키로도 힘든데 20키로라니!

3
키로 지고 온 것이 부끄럽고 창피하게 느껴 졌다. 옆에 있던 기도 거사님은 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다음에는 5키로 올려 볼 생각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10키로는 무리일 것 같다.

절에 왔으면 놓고 가야 한다. 가진 것도 놓아야 하고 번뇌도 놓아야 한다. 그냥 갈 수 없었다. 돈이 많이 부족하지만 가족등을 하나 달았다. 축원문에는 "장수하고 아름답고 행복하고 건강하기를!"이라고 써 놓았다. 이것 보다 더 좋은 축원문은 없는 것 같다.

배낭에 보리똥으로 가득하다. 올라 올 때는 쌀을 가져 왔으나 내려 갈 때는 보리똥을 지고 내려 가야 한다. 올 때나 갈 때나 짐이 있다.

 


짐은 등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짐도 있다. 자기자신도 짐이다. 누구나 짐을 지고 산다. 그것은 오온이라는 짐이다.

짐을 내려 놓아야 한다. 오온이라는 짐을 내려 놓아야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오취온이라는 짐이다. 오온에 집착된 마음을 내려 놓아야 한다.

내 등에는 늘 짐이 있다. 때로 짐이 무거워 절망할 때도 있다. 그러나 짐이 아무리 무거워도 오취온만한 짐은 없을 것이다. 오온에 대한 집착된 마음을 내려 놓았을 때 자유인이 된다.

이제 내려 갈 시간이다. 등에 보리똥을 가득 지고 내려 가는 길은 가벼울 것 같다. 인생에서 이런 때도 있는 것이다. 오르막도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것이다. 등짐이 가볍다.


2022-06-2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