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1. 5. 8. 23:15

표면의 70%를 바다로 덮은 지구는 23.5도 기울어진 상태에서 하루 한 차례 자체 회전하고 1년에 한 차례 궤도를 따라 태양을 돈다. 그 결과 어떤 강이든 해마다 한 차례 넘치고 한번은 마른다. 햇볕에 증발한 수증기는 태곳적부터 적도 이북에서 서풍, 적도 이남에서 동풍을 타고 흐르다 산등성이에 부딪히면 비로 떨어져 바다로 흘러들었는데, 대략 5억 년 전,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 생물은 독특한 지형과 곳곳에서 어우러지며 다채로운 모습으로 퍼져나갔다. 깨끗한 물과 공기가 충만한 이후의 번영이지만, 다분히 우연이었다.

 

바다와 육지 곳곳의 생태계를 지탱하는 지각과 대기는 매우 얇다. 살짝 굳은 지각은 뜨겁게 움직이는 마그마의 분출을 막아주고, 대기는 지표면을 안정시켰기에 독특한 지형마다 다채로운 생태계는 수많은 생물이 얽히고설키며 번성과 괴멸을 반복했는데, 필연은 아니었다. 약한 지각을 뚫고 발생한 지진과 화산은 생물종을 나락으로 빠뜨렸다. 다시 좌충우돌하며 긴 세월을 거쳐 다양해진 생물종은 거대한 운석과 충돌한 뒤 자취를 감쳤다. 그렇듯 변고를 겪으며 다섯 차례 생물종 대부분을 잃은 지구는 겨우 안정되었지만, 다시 위기에 내몰렸다.

 

이번 위기는 우연과 거리가 멀다. 지층에 가장 늦게 출현한 인간이 문제를 일으켰다. 다른 생물을 위협할 변변한 송곳니와 발톱이 없고, 위협에 대처할 두꺼운 가죽이나 민첩한 몸동작이 없지만, 물려받은 지능으로 안정된 생태계와 지반에 돌이키기 어려운 충격을 가했다. 자신만의 번영을 위해 환경을 변화시킨 것인데, 지나쳤다. 지반과 생태계는 안정을 되찾으려 움직인다. 뒤틀린 지반은 지진과 해일을 일으키고 교란된 생태계는 전에 없던 감염병을 퍼뜨리며 인간에게 거듭 경고하는데, 교만해진 인간은 눈을 감았고, 위기는 증폭된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 중에 자연의 경고에 귀 기울이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50여 년 전 지구의 날을 제창했다. 탐욕이 저지른 위기에서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자각인데, 사실 인간 생존을 위한 호소였다. 감당할 수 없는 변고로 번성하던 생물종의 절반 이상이 한순간에 사라져도 다시 새로운 생물종이 생태계를 형성해 지구는 안정을 되찾았지만, 인간이 자초한 변고는 생태계 괴멸과 동시에 인간이라는 생물종의 멸종을 예고하지 않던가.

 

올해 지구의 날은 어떤 일회성 행사로 지나갈까? 50번 거듭된 행사로 안정은커녕 위로도 불가능할 텐데, 우리는 “10분간 소등을 예고한다. 그날 연속방송극과 프로야구 중계도 중단할 리 없다. 노동절이면 노동자가 집에서 쉬지만, 지구는 지구의 날에도 고달프다. 이제까지 5차례 대멸종은 1만 년이라는 찰나에 벌어졌는데, 1만 년 전 경작을 시작하며 자연의 질서를 교란한 인간은 얼마나 오래, 누구와 어떻게 번성하고 싶은가? 생태계 안정 없이 후손의 안녕은 기대할 수 없는데. 행사가 아니다. 행동이 급하다. (갯벌과물떼새, 2021년 5월호, 1쪽)

 

 
 
 

자원·에너지

디딤돌 2021. 5. 8. 22:53

 

20113월 대지진 여파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4기가 폭발했다. 분열하던 핵물질이 폭발한 건 아니다. 가동 중인 1호기에서 3호기까지, 그리고 가동을 중지하고 핵연료를 교제하려던 4호기까지 높은 농도로 발생한 수소가 원인이었다.

