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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헝다그룹 사태의 시스템 위험 전이 가능성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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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21. 9. 23.

[Wealth Management] 헝다그룹 사태의 금융시스템 위험 전이 가능성과 시사점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중국 2위 부동산 재벌인 헝다그룹의 디폴트 가능성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회사의 부채 수준 규제를 발표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헝다그룹의 총부채 규모는 3천억달러가 넘는다. 현재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과거 중국사회의 모순이 절대빈곤에서 비롯되었다면, 현재의 모순은 절대불균형에서 비롯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공동부유 (共同富裕)를 실현하는 것은 경제적 문제일 뿐 아니라 당의 집권 기반과 관련된 중요한 정치적 문제”라면서 일련의 산업규제 조치들을 통해 민영기업들의 역할을 축소하고 이들의 빅데이터를 국가의 통제권 아래 편입함으로써 통치체제와 권력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헝다그룹 사태의 여파로 금융시장 변동성은 커지고 중국의 경제성장은 둔화되겠지만, 중국은 금융시장 개방도가 낮고 결국 정부가 개입해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중국 2위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의 디폴트 우려
중국 정부의 산업 규제 강화가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사교육 기업을 넘어 헬스케어, 게임, 부동산 등으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9월 중순에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2위 부동산개발 재벌인 헝다그룹 (China Evergrande Group)이 이자지급 중단을 발표하는 등 디폴트 가능성을 높이며 전세계 금융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2020년 8월, 중국 정부가 주요 부동산 개발회사의 부채 수준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헝다그룹은 부동산 개발을 넘어 전기차, 보험, 레저, 식료품 분야에 진출한 데 이어, 2010년에는 프로축구 광저우 에버그란데 구단을 인수하는 등 M&A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해 왔다. 창업주인 쉬자인 회장은 한 때 알리바바 마윈 회장에 앞선 중국 부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21년 상반기 기준 헝다그룹의 총부채 규모는 1조 9,700억 위안 (약 3,040억 달러, 약 355조원)이며 이 중 단기부채 비중이 80%에 달해 유동성 위기설이 확산되었다. 헝다그룹의 중국 시중은행 대출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작년 6월 헝다그룹이 광동성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던 문건에 따르면 총 128개 은행 및 121개 비은행 금융기관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위험 노출도가 가장 높은 은행은 민생은행 (293억 위안), 농업은행 (242억 위안), 저상은행 (107억 위안) 순이다.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은 없지만 연말까지 지급해야 할 이자가 총 7억 달러나 된다. 특히 헝다그룹이 발행하여 유통 중인 달러채권 규모는 약 200억달러로, 중국과 아시아 하이일드 달러채 시장에서 각각 16%, 11%를 차지하는 최대 발행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2022년 3월 만기 도래하는 헝다그룹의 달러표시 채권 가격은 약 70~75% 할인되어 거래되고 있으며 주가는 연초 이후 84% 폭락했다. 규제의 핵심이었던 알리바바, 텐센트 등 플랫폼 기업들과 헝다그룹이 속한 홍콩항셍지수는 7월 이후 16%나 급락했다.

헝다그룹은 이미 S&P, 무디스 등 주요 국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디폴트에 가까운 CC등급 이하를 부여받고 있어 자금조달 경로는 사실상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 신용 훼손으로 주택판매가 감소하고 있고, 현금 유동성 고갈로 공사 중단도 속출해 영업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도 부진하다.  헝다그룹의 채권을 보유한 중소형 건설사와 은행들의 연쇄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경제성장은 둔화될 것이다. 이는 결국 중국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되어 전세계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금융시장의 개방도가 낮고, 결국 중국 정부가 개입해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 2008년 리먼 파산 이후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현재 월가의 시각이다.

중국 당국의 규제 목적은 ‘공동부유(共同富裕 )’를 통한 장기집권 기반 확보
헝다그룹의 디폴트 위기는 결국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중국 당국의 규제의 연장선 상에 있다. 작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우리는 이미 샤오캉 사회 (小康社會)소강)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목표를 실현했다”고 선언했다. 샤오캉 사회란 덩샤오핑이 사용한 말로, 인민의 삶이 의식주 문제 해결 단계에서 부유한 단계로 가는 중단 단계의 생활수준을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중국사회의 모순들이 절대빈곤에서 비롯되었다면, 이미 샤오캉 사회를 실현했다고 자평하는 현재 중국사회의 모순은 빈부격차와 소득불균형 등 절대불균형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현재 시진핑 중국 주석을 비롯한 공산당 지도부들의 인식이다.

