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9. 11. 10. 00:52

 

탤런트 이광기 씨의 아들이 신종플루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치료제인 타미플루 투약 시기를 놓쳐 그만 귀여운 생명 하나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만 것인데, 언론은 그 아이가 유명 연예인의 아들이기에 관심을 모은 것만은 아니었다. 신종플루에 감염되고 사망하는 시간이 매우 빨라졌다는 사실이 걱정스러웠던 거다. 아주 건강했다던 이광기 씨의 아이는 발병 3일 만에 목숨을 잃었다.

 

백신이 처방되고 타미플루가 충분히 비축되어도 많은 사람들이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를 거두지 못하자 인터넷에 의견을 밝히는 많은 의사들은 지나치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다독거린다. 감염자의 99.95퍼센트가 감기보다 덜 고통스럽게 치유되고 있으며 사망자의 대부분이 다른 질병을 가진 고위험군이라는 걸 강조한다. 굳이 통계를 내지 않는 계절 독감이나 감기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결코 많지 않을 것이며 실제로 확진환자보다 10배 이상이 감염된 사실도 모르는 채 지나갔을 거로 주장하면서 신종플루보다 같은 기간 동안 교통사고나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훨씬 많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우리를 안심시키려는 의사의 주장은 뒤에 조건이 꼭 붙는다. 독성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변형되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한데, 그 조건이 흔들릴 조짐이 인다. 아직 변성 신종플루가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 같지 않고 독성이 강해졌다는 증거는 없다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20여 건의 변형 신종플루가 보고되고 있지 않은가. 당시 세계 인구의 1퍼센트 정도를 사망케 했다고 추정하는 1918 스페인독감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았지만 계절이 바뀌자 변형되어 무서워졌다는데, 신종플로는 무섭게 변하지 않을 거로 확신할 수 없다는 걸 의사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달 23일 춘천시의 한 저수지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돼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철새의 배설물에서 발견되었을 뿐 아직 닭이나 오리를 감염시켰다는 징후는 나오지 않았고 검출된 바이러스가 그리 위험한 종류는 아니라지만 긴장을 멈추지 못하는 건 그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변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독감 전문가는 다른 차원의 걱정으로 긴장한다. 조류독감이 신종플루와 유전자를 교환한다면 신종플루나 조류독감 모두 지금보다 훨씬 무서워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세상에 돌아다니는 독감의 종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문제는 두 가지 이상의 독감이 같은 숙주를 동시에 감염시켰을 때 발생할 수 있다. 만일 신종플루와 조류독감에 동시에 한 숙주를 공격할 경우, 두 독감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교환하면서 독성이 무서워질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손을 열심히 씻으면 사람 사이의 감염을 줄일 수 있지만 그건 근본 대책일 수 없다. 조류독감이 들어올 환경, 변형될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신종플루마저 느닷없이 무서워질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철새가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조류독감은 일반적으로 철새가 찾아오는 시기에 철새 이동통로 주변의 축사에서 발생하는데, 왜 최근에 집중 나타나는 걸까. 축사에 면역이 약한 닭을 밀집시켜 사육하는 걸 지적해야겠지만 갯벌 매립도 큰 이유일 것이다. 광활했던 서해안의 갯벌을 집요하게 매립하자 내려앉을 곳을 잃은 철새들은 한정된 호수에 빼곡히 내려앉아야 하고, 배설물을 뒤섞인 호수에서 조류독감을 비롯한 질병을 전보다 빨리 공유하게 되었다는 거다.

 

날씨가 추워져 습기가 줄어들면 독감 바이러스는 활발하게 움직인다는데, 갯벌을 매립한 우리 해안은 상당히 건조하다. 돼지에 들어갔다 나온 조류독감은 사람을 쉽게 감염시키고 이후 사람 사이로 전파될 수 있다는데, 우리는 면역이 약해진 돼지와 닭을 빼곡히 사육한다. 신종플루와 조류독감이 무서워질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춘 셈이다. 인구가 밀집된 인천이 더 걱정이다. 그나마 남은 송도11공구 갯벌마저 매립하려 안달하고 있지 않은가. 그게 두려워 갯벌을 모조리 없앤다면? 조류독감으로 죽는 철새는 도시의 습지를 가리지 않고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천신문, 2009.11.?)

박사님 감사해요. 제 블로그로 퍼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