 

핵발전은 분열하는 핵연료가 강철 20cm 이상의 두께인 압력용기 안에서 끓인 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발전소마다 규격이 다소 다르지만, 핵연료는 담배 필터와 비슷한 크기에 비견하는데, 핵연료는 수 미터의 지르코늄 합금관에 채운다. 지르코늄 관 수백 개를 뭉치로 엮어 압력용기에 넣는데, 뭉치는 3개 이상이었을 것이다. 4호기는 그중 한 뭉치를 교체하려던 참이었다.

 

지진과 해일로 전기가 끊긴 3기의 압력용기에 물 공급이 끊기자 수천 도로 치솟던 핵연료들은 지르코늄 관을 녹이며 수소를 발생시켰다. 가장 밖의 시설인 격납용기 꼭대기에 모인 수소가 폭발했는데, 핵연료는 폭발하지 않았다. 다만 고온으로 들러붙은 핵연료들은 압력용기 바닥을 뚫고 가라앉았는데, 아래 콘크리트 구조물을 녹이는 중이었을 것이다. 만일 콘크리트 아래 암반으로 접근했다면 지하수를 펄펄 끓이다 인류가 겪어본 적 없는 핵폭발로 일본과 동북아시아는 재앙을 맞았을지 모른다.

 

우라늄238 97%, 우라늄235 3%로 구성된 핵연료가 일단 분열하면 플루토늄239를 포함해 수백까지 방사성 물질이 생성되며 뒤섞인다. 우라늄235가 임계질량을 넘기면 폭발하므로 동경전력은 필사적으로 물을 부었다.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핵연료를 향해 마구 뿌린 물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돼 바다로 흘러들었고, 요즘은 회수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을 제거했다고 동경전력은 주장하지만,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다.

 

사진: 일본이 해양방류를 선언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사진은 인터넷 연합뉴스 자료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3년이다. 전문가는 반감기의 최소 10배 기간이 지나야 안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수소는 생물체를 구성하는 원소다. 몸속 방사능으로 오만가지 암이 생길 수 있다. 희석해서 방출하겠다지만, 먹이사슬로 농축되므로 농도가 아니라 총량이 문제다. 28년 전 러시아 해군의 오염수 방류를 강력히 반대한 일본이 태평양에 독약을 풀겠다니.

 

2차대전 패전국 일본에 핵발전소 도입을 요구한 미국이 일본을 두둔했다. 미국 입김 아래 있는 IAEA도 한통속이니 우리는 그들을 믿을 수 없는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450여 핵발전소는 폭발 가능성이 전혀 없을까? 절대 안전을 되뇌던 핵발전 신화는 이미 깨졌다. 정보를 숨기며 시민 감시를 외면하는 핵발전소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

 

6차례 폭발 경험에 미루어, 모든 핵발전은 투명한 감시가 생략될 때 특히 위험해진다. 바닷가를 차지한 핵발전소와 그런 시설의 가동은 인류는 물론 생태계의 괴멸을 예고한다. 안전을 말하려면 당장 폐쇄해야 한다. 일본의 범죄를 비난하려면 우리부터 폐쇄해야 마땅하다. (갯벌과물뗴새, 2021년 5월호, 2쪽)

 

 
 
 

도시·인천

디딤돌 2021. 5. 7. 11:14

플라타너스는 무던하기도 하다. 교통량 많은 도시의 가로수로 선발돼 넓은 잎사귀로 대기오염을 줄여주지만, 혹독한 가지치기로 몰골이 거듭 처참해져도 묵묵히 자신의 본령을 다한다. 생명력이 모진 걸까? 뭉턱 잘린 줄기에서 간신히 뻗은 잔가지가 서너 해 만에 두꺼워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나타난 인부들이 가지들을 모조리 베어낸다. 닭다리를 연상케 하는 도시의 플라타너스. 은행나무보다 대기오염 정화 능력이 빼어나다며 잎사귀 펼칠 기회를 차단한다. 저럴 거면 왜 심었나?

 

금단의 지역이던 부평 캠프마켓을 얼마 전 다녀왔다. 몇 걸음 들자마자 눈에 띄는 플라타너스 두 그루는 장엄했다. 드문드문 찾는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보존을 당부한다는데, 자태가 아름답기 때문만이 아니리라. 처참한 몰골에 익숙한 시민들은 방해 없이 자란 나무의 경탄할 만한 진가를 확인했을지 모른다. 강점기 일제가 심었더라도 우리 땅을 차지한 미군이 손찌검하지 않았으니 고마웠는데, 가로수로 심은 플라타너스는 본성대로 자라면 안 되나? 수십 미터 자라면 위험하기에 닭다리처럼 잘라내는 걸까?

