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8. 8. 31. 00:39


수도권매립공사는 자신의 업무에 자부심을 갖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껏 매립 때문에 민원이 발생한 적 없다. 음식쓰레기 반입이 차단된 데 이유가 없지 않지만 1992년부터 수도권의 어마어마한 생활쓰레기가 매립되는 와중에 이렇다 할 사고도 없었다. 침출수를 처리해 바다 유입을 효과적으로 막을 뿐 아니라 발생하는 메탄으로 발전하는 기술까지 선보이고 있다. 개방된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악취를 느끼지 못한다. 쓰레기가 들어오자마자 흙으로 덮기 때문이다. 골프장이 아니길 희망하지만, 수도권매립공사는 매립 완료된 1매립장을 야생화단지를 비롯한 여러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다.

 

속상한 일도 있다. 수도권매립지공사 바로 옆에 산처럼 쌓인 건축폐자재 더미 때문이다.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걸 수도권매립공사가 쌓아놓은 생활쓰레기로 단정한다는 거다. 노천에 방치된 까닭에 비가 내리면 중금속이 함유된 침출수가 배출하거나 지하수에도 침투될 수 있다.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개개발이나 재건축되는 공장과 주택이나 아파트단지에서 발생한 건축폐자재를 모아두었는데, 실적이 저조해 그냥 쌓여 있고, 부도로 사장이 바뀌는 일이 반복된다고 한다. 먼지 발생 뿐 아니라 미관에도 좋지 않아 민원이 거듭되는데, 수도권매립공사가 공연히 오해받는다니 속상할 만하겠다.

 

생태주거단지를 조성한 독일 뮌헨 시를 이번 여름에 방문했다. 1992년까지 사용했던 공항 부지를 개발한 ‘메세스타트-림’이다. 550여 헥타르 중 240헥타르를 공원과 숲이 포함된 녹지로 조성한 뮌헨 시는 16000명의 인구를 생태주거단지에 수용했으며 1만개 일자리를 창출한 상업시설도 건설했다. 단지 내에 승용차 통행이 엄격히 제한되는 대신 자전거가 활성화된 메세스타트-림은 겉보기 나무가 가득한 공원 같은데, 담당 공무원은 건설 당시 공항 폐기물을 재활용한 걸 방문자에게 은근히 자랑하고 있었다. 활주로와 부속건물의 폐자재를 도시 기반공사에 활용하고 녹지로 덮인 공원을 만들었다는데, 민원은 물론 어떤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항 건축폐자재는 다른 건물폐자재와 달리 오염이 많았을 텐데 그냥 활용했을 리 없다. 충분히 정화 처리해 사용했다. 물론 몽땅 어디론가 가져가 버리고 다시 짓는 편이 비용도 절약하고 절차도 간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도시를 생태주거단지로 계획한 뮌헨 시는 건축폐자재를 과감히 활용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입주민에게 낱낱이 공개했다. 어떻게 정화 처리했고 현재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걸 전부 이해하는 시민들은 분양대금이 다소 비싸더라도 흔쾌히 입주했고, 공원과 같은 주거단지에서 자전거를 타며 즐긴다. 시당국의 제도와 금융 지원보다 시당국의 행정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신도시를 개발할 때마다 수도권매립공사 옆 건축폐자재 더미는 올라가고 그만큼 민원은 커진다. 하지만, 정작 파괴되는 곳은 인천 앞바다다. 건축자재로 모래를 마구 퍼가지 않던가. 바다의 모래는 수많은 어패류의 산란장이다. 인천 앞바다의 풍부한 수확이 있었기에 오래토록 좁은 국토의 많은 인구를 먹여 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인천 앞바다의 모래가 갯벌 매립과 수많은 개발에 충당하기 위해 사라졌고, 요즘 인천 앞바다의 생태계는 엉망이 되었다. 어패류는 씨가 말라간다. 참다못한 옹진군에서 ‘바닷모래 휴식년제’를 도입했지만 건설경기 운운하는 개발업자의 입김을 이겨내지 못한다. 농토마저 매립돼 아파트로 바뀌는데, 이러다 굶주림에 지친 우리 후손은 콘크리트 뜯어먹어야 할지 모른다.

 

뮌헨 시도 비슷한 고민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바다를 가진 인천은 내륙인 뮌헨보다 절박하다. 수도권매립공사 옆 건축폐자재로 인한 민원을 해소하고 바다도 살리며 자원재활용으로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대안, 건축폐자재 재활용이 아닐까. 우리 실정에 맞는 기술적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테니, 시민들이 그 타당성을 인식하고 호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는 물론 시민참여로 제도를 마련하면 어떨까. 활용할 타산지석이 있는데. (기호일보, 2008년 9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