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8. 12. 9. 01:26

 

기온이 뚝 떨어져 춥다. 모처럼 겨울다운 날씨가 반가운데 은근히 난방비가 걱정이다. 그리 오래된 아파트도 아닌데 창문틀이 들떠 찬바람이 들어오니 식구는 난방온도를 조금 높이길 원하기 때문이다. 재작년까지 단지 별 중앙난방이었던 방식이 지난겨울부터 지역난방으로 바뀐 후 가구당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조금 줄었는데, 올해는 늘어날지 모른다. 천정부지로 올랐던 원유가격이 국제 경제가 기울면서 대폭 떨어졌어도 원화의 가치가 형편없어졌으므로. 지역난방이 민영화되면 부담이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윤을 노리는 기업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가격인상을 요구할 테니.

 

온난화 이후 우리나라는 겨울이 와도 사실 그리 춥지 않은데, 우리보다 훨씬 추운 몽골은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아이들이 밖으로 난 창에 피던 성에를 전혀 모를 정도로 실내외가 더워진 우리와 달리 수은주가 섭씨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몽골의 겨울은 여전히 혹독한데, 양가죽을 이어붙인 텐트, 게르에서 온 가족이 긴 겨울을 견뎌야 몽골인은 은은한 온기가 오래 지속되는 말똥으로 난방을 한다. 몽골보다 추위가 매서운 북극은 멀지 않았던 과거, 변변한 난방도 없는 얼음집, 이글루에서 지냈다.

 

오스트리아는 우리보다 겨울이 춥다. 그런 오스트리아는 최근 패시브하우스 건축이 민간 차원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에너지 시민단체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이라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건축 개념”으로 정의하는 패시브하우스는 기존 건물과 비교할 때 난방에 사용하는 에너지가 10퍼센트에 불과하고 조명이나 가전제품, 그리고 온수와 같은 나머지 에너지 소비도 절반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붕에 햇빛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태양열 온수패널을 추가한다면 외부에서 공급되는 에너지가 거의 필요 없다. 그래서 패시브(passive)다.

 

단열이 철저해야 가능한 패시브하우스의 건축비는 일반 건물에 비해 어느 정도 높다. 하지만 수요가 많아지면 비용은 줄어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한다면 개인의 부담은 대폭 감소할 것이다. 난방 에너지를 산업에 집중하면서 닥칠 석유위기를 완화할 수 있으니 국가와 지방정부는 제도를 개선하면서 패시브하우스 건축을 적극 지원할 수 있고, 패시브하우스에 입주한 시민은 줄어든 에너지 비용만큼 취미나 문화생활에 적극 참여할 수 있어 지역에 대한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수명이 남은 기존 건물을 헐어낼 필요는 없다. 패시브하우스에 근접하도록 리모델링하면서 단열을 보강하고, 조명과 가전기기를 효율 높은 제품으로 바꾼다면 에너지 소비량이 80퍼센트 이상 줄어든다. 그런 독일 사례를 전하는 시민단체는 리모델링이 가능한 건물을 패시브하우스로 개조하기만 해도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 3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패시브하우스를 액티브하게 보급한다면 지구온난화 억제에 크게 기여할 거로 기대한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독일과 스위스에서 빠르게 퍼지는 패시브하우스는 개인 주택에서 연립주택으로 이어지더니 최근 상업용 건물과 공장에도 패시브하우스 방식이 적용된다고 한다. 아쉽게 전기 과소비 없이 생활이 불가능한 초고층아파트 붐이 휩쓰는 우리나라에는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개념조차 없다. 유리로 마감한 관공서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도 상당할 것이다. 가격상승을 염두에 두는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이제 지양할 때다. 정주의식을 위태롭게 한다. 이웃과 쉬 헤어지고 지역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다. 패시브하우스로 정주의식까지 높이는 방법을 모색할 수 없을까.

 

겨울은 좀 추워도 된다. 사계절에 익숙한 우리는 겨울이 겨울다워야 건강하다. 집안이 추운 듯싶으면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논다. 이웃은 더 자주 만나게 된다. 단열이 허술했던 주택들을 패시브하우스 개념의 마당 넓은 공동주택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다면 다소 춥더라도 경제위기 시대에 비용을 절약하고 식구는 몸도 마음도 건강할 수 있다. 만나면 반가운 이웃과 정주의식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e뉴스, 2008년 1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