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9. 5. 26. 23:18

 

요즘 ‘저탄소 녹색성장’을 앞세우지 않는 개발이 없다. 별 것이 아니라도 일단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기치를 올리면 덮어놓고 허가를 해야 할 분위기다. 뚱딴지 같이 ‘경인 아라뱃길’이라 칭한 경인운하가 그 대표다. 밑도 끝도 없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부르짖으며 절차마저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한다.

 

인천시민을 소외시킨 채 시민공모로 이름을 정했다는 ‘경인 아라뱃길’은 누구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건 여기에서 따지지 않기로 하고,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경인운하에 어떤 화물이 다닐 것인가. 울산에서 조림한 자동차? 남녘의 농수산물? 부산에서 인천항까지 정부 보조금까지 받고 운항하던 한진해운이 사업을 접은 건 수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남쪽 지방의 화물이 운송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주나 유럽은 아닐 테고, 일본이나 중국을 오고가는 수출입화물일까. 경인운하는 수심이 6미터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부운하를 추진하던 전문가들은 6미터 수심을 유지해야 2500톤 급 화물선이 다닐 수 있다고 했다. 하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빌 수 없는 2500톤 급 화물선이 일본이나 중국을 오고갈까. 쉽지 않다. 지도의 거리가 가까워 보여도 풍랑이 이는 먼 바다를 건너야 한다. 먼 바다를 오가는 배는 호수나 강을 오가는 배와 달리 바닥이 깊다. 그래야 물의 저항을 줄이고 풍랑에 안정적인 까닭이다. 일본과 중국이 운하를 오가는 배를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 측이 요구를 받아들여 일본이나 중국이 경인운하를 다니는 화물선을 마지못해 받는다고 치자. 어떤 화주가 약간의 풍랑에도 전복될 위험을 안은 바닥 편평한 배에 고객의 신뢰를 실으려하겠는가. 운하로 운송하는 수출입화물이 있다면 틀림없이 인천항의 배와 운하의 배 사이를 트럭이 옮겨야하는데, 옮겨 싣는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면서까지 시간을 다투는 수출입화물을 운하에 실을 화주는 있을 성 싶지 않다. 먼 바다를 오가는 배는 수심을 깊게 유지할 수 없는 경인운하에 다닐 수 없다. 따라서 운하에서 속도를 낼 수 없는 배는 갑문을 들락거리기보다 그저 운하 안을 왕복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런 운하에 무엇을 실을 수 있겠나.

 

전문가는 인천 앞바다의 생태계를 훼손하며 퍼낼 해사나 수도권 생활쓰레기가 운송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내놓은 근사한 그림과 달리 운하 양 끝의 부두는 먼지와 악취에 시달릴 게 뻔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성을 장담한다. 오로지 신기루에 불과한 장밋빛 청사진을 뒷받침하려는지, 어이없게도 수향팔경(水鄕八景)을 주장한다. 이름붙이면 저절로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가 될 거라 무슨 근거로 확신하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오염 정도가 높은 곳이 한강 하류인데, 그곳의 물이 정체되는 운하를 보겠다고 찾는 관광객이 얼마나 될까.

 

조용한 농촌마을이었던 운하 주변에는 시방 어떤 관광자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는 수없이 리버사이드파크, 전통 정원인 만경원, 두물머리 생태원들을 조성하겠다는데, 그건 중간에 정박시설이 있을 수 없는 운하와 관계없다. 사업성을 살피지 않고 요란한 시설부터 막무가내 조성한다고 관광객이 몰릴지 확신하기 어려운데, 정부는 개발 주체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 정부가 조성할 것이라면 경인운하의 건설비는 더욱 상승할 거다. 민간 기업이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사업에 정부 지원 없이 투자할 리 없을 테고.

 

애초 경인운하는 인근 저지대의 수해방지를 내세웠다. 그런데 어떨까. 평소 6미터 이상의 수심을 유지하는 운하는 조수간만의 차가 유난히 큰 인천이 만수위일 때 홍수가 발생한다면 주변지역은 속절없는 피해를 오히려 자초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만큼 집중호우는 빈발한다. 경인운하는 녹색일까. 황색으로 버림받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인천경향신문, 20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