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0. 8. 18. 23:57

 

이번 장마에 별 탈 없던 지역에 수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도 예보할 수 없는 국지성 호우가 원인이었다. 10여 년 전에 들어볼 수 없었던 국지성 호우가 장마 뒤에 빗발치는 원인을 전문가들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지만 해가 갈수록 그 빈도와 강도가 심각해지는 건 경험적으로 분명해 보인다. 시민들은 그저 내 지역을 빗겨가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인데, 다른 곳인들 안전할 수 없다. 이제 국지성 호우는 러시아룰렛이 되었다.

 

8월 중순, 시간 당 80밀리의 폭우로 작은 다리가 휩쓸렸던 익산 왕궁면처럼 한 달 사이에 두 번의 물난리를 겪은 대구시 노곡동도 국지성 호우였다. 배수펌프장이 작동하지 않았다지만 근본적으로 갑자기 고이는 빗물의 높이보다 마을이 낮기에 발생한 것이다. 빗물이 고이는 지점에 유수지를 확보했다면 피해는 줄일 수 있었지만 기술에 의존하다 봉변을 당했다. 익산의 작은 하천이 무섭게 불어난 것도 인재였다. 하천 폭을 좁히고 직선으로 펴지 않았나.

 

큰비가 내릴 적마다 낮은 곳을 향해 어디론가 흐르는 물은 주위의 작은 물길에서 큰 물길과 합쳐지다 폭이 넓은 강으로 흘러들어 바다로 나가야 할 텐데, 폭이 좁거나 강바닥이 마을보다 높으면 강물은 제방을 무너뜨리며 마을을 휩쓸기까지 한다. 비가 내리지 않을 때 넓어 보이는 강이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순식간에 흙탕물을 차오르게 하는 국지성 호우는 보는 이를 겁에 질리게 한다. 따라서 정부는 하천의 둑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정비해야 하고 필요하면 넓은 범람원을 조성해 제방 붕괴와 마을 침수를 예방해야 한다. 운하를 위해 강폭을 좁히자 알프스의 쌓인 눈이 녹는 봄마다 수해로 고생해야 했던 라인강을 독일인은 그런 방식으로 개선해 피해를 막았다.

 

우리나라의 홍수 피해는 97퍼센트가 큰 강의 지천이나 작은 하천에서 발생했다. 폭을 좁힌 상태에서 제방이 낮고 허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해방지를 위한 정비는 4대강의 본류가 지방 하천이나 지천에 치중해야 했지만 밤낮도 없이 강행하는 ‘4대강 사업’에 밀려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10미터가 넘는 대형 보로 흐름을 16군데에서 틀어막는 ‘4대강 사업’은 본류의 안전을 천년만년 보장할까. 낙동강의 함안보와 남한강의 이포보는 벌써 여러 차례 턱밑까지 흙탕물을 채웠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최근 하룻밤에 300밀리의 국지성호우는 흔하고 600밀리의 비도 드물지 않다. 대만에선 작년에 3000밀리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지구촌의 평균보다 두 배나 뜨거워진 우리나라에서 그럴 가능성이 없을까. 급류를 이루는 거대한 빗줄기는 도시는 물론 골프장으로 숲을 잃은 산, 논을 밭으로 바꾸거나 밭을 비닐하우스로 덮은 농촌마을에서 전혀 완충되지 않고 강으로 몰려들 것이다. 직선으로 바뀐 좁아터진 하천에서 노도와 같이 흐르다 제방을 무너뜨리고 포장도로를 뜯어낼 것이며 흙탕물을 저지대 마을을 순식간에 공포에 몰아넣을 것이다.

 

강바닥을 6미터 깊이로 파고 댐처럼 거대한 보로 흐름을 차단하는 4대강 토목공사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걷잡을 수 없는 수해를 차단할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된다. 슈퍼컴퓨터를 동원하는 기상대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국지성 호우를 대비해 4대강의 대형 보는 수문을 미리 열어놓을 수 없다. 낙동강의 경우 8개의 보가 이어지므로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상류에서 느닷없이 국지성호우가 내려 늦게 수문을 활짝 열면 그 하류의 보는 순식간에 넘친다. 상류와 하류 동시에 큰비가 내린다면 더욱 걷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 미리 물을 비울 수 없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강에 의존하는 도시와 농촌은 생활용수와 농사용 물을 잃을 것이다.

 

운하가 아니라면서도 배가 다닐 정도인 6미터 이상 바닥을 파놓은 4대강은 여름에도 물을 고여 놓을 수밖에 없다. 축산단지와 공업단지에서 들어오는 오수를 철저히 차단하더라도 고인 물은 썩는다. 예상 못한 국지성호우가 몰려들면 황급히 수문을 열어야 하지만 피해를 감당할 수 없을 수 있다. 썩은 물로 가득한 보에 밀려들어오는 빗물이 수문으로 빠져나가는 양보다 많다면 주변 마을과 생태계의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인데,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수문을 차례로 열어도 하류의 보에 감당할 수 없는 큰물이 들 수밖에 없다. 6미터 깊이에 정체된 물이 채워진 보는 차례로 수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직 별일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4대강. 아직 절반도 막지 않았어도 빈도가 낮은 국지성호우는 우리에게 경고를 몇 차례 보냈다. 앞으로 16군데가 모두 막히고 감당 못할 폭우가 내린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지구온난화 추이로 볼 때 빈도가 높은 비는 아무래도 후손에게 더욱 많이 발생할 것이다. 현 세대 건설자본, 그리고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정치권의 한시적 이익을 위해 후손을 학대해야 하는가. 자식 키우는 자는 늦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의 즉각 중단을 위해.(야곱의우물, 2010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