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9. 11. 12. 15:37

 

“살리기”라는 가면을 쓴 4대강 삽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삽질이라 하지만 가보면 삽을 들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굴삭기와 불도저와 덤프트럭의 일대 향연이 벌어진다. 다시 말해 일자리 창출은 언감생심이라는 거다. 뉴딜과 같은 경기회복이라는 명분은 그 순간 퇴색되고 만다. 실제로, 인천의 정서와 아무 관련이 없이, 누구의 의견을 수렴했는지 밝히지 않은 여론조사로 작명했다고 우기는 경인운하 아니 ‘아라뱃길’이라는 삽질 공사는 인천의 경제와 실업자를 구제하는데 기여한 바 거의 없다. 서민의 경제에 기여한 분야를 굳이 찾는다면, 주머니가 불룩해진 건설업체가 질펀하게 풀어놓는 야릇한 술집의 봉사료 받는 직종 정도일까.

 

전에 환경단체에 기웃거리며 강 살리기 운운하던 토목 전공 대학교수 겸직 4대강 삽질의 본부장은 무책임하게 ‘무한책임’ 운운했다. 잘 못 되면 무한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건데, 그가 무슨 능력으로 무한책임을 질 수 있다는 걸까. 하느님도 아닌데. 흐름을 잃은 하천 생태계에서 그만 세상을 떠난 뭇 생물들을 살려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그는 대통령을 하느님으로 여길지 모른다. ‘창세기 말씀’처럼, “살리기!”라 ‘말씀’하시자 장관도, 차관도, 국회의원들도 합창하지 않던가. 그러자 줏대 없을 뿐 아니라 교활한 지식인들이 합창에 동참했고 원래 건설부서의 부속 기구 같던 환경부마저 본분을 망각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본부장의 무한책임론은 하느님의 보우하사 가능하리라.

 

산허리를 뭉떵 절개하는 골프장을 하나 짓더라도 4계절 환경영향평가를 반드시 수행한다. 남의 평가서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베끼는 한이 있더라도 겉으로 4계절의 바람, 기온, 습도, 지질, 동식물상 들을 조사한 듯 위장한다. 한데 이번 4대강은 4개월에 뚝딱 해치웠다. 그건 환경부에서 해마다 찔끔찔끔 시행하는 전국생태조사 결과를 참조했기에 가능하다고 정부는 주장했지만, 그 전국생태조사를 잠시 참여한 적 있는 사람도 믿지 못하는 그 결과를 참조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정부도 그 조사를 신뢰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 아니었나. 산에 어떤 나무가 어떤 생태구조로 분포하는지 멀리서 쌍안경으로 조사하거나 그 동네 사람에게 전화를 해 조사한 연구자도 있었다는 걸 정부만 몰랐나. 그 따위 조사결과를 22조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사에 활용해도 된다면 앞으로 어떤 개발사업도 4개월이면 충분할 것이다. 아니, 아예 불필요하지 싶다.

 

대통령은 기후변화 시대에 4대강 사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구했던 강을 계단처럼 멈추게 하면 지구온난화가 극복된다는 ‘말씀’이었다. 그러자 예의 장차관과 국회의원들이 “할렐루야!”를 합창했지만, 생각해보자. 막대한 토목공사가 토해내는 이산화탄소는 땅속으로 들어가던가. 막대한 철근콘크리트는 에너지 없이 조달할 수 있다던가. 모래와 자갈을 퍼내면 강은 자정능력을 잃는데 그치는 게 아니다. 경사가 급한 지형을 가진 우리나라는 여름 한철에 강우량의 60퍼센트가 집중된다. 흐르는 물을 굽이굽이 쌓인 모래와 자갈로 완충하지 못하는 강은 제방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비 그친 후 건천이 되고 만다. 지하수를 잃고 주위 경작지를 황폐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높은 보로 강물을 계단처럼 고여 놓은 4대강의 본류의 오염과 더불어 지류까지 망가진다는 거다. 수많은 지류들이 파괴된 4대강은 돌이킬 수 없게 버림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데, 저소득층 가정의 급식비를 비롯한 온갖 복지예산을 깎으며 동시에 4대강 삽질을 반드시 한꺼번에 시작해야 할 충분한 필요는 무엇인가. 세계 어느 국가도 감히 해본 적이 없는 전대미문의 토목공사를, 22조의 천문학적 예산보다 훨씬 더 들어갈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의 지적에 대꾸도 없이, 강에서 살아가는 목숨붙이를 “더 좋은 곳”으로 옮겨주겠다는 하느님 같은 ‘말씀’으로 밀어붙여야 할 도덕적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진정 지구온난화를 대비하고 경제를 극복하는 대안인지 명확하게 증명할 양이면, 시행착오도 살필 겸 시범적으로 조금씩 수행해야 옳지 않나. 당대 토목자본의 삽날 경제를 위해 후손의 생명이 이처럼 서둘러 폐기처분해도 역사의 천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감히? (요즘세상, 2009년 11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