지난 8월 17일, 시진핑 주재로 열린 중국의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는, “모든 인민들의 공동부유 (共同富裕: 다 함께 잘 산다) 촉진에 주력함으로써 당의 장기집권 기초를 다져야 한다, 고소득자와 기업들의 사회환원을 장려하고 중산층 비중과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는 한편, 고소득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불법소득을 차단해 중산층이 커지고 양 끝이 작아지는 모양의 분배구조를 형성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공동부유를 실현하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당의 집권 기반과 관련된 중요한 정치적 문제”라고 언급했다. 헝다그룹 사태 이후 월스트리트저널 (WSJ)은 “시진핑 주석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40년 동안 민간자본은 번성했고 인민들은 빈곤에서 구출되었지만, 부패는 심화되었고 공산주의 통치를 위한 이데올로기적 기반도 침식되었다고 생각한다. 시진핑 주석은 자본주의를 사회주의로 가는 과도기적 단계로 여겼던 마오쩌둥의 비전으로 되돌아가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민영기업이 플랫폼, 인터넷, 교육, 헬스케어 등 빅데이터를 다루는 신성장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국유기업은 주로 은행, 철강 등 구경제 전통산업을 영위하는데 머물러 있다. 지난 몇 년간 중국정부는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개인 결재 관련 데이터를 정부와 공유해 빅데이터 센터를 만들고자 시도해왔으나 해당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는 없었고, 이후 2020년 11월 역대 최대 IPO로 기대를 모았던 앤트파이낸셜의 상장은 무산되었다 (앤트파이낸셜의 전신은 알리바바그룹의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인 마윈이 대주주인 핀테크 기업). 알리바바는 지난 4월 28억 달러 규모의 반독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7월에도 중국정부는 당국의 반대에도 뉴욕증시 상장을 강행한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에 대한 사이버 보안 심사에 착수했고,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는 사교육 업체에 대한 영리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즉 중국 당국은 데이터 안보와 빅테크들의 반독점, 출산율 제고, 교육 및 주거비 안정, 소득분배 불평등 해소 등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련의 산업규제 조치들을 통해 민영기업의 역할을 축소하고, 민영기업의 빅데이터를 국가의 통제권 아래 편입함으로써 통치체제와 권력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헝다그룹 사태가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
헝다그룹 사태가 경제와 금융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겠지만, 중국의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 첫째, 과거 중국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던 이벤트들과 달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헝다그룹은 지난 8월부터 인민은행, 은보감회와 면담을 진행하면서 채무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들을 공유하고 있다. 둘째, 유동성 위기의 트리거는 외부적인 충격이 아닌 내부 즉 정부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 축소는 당국이 부동산 시장 억제를 위해 의도적으로 취한 조치다. 이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하반기 들어 재정정책 (인프라 투자 확대)을 통한 지원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육성산업과 신형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강화될 것이다. 셋째, 헝다그룹의 대출규모는 3,890억 위안으로 중국 은행 대출 총액 중 0.24%에 불과하다. 은행 시스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넷째, 중국의 기업부채는 GDP 대비 160%로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지만, 높은 부채 부담에도 중국의 기업부채 관련 이슈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던 이유는 대외부채 비중이 GDP 대비 16%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모니터링 가능한 주요 지표들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회사채 신용스프레드, 은행간금리, 신용부도스왑 (CDS) 등에서 위험 징후가 관찰되고 있지 않다. 

헝다그룹 사태와 관련한 해결 방안 중 유력한 시나리오는 중국 정부가 관여하여 ‘질서있는 디폴트 (orderly default)’를 실현하고 영업활동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직접 금융지원은 피하되 디폴트 과정에 적절히 개입하여 속도를 조절하면서 채무조정과 청산, 회생절차를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올해 초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구조조정으로 전환한 화룽자산관리공사 사례처럼 정부 주도 하에 국유기업이 인수하여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체의 무분별한 투자와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투기성 자금에 대한 경고를 위해 과거보다 느린 속도로 구제안을 진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시진핑 3기 지도부 출범 이전 ‘경제공작회의’의 정책 기조 변화에 주목
규제 정책의 불확실성이 이례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중국 증시의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다만, 당국의 규제가 여타 핵심 산업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나 ‘중국제조 2025’에서 제시했던 첨단산업 육성 전략은 지속될 것이다. 성장주 내에서도 규제 산업 (플랫폼, 교육, 헬스케어, 부동산)과 육성 산업 (태양광, 전기차, 반도체, 5G)간 차별화는 확대될 것이다. 헝다그룹 사태 등 부동산으로 인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한 재정투자 강화는 제조업과 신형인프라에 집중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장기집권을 앞두고 공권력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업 위주인 규제 산업 모두 고용시장 기여도가 높아, 장기적으로 규제 강도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은 낮다. 특히 한국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플랫폼 기업들의 경우 3분기 중 규제의 시행세칙 발표가 마무리되고, 12월 경제공작회의 이전 2022년 정책 기조가 설정되면서, 4분기에 규제 완화 시그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기업들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사업을 재정비하면서 빅데이터를 공유하고 대규모 기부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기업이익 대비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과도한 디스카운트 영역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업 비중이 높은 홍콩증시도 플랫폼 규제 법안 발표가 마무리되는 4분기부터 반등세가 기대된다.

 

202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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