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10. 3. 10. 00:27

이번 겨울엔 여름 무더위 때 이상 전기를 소비해 전력 예비율에 비상이 걸리곤 했다. 예전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전기난로를 너나없이 사용한 탓이라고 언론은 보도했는데, 이제 봄이 왔으니 한시름 놓았을까. 서울과 수도권에 막대한 전기를 보내는 인천의 발전소들은 긴장을 풀어도 되겠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인천시 소비량의 3배를 훌쩍 넘는다. 앞으로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소식통은 전망한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발전소를 지을 수 없는 걸까. 정부의 지배를 받는 몇 안 되는 전력회사에서 전기를 독점 공급하는 현 체제 하에서 우리나라 전력 관계자들은 그렇다고 주장하겠지만, 전력회사마다 경쟁이 치열한 국가는 우리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소비자가 가깝거나 연료 수급이 쉬운 지역에 발전소를 짓고 있다. 발전 단가를 낮춰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그래야 정치권을 등에 업은 지역의 민원과 부딪히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뜨거운 터빈을 식힐 물을 충분히 얻고 수입 석탄과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전력회사의 이해에 의해 발전소가 집중되는 곳이 인천이다. 그렇다면, 저렴한 전기를 마음껏 받는 서울과 수도권을 위해 인천에 떨어지는 건 무엇일까.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거, 전기료라도 싼가. 아니다. 뒤엉킨 송배전망이 공중에서 적잖은 전자파를 사정없이 내뿜는다. 터빈을 식힌 온배수로 바다가 마냥 데워져 해양 생태계는 이미 정상을 잃었다. 그뿐인가. 아무리 엄밀한 저감 장치를 달아도 높다란 굴뚝은 막대한 황과 질소산화물을 토해내고 허파꽈리를 파고드는 미세먼지도 무시할 수 없게 나온다.

 

그럼에도 인천에 발전소의 수는 더욱 늘어날 태세다. 애초 약속인 2기를 어기고 영흥도에 80만 킬로와트 급 석탄화력 발전 설비를 4기 가동하는 남동화력(주)은 2기를 다시 추가할 예정이지만 더 증설하고 싶어 한다. 오로지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저 남쪽 지방의 발전소까지 인천으로 자리를 옮기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아마 정부는 인천의 민원을 무시하며 허락할 게다.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을 또 맞아야 하겠지.

 

편서풍을 가장 먼저 받는 인천은 해안 여기저기를 랜드마크처럼 장식하는 발전소 굴뚝의 직접 영향권일 수밖에 없다. 인천의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농도가 타도시를 훨씬 초과하는 이유의 설명이기도 하다. 민원이 강하다면 한강의 풍부한 물을 사용하는 발전소가 다른 국가들처럼 서울과 수도권에 적지 않겠지만, 전력 생산은 치외법권의 영역이라 그런가, 인천의 정치인들도 묵묵부답이다. 일자리 창출도 있다하니 서울과 수도권으로 발전소를 옮기라는 주장도 불가능해야 하나. 그렇다면 좋다. 오염물질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줄이는 발전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자. 숱한 발전소 때문에 정부가 허용한 배출량이 한계에 달했다. 발전소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역의 산업이 마비될 지경이 아닌가.

 

대안이 분명히 있다. 질 낮은 석탄 뿐 아니라 오염이 심한 정유 찌꺼기까지 가스화하며 효율 높은 전기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의 발전으로, ‘IGCC’라 한다. 기술이 연구된 지 50여 년,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20여 년이 된 IGCC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많은 국가에서 버젓이 도입하고 있다. 기존 화력발전보다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낮출 뿐 아니라 먼지 발생량도 크게 줄이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수은과 중금속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며 온배수 양을 절반으로 낮추고 무엇보다 온실가스의 대명사인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높여 배출하는 까닭에 앞으로 제거 기술이 개발돼 보급된다면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낮추는데 다른 발전소보다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방식이다. 햇빛과 바람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지역 민원의 목소리가 거센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의 많은 국가들, 중국과 일본으로 퍼져가는 IGCC. 아무리 발버둥 쳐도 증설을 막을 수 없다면, 건설비가 다소 높더라도 자존심 상한 300만 인구 인천의 양보할 수 없는 대안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인천신문, 201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