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3. 15. 20:48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상방리에는 현재 27홀 규모의 골프장이 추진되고 있다. 어떤 학교법인에서 목장을 운영했던 곳으로 17년 전에도 골프장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포기한 바 있던 곳이기도 하다.

 

줄기차게 들어오려는 골프장의 문제를 지적하던 환경단체가 지친 사이에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특별한 동물상이 없고 식물상도 보전가치가 높지 않다고 평가했지만 전문학자의 도움을 받은 주민과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는 달랐다. 녹지자연 7등급을 주장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과 달리 골프장이 불가능한 8등급이었고 17년 전에도 많았던 꼬리치례도롱뇽을 비롯하여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가 조사되었으며 주민들은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되는 대륙목도리담비 또는 무산쇠족제비의 출현을 증언했다.

 

백두대간에서 한북정맥으로 이어지는 지점에 위치한 그 골프장 부지는 17년 전에도 보전되었으므로 녹지자연도 8등급에 해당하는 20에서 50년 이상의 자연림으로 천이된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환경부는 멸종위기종에서 제외했어도 전문학자들이 가장 위험한 우리나라 대표 야생동물로 여기는 꼬리치례도롱뇽이 계곡마다 무리지어 관찰된다면 충실하게 보존된 지역이라는 걸 웅변한다. 적어도 골프장으로 훼손시킬 생태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구체적인 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지만, 번식기를 맞은 솔부엉이와 수리부엉이가 서식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둥지를 틀어 새끼들을 키울 만큼 주변 생태계가 보존되었다는 의미한다. 매우 희귀해진 대륙목도리담비이거나 무산쇠족제비가 출현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겠다. 생태계를 끊는 도로와 골프장이 넘치는 경기도 일원에서 그 지역은 백두대간에서 한북정맥으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보전되었다는 걸 증명하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작성한 이도 학자이고 환경단체와 함께 조사한 이도 학자라면 누구의 주장을 믿어야 할까. 양측이 모두 양심을 가졌다면 미처 관찰하지 못해 빠진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재조사에 나서는 게 옳다. 양호한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를 번복할 생각이 없는 학교법인이라면 양측이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를 독립적으로 실시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도 지하수가 부족해 농사짓는데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은 골프장이 들어서면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졸인다. 뿌리를 잃는 것이다. 뿌리 뽑힌 사람은 자신이 사는 지역과 이웃에 관심과 우의를 갖지 못한다. 도시에 범죄가 들끓는 이유이기도 하다. 골프장 파산이 이어지는데 지역주민을 내쫓으며 넘치는 골프장을 추가해야 할까.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대안을 찾는 게 학교법인답지 않을까.

 

그동안 잘 보전한 생태계를 교육에 활용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을 당부하고 싶다. 중부권 식물원은 어떨까. 골프장보다 훨씬 어울리는 기후변화 시대의 대안이라 믿는다. (경향신문, 20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