 

독일 비스바덴시의 빌헬름 스트라세는 두 줄로 심고 가꾼 플라타너스 가로수로 유명하다. 가지치기하지 않은 게 아니다. 가지를 좌우로 정돈해 가로수 터널을 만들자, 보행자는 물론이고 천천히 움직이는 자동차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면서 대기를 정화한다. 근처 공원과 연계해 자부심 가질 가로공원이 되었다. 비스바덴만이 아니다. 참여예산으로 유명한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의 가로수는 자연스레 자라서 도로를 뒤덮었다. 그러자 도시 복판을 관통하며 흐르는 숲처럼 보이는데, 우리나라 청주는 어떤가. 고속도로에서 들어설 때 방문객의 눈을 시원하게 하는 가로수는 청주 자랑거리의 하나다.

 

사진: 인천시 연수구에서 닭발처럼 가혹한 가지치기를 당한 플라타너스 가로스들.

 

가혹한 가지치기를 견디는 플라타너스가 간판을 가리고 비에 젖은 낙엽은 보행을 다소 귀찮게 하지만, 잎사귀 넓은 플라타너스는 가로수의 본령을 어떤 나무보다 훌륭하게 해낸다. 대기오염을 완화하고 소음을 차단하며 여름철 뙤약볕을 막아주기에 천박한 민원이 빗발치더라도 시 담당자들이 플라타너스를 포기하지 못할 텐데, 잘 가꾸면 어떤 가로수보다 멋진 경관을 선사한다. 비스바덴이나 청주의 시민들이 가치를 인식하며 보호에 나섰기에 지역을 넘어 전국, 아니 세계적 자랑거리로 보전했다. 부평 캠프마켓은 그 가능성을 증명한다.

 

나뭇가지가 한쪽으로 치우쳐 부러질 위험이 있다면 가지치기는 필요할 것이다. 닭발 가로수에 마음 상한 시민들은 무자비한 가지치기의 이유가 궁금하다. 필요하다면 봄철 새잎이 펼쳐지기 전에 25% 범위 이내에서 잘라야 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는 나무의 품위와 아름다움, 그리고 면역력을 고려할 것을 당부한다. 안타깝게 현실은 원칙을 외면한다. 효율과 비용부터 생각하는 지자체는 위탁업계에 맡기고, 이윤부터 생각하는 업계는 잎사귀 한 잎 허용치 않는 닭다리를 연출한다. 시민은 한동안 기후변화로 뜨거워지는 거리를 진저리치며 걸어야 한다.

 

사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의 가로수 터널. 가지치기와 관리에 따라 가로수는 도시 속의 보물로 지역을 넘어 세계인의 뇌리에 자리매김할 수 있다. (출처는 인터넷 자료)

 

지자체는 예산 타령 뒤에 숨지만, 정녕 예산이 부족할까? 타성에 젖었거나 관심이 부족하겠지. 엉뚱하게 낭비되는 예산 일부를 지원해도 닭발 가로수는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시민의 관심이 높아지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요즘 인천시의 여기저기 닭발처럼 보이는 플라타너스 가로수도 바뀔 수 있다. 가지의 거의 100%가 잘려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에 시달리겠지만, 무던한 나무이니 시민들이 보호에 나선다면 우리나라 청주와 독일 비스바덴처럼 인천도 자랑스러운 가로수 공원이 조성될 수 있다.

 

전깃줄이 지하로 들어간 도시에서 시민들은 간판으로 상점을 찾지 않는다. 맛이나 신용에 이끌린다. 상점 앞에 멋진 가로수 공원이 조성되었다면 시민들은 모인다. 코로나19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찾을 텐데, 다행일까? 도시 경관과 환경을 정화하는 가로수를 보전하자며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이라는 시민단체가 최근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의 관심이 지자체의 관심으로 이어져, 대기오염이 심각한 인천시도 세계에 자랑할 플라타너스 가로공원을 번듯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기호일보, 20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