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8. 11. 30. 15:38

 

미국에서 사람과 소에 광우병이 발생된 뒤 제동이 걸렸던 미국산 쇠고기가 13개월 만에 우리 대형마트에서 반짝 판매되더니 다시 소강상태라는 소식이다. 우리 외교와 농업정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수입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가 애초의 문제제기했던 위생과 사육조건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건만, 대형마트 식품매장의 할로겐램프 아래에서 긴장 풀린 소비자를 잠시 유혹했던 것이다.

 

언론이 전한 어떤 소비자는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면서 “광우병에 걸리면 내가 걸리지, 자기들이 걸리나, 왜 막고 그래?”하며 판매재개를 비판하는 시민단체에 목소리를 높였다던데, 그들은 수출업자의 호언을 믿는 서슴없음이거나 무모한 투항이었다. 아이의 건강을 염려해 한우를 선택하던 소비자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는 서민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던데, 값이나 맛에 관계없이, 예나 지금이나, 쇠고기는 반드시 먹어야 하는 단백질원이 아니다.

 

캐나다는 최근 광우병 소가 거듭 발생했는데 국제사회는 조용하다. 캐나다 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자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캐나다는 초식동물의 사료에 어떤 육질사료도 포함시키지 않기에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한 거다. 광우병으로 크게 혼이 난 영국을 비롯한 유럽도 마찬가지다. 육질사료를 철저히 차단한 이후 광우병이 소에서 더는 발생하지 않았다. 광우병 발생 이후 뼈와 내장으로 가공하는 소 도축 부산물을 소에 먹이지 않는 미국은 어떤가. 모든 육질사료를 중단했던가.

 

영국도 미국처럼 한동안 소 도축 부산물을 잡식동물인 돼지와 닭에 먹였다. 문제는 그 돼지와 닭의 도축 부산물을 먹인 소에 광우병이 거듭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교차오염’이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는 미국은 아직도 돼지와 닭에 소 도축 부산물을 먹이고, 돼지와 닭 도축 부산물을 소에 먹인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사람에게 광우병이 더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는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신뢰를 얻지 못한다.

 

대부분의 광우병 증상은 생후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나타났다. 그렇다면 미국인이 많이 먹는 20개월 미만의 소는 광우병에서 자유로운 것일까. 불행히도 아니다. 어린 소를 도축하는 까닭에 소의 광우병 발생 여부가 감춰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최근 24년 동안 치매가 8900퍼센트 늘어났다. 《얼굴 없는 공포》의 저자인 미국의 의사는 인간 광우병이 치매로 상당히 숨겨졌을 거로 추정하건만 미국 쇠고기 포장업체는 반박하지 못한다.

 

미국 축산업자의 이익과 내 건강을 바꿀 수 없다. 미국처럼 육질사료를 먹이지 않는다면 한우는 광우병에서 자유롭지만 양질의 단백질원은 환경 부담이 낮은 채식으로 충당할 수 있다. 신뢰 없어도 값이 싸므로 나와 식구의 몸을 맡길 수 없는 노릇이다. 낮은 확률의 러시안룰렛은 안전하지 않다. (경향신문, 2008.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