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봄밤 2010. 4. 9. 23:42

 

 

김하경 에세이 <아침입니다>(시대의창, 2010)은 인터넷 다음카페 '리얼리스트 100'에 2007년 10월 15일부터 2008년 4월 30일까지 연재한 글을 묶어 펴낸 책이다. 지은이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카페 회원들은 그 글을 읽고 자신의 느낌을 댓글로 달았다. 그리고 그 댓글에 는 또 지은이의 댓글이 달렸다. 이렇게 게시판에는 그날 그날 올라온 글을 매개로 사람들 사이에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나 역시 한 동안 아침이면 새로 올라온 글을 확인해 읽고, 오후에는 그 글에 대한 사람들의 댓글을 읽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게시판을 들락거렸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이런 쌍방향 소통을 통한 글쓰기는 그 결과를 책으로 묶어내는 데도 반영됐다. "아침입니다는 제가 혼자 쓴 글이 아닙니다. 독자들과 함께 쓴 글입니다"란 지은이의 말은 결코 인사치레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스콧 대령의 남극탐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화석과 그 사라진 세계에 바치다'에는 "스코트가 가져온 화석은 후일 대륙 이동설의 중요한 근거로 사용되었고 지구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허다한 지리,지질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란 댓글이 달렸는데, 책을 만들면서 그 내용이 본문에 포함되었다. 남녀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을 이야기한 '소설小說 같은 소설小雪'에 달린 "누군가 이런 말을 남겼다네요. '사랑을 하면 시처럼 살고, 사랑을 잃으면 시를 쓰리라'"라는 댓글 역시 책을 펴내면서는 본문의 일부분이 되었다. 즉 인터넷 연재 당시 여러 사람들이 남긴 댓글을 통해 더 풍성한 감상이 가능했는데, 책에는 그 댓글들이 구석구석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아침입니다>에 실린 92편의 글은 모두 두세쪽 분량의 짧은 글이다. 또 "<아침입니다>를 연재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건, '아침'이라는 시간에 맞는 이야기, 부드럽고 따뜻한 이야기를 찾아내는 일이었습니다."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어렵고 복잡한 얘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작정하고 읽으면 하루만에 다 읽어치우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천천히 읽어도 며칠이면 다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읽는 건 전혀 <아침입니다>를 제대로 읽는게 아니다. 6개월 넘는 시간 동안 쓰여진 글을 가장 제대로 읽는 방법은 그것이 쓰여진 방식 그대로를 좇아 읽는 것이다.

 

하루에 하나씩, 92편의 글을 92일 동안 읽어보자. 매일 아침 출근전 화장실에서, 혹은 출근길 버스 안에서 이야기 하나를 읽는다. 그리고 틈이 나면, 인터넷 다음카페 '리얼리스트 100'의 <김하경의 아침입니다> 게시판에 들어가 아침에 읽은 글을 찾아 사람들이 남긴 댓글을 읽어본다. 내가 느끼지 못했던 또는 내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다양한 느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를 보내면서 가끔 아침에 읽은 이야기를 되새겨 본다. 이제는 누가 보는 사람 없겠지만 내 느낌을 뒤늦은 댓글로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이렇게 읽으니 마치 글이 연재되던 때 매일 아침 게시판에 들어가 글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댓글을 확인하던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비록 시간적으로 조금 차이는 있지만, 나 혼자가 아니라 다른 여러 사람들과 함께 글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방법의 글읽기가 하나의 즐거움이 되니 92일 동안 하나하나 아껴서 읽어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인터넷 공간의 글쓰기가 가져다 준 쌍방향 소통의 장점은, 그 글이 책으로 묶여져 나온 뒤에도 간접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아침입니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92일 동안 매일 아침 한 편의 이야기를 읽고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당신도 한 번 누려보시길 바란다. *^^*

 

* <김하경의 아침입니다> 게시판 둘러보기 - http://cafe.daum.net/realist100

 

 

 

 

매일매일 한 꼭지씩 글을 쓴 사람의 마음과 가장 잘 공감하는 방법은 아마도 님의 말처럼, 매일매일 한 꼭지씩 읽는 걸 겁니다. 님의 글에서, 글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과 사랑이 느껴집니다. 진심을 알아주는 건 역시 진심인가 봅니다.
글쓴이에 대한 제 나름의 '사랑법'이죠^^ 매일 아침 한 꼭지씩 읽는 글과, 인터넷 게시판에서 찾아보는 댓글들이 생활의 작은 활력소가 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