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8. 11. 17. 00:57

 

환경단체에서 주관하는 자원봉사에 늦도록 참여한 막내가 핸드폰 동영상을 보여준다. 집게로 머리를 툭툭 건드려도 겨울철새인 듯 보이는 오리는 달아나지 않았다. 아이 말로는, 감각이 마비된 듯 기진맥진한 채 물에 떠 있는 오리는 배에 구더기가 끓는 상태에서 죽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인천시 연수구의 승기하수처리장 주변의 유수지와 해안도로 주변에 겨울철새들이 떼로 죽었고, 그 사체를 수거하기 위한 봉사활동에 아이가 참여했던 것이다.

 

자원봉사를 주관한 환경단체는 인체에 해를 주지 않아도 새를 마비시켜 호흡곤란으로 죽이는 ‘보튤리즘균’에 철새들이 감염되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보튤리즘균이 발생한 이유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늦가을답지 않은 무더운 날씨가 한동안 계속되면서 유기물이 부패를 일으키자 구더기가 발생했고, 구더기를 매개로 퍼져나간 보튤리즘균이 이맘때 날아오는 겨울철새를 치명적으로 감염시켰을 것으로 환경단체는 추정한다. 멋모르고 내려앉았다 세균에 감염돼 온몸이 마비된 상태로 죽어가는 오리의 몸에 예외 없이 구더기가 들끓었다고 안타까워하던 아이는 신발을 푹푹 빠지게 하던 습지의 바닥에서 악취가 진동했으며 개흙은 시커멓게 썩었다고 진저리쳤다.

 

보튤리즘균에 오염된 습지에 철새는 계속 내려앉는 모양이다. 철새를 다른 곳으로 날려보낼 방법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환경단체는 사체라도 어서 수거하길 바라지만 감당해야 할 습지가 워낙 넓으니 불가항력이었나 보다. 보통 수업이 없는 토요일을 택하던 자원봉사를 수업이 있는 토요일 오후를 모두 활용하고자 했으니. 몸은 고되었을 테지만 중학생인 아이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제 눈으로 파악했고 그로 인해 죽어가는 자연 생물에 대한 동정과 연민, 죄스러움을 동시에 체험하게 되었다.

 

보튤리즘균이 창궐한 이유를 늦가을 더위로 한정할 수 없다. 하수종말처리장이 가까운 습지에 구더기가 발생할 정도로 유기물이 축적된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까지 내려앉았던 철새의 분비물인가. 물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까닭은 아닐까. 정확한 조사가 뒤따라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점은 습지를 정화할만한 물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바닥의 지독한 오니가 거의 그대로인 남동공단 유수지는 말할 것 없고, 좁은 수로를 경계로 떨어진 광활한 면적의 송도신도시가 해수의 유통을 방해한 것은 분별없는 개발이었다. 결국 사람이 근본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절박한 환경단체는 봉사자들에게 갈대와 풀숲에서 눈에 띄지 않는 사체를 샅샅이 찾아줄 것을 부탁했지만 흔쾌히 팔 걷은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일반인 수십 명이 수거한 사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심각한 상황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거작업에 들어간 봉사자는 우리의 환경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지만 4시간 넘는 고역에 몹시 지쳤고 사체 썩는 냄새로 구역질을 감내하며 애를 쓰던 환경단체는 봉사자에게 사과하면서도 다시 나서줄 것을 눈물로 호소한다. 철새에게 죄송한 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랜 이동으로 지친 겨울철새는 계속 습지에 내려앉는다. 지쳐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 세균은 철새에게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대만은 보튤리즘균으로 저어새 수십 마리가 죽자 국가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던데, 날개를 퍼덕거리며 죽어가는 쇠오리, 고방오리, 넓적부리, 흰죽지, 흰뺨검둥오리, 민물도요 옆에 국제적인 멸종위기 조류인 저어새와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떼새가 관찰되는 우리는 시방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이번 겨울철새의 떼죽음은 자연의 매서운 경고다. 몰려드는 철새 규모보다 턱없이 비좁은 습지에 깨끗한 물을 시급히 공급할 현실적 수단이 없다면 대체 서식지를 황급히 조성해야 하는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인천시는 수많은 철새가 찾는 송도11공구를 기필코 매립하려고 한다. 인천시도 사태의 원인을 반드시 직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분별없는 매립으로 전국의 습지가 쪼그라드는 이때, 근본적인 반성과 대책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후손의 건강마저 떼로 잃지 않으려면. (요즘세상, 2008년 11월 ?일)

자연생태와 인간의 삶은 별개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참 안타갑습니다.
그들이 살고 회복 되어야 곧 우리가 살 길 인데 말입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