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9. 6. 7. 16:49

 

지난 100년 동안 섭씨 0.74도 상승한 지구 평균보다 2배가 넘어 1.7도나 오른 우리나라는 요사이 전에 없던 집중호우로 시달리고 있다. 지구온난화 시대를 맞아 기상예보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기고문에서 기상청장은 “기온이 1도 올라가면 공기 중에 수증기를 포함할 수 있는 능력은 7퍼센트 많아진다.”고 관련 이론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늘었지만 비 내리는 날은 오히려 줄었다고 밝혔다. 국지성호우의 피해가 가중하는 상황에서 쏟아지는 민원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는 4대강 정비로 홍수와 가뭄의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호언하지만 회의적이다. 대부분의 수해는 지류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강 본류의 바닥을 긁어내고 제방을 쌓으며 거대한 보로 물길을 계단처럼 정체시키는 토목공사로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줄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기상 관련 전문가들은 단언한다. 수많은 생물의 터전인 바닥을 긁어내면 강은 정화능력을 잃는다. 거대한 호수로 멈칫거리는 강은 생기만이 아니라 유구했던 문화와 역사도 질식시킬 것이다. 앞으로도 강에 의존해야 하는 후손이 걱정이건만 시민의 의견을 듣지 않는 정부는 생태와 문화에 대한 고려 없이 건설 자본의 이익에 초점을 맞출 뿐이다.

 

우리는 강에서 마실 물의 대부분을 구한다. 수도권 2000만 인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모인 팔당호에 목숨을 대놓고 있다. 그 팔당호에 하수구를 연결한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수만 군데가 되는 우리의 실태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데, 이제 강이 재앙에 직면하고 있다. 바위와 자갈과 모래와 진흙으로 구성된 본류의 바닥이 사라진 상황에서 지류에 쏟아지는 국지성호우가 한꺼번에 밀고 들어온다면 완충능력이 없는 본류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주변에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그게 무서워 제방을 깊게 묻고 높이 쌓는다면 강과 연결된 지하수가 말라 주변의 농촌에 심각한 어려움이 초래할 수 있다.

 

독일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들은 강우량이 우리의 3분의2에 불과하지만 물은 부족하지 않다. 우리보다 인구에 비한 국토가 넓을 뿐 아니라 비가 분산돼 내리는 까닭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강물을 그대로 마시지 않고 강변에 여과된 물을 사용한다. 장마철 전후에 비의 절반 이상이 몰리고 경사가 급해 상당한 빗물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우리와 달리 일년 내내 강에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는 독일이지만 운하의 동력선에서 빠져나온 오염물질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4대강 정비사업과 성격이 비슷한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붙일 때 정부는 우리도 강변에서 물을 채취하면 된다고 주장했지만 곧 철회했다. 강변에 모래가 많은 유럽과 토양이 달라 채취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작았지만 멀쩡한 강물을 둔 채 굳이 강변의 여과수를 마실 이유가 없었던 거였다. 이제 운하를 접었다고 약속했으니 정비 이후의 강에서 물을 받을 모양인데, 안전할 것인가. 정부의 약속 준수와 관계없이 비관적이다. 생태계가 파괴된 강은 자정능력을 잃기 때문이다. 물론 막대한 비용과 장비를 들인다면 정화시킬 수 있겠지만 에너지 사용을 크게 줄여야 할 지구온난화 시대에 역행한다.

 

강바닥을 긁어내고 제방을 높이 올리며 보를 만드는 행위는 후손의 처지에서 범죄에 가깝다. 강의 정비는 수질이나 수량에서 그칠 수 없다. 흐름과 연결을 생태와 문화적으로 배려해야 옳다. 다시 말해 강과 지하수, 강과 좌우의 생태계, 상류와 하류, 그리고 강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문화와 역사가 원활하게 이어져야 한다는 거다. 사람은 물론 강에 생명을 기대는 온갖 동식물의 안위까지 살펴야 하는 건 물론이다. 따라서 전문가와 관료 중심이 아니라 강 유역에 터를 잡은 주민과 사전에 충분히 논의한 이후에 정비를 실시해야 하는 건 당연한데 현실은 어떤가. 이러다 4대강을 돌이킬 수 없게 망쳐놓은 뒤, ‘생태적 복원’ 운운하며 건설 자본의 주머니에 거액을 챙겨주려는 건 아닐까.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발하는 지구온난화 시대에 본류를 파헤치는 토목도 문제지만, 홍수와 가뭄 대비와 수자원 확보를 명분으로 상류 여기저기를 마구 가로막을 대형 댐도 걱정이다. 유역 생태계가 복원되지 않은 상황에서 댐마저 오염되거나 토사가 쌓여 댐의 기능이 약화된다면 우리는 대안을 영원히 잃고 말 것이다. 해마다 정도를 경신하는 국지성호우로 댐이 붕괴된다면 그 피해는 주변과 지류를 넘어 본류까지 걷잡을 수 없게 이어질 것이다.

 

몇 차례 다녀온 독일은 빗물의 지하화에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었다. 새로 짓는 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기존 건물도 빗물이 지하로 이어지도록 리모델링하고 있었다. 그를 위해 지하의 주차장을 자갈과 흙으로 메웠고, 넘치는 빗물은 유수지를 겸하는 호수에 고인 뒤 강으로 흘러들어가도록 배려했으며, 도심의 곳곳의 유수지와 습지에 동식물을 충분히 도입해 시민들의 휴식처와 생태학습장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었다. 따라서 내리는 빗물이 수해를 일으키거나 비가 없어 가뭄에 허덕이는 일이 없고, 마실 물이 부족해 걱정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빗물 이용 시설을 갖춘 대형 건물이 많은 도시는 사용한 수돗물을 재활용하려 노력할 뿐 아니라 시민들은 물 소비를 줄일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교외의 녹지를 시민들을 위한 주말농장으로 제공한다. 평소에 녹지가 되고 유사시에 식량공급기지로 활용한다는 복안으로 분양되는 주말농장은 도시의 온도를 낮출 뿐 아니라 빗물을 완충하는 기능을 한다. 교외의 비닐하우스를 철거해 아파트를 짓자고 제안하는 우리와 달라도 많이 달랐다. 변두리의 묘지에 크고 작은 나무를 심어 녹지공원으로 활용하는 그들은 산의 나무들을 모조리 잘라 계단처럼 묘지를 배열하는 우리와 달랐다. 자연을 훼손하고 모여든 사람들이 사는 도시라 할지라도 재해로 인한 충격을 최대로 완화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었다.

 

최근 환경부는 빗물과 오폐수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발표했다.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기존의 한정된 수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버리는 물을 현지에서 재이용하는 저 에너지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녹색성장을 선도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거다. 시대에 아부하는 ‘녹색성장’이란 형용모순에 가까운 수식이 눈에 거슬리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은데, 4대강 정비 계획이 전혀 수정되지 않은 마당에 성찰이 얼마나 전제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해마다 국지성호우는 기록을 경신하는데.

 

자연의 포용력 이상 개발한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국지성호우는 자연을 폭력적으로 정복하는 개발로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연의 흐름 안에서 대안을 미련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작은책, 2009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