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1. 10. 12. 01:10

 

음식쓰레기라. 불경하게도 음식을 쓰레기라 말하다니, 조상님이 들으시면 경을 칠 일이다. 밭에서 뽑은 농작물로 필요한 음식을 그때그때 준비했던 조상에게 음식쓰레기라는 말은 당치 않았다. 남은 음식을 부뚜막에 잠시 보관하던 조상은 99방울의 농부 땀이 스민 쌀 한 톨과 푸성귀 한 잎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건만, 농작물의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고 부엌과 냉장고가 커진 만큼 비만이 늘어난 요즘은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다. 2009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하루에 14천 톤의 음식쓰레기가 발생하고, 그 처리를 위해 연간 8천 억 원의 세금이 동원된다고 환경부는 최근 부리나케 발표했다.

 

14천 톤의 음식쓰레기는 가정에서 배출되는 걸까. 음식쓰레기의 가구 별 종량제를 준비하는 환경부는 발생량 20퍼센트를 줄여 1600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하면서 생뚱맞게 음식쓰레기 감소 덕분에 사회와 경제적 이익이 5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그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여태 위기의식을 보이지 않던 환경부가 5조 원의 이익을 내세우면서까지 음식쓰레기 발생을 줄이려 갑자기 나선 건 2013년부터 바다에 음식쓰레기를 버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때를 같이해 주부들에게 종량제 동참을 종용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음식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있다. 쓰레기매립장에서 받아주지 않으니 처리 못한 음식쓰레기가 거리에 방치돼 악취와 위생상의 문제 뿐 아니라 걷잡을 수 없는 민원을 유발할 수 있는 까닭일 게다.

 

1992년 폐기물과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런던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 의무의 이행을 대외적으로 약속했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음식쓰레기와 축산오폐수를 아직도 버리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국제적인 비난을 자초해왔는데, 더는 견딜 수 없었던 걸까. 20063월 정부는 축산 오폐수는 2012년부터, 음식쓰레기는 2013년부터 바다에 버리지 않도록 하는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의 입법을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5년 동안 관련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며 세월을 보내던 정부가 내년부터 투기 단속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해마다 국민 한 사람에 100킬로그램에 해당하는 쓰레기를 안일하게 버리던 축산업자와 지방정부는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은 양, 허둥대고 있다.

 

주부에게 음식쓰레기 감량을 홍보하기 위해 요사이 인천시의 여성단체에서 배포한 자료는 음식물류 폐기물로 버려지는 식량 자원의 가치가 2005년 기준으로 18조 원에 달하고, 2009년 인천시에 감당한 처리비용이 262억 원에 이른다고 귀띔한다. 2011년 기준으로 다시 조사하면 20조 원에 가까울지 모르는데, 그 모든 음식쓰레기가 가정에서 나오는 걸까. 전국 인구의 대략 20분의1인 인천에서 262억 원이면 처리하는 음식쓰레기의 경제적 가치가 전국적으로 20조 원이라니.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제적 가치를 계산하는 방식을 제시하지 않은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저 주부들을 닦달하지만, 가정 이외에서 발생하는 음식쓰레기가 오히려 많은 게 아닐까. 가정보다 예식장이나 장례식장과 같은 집단 급식시설, 집단 급식 시설보다 식품회사에서 버리는 음식쓰레기가 훨씬 많지 않을까.

 

정부는 음식쓰레기 발생을 줄이면 지구온난화현상을 그만큼 완화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그 책임을 식구들의 건강을 염려해 좋은 음식을 장만하려 애쓰다 음식을 조금 남기는 주부가 몽땅 떠맡아야 하나. 대부분의 주부는 남기는 음식을 바로 버리지 않고 냉장고에 보관한다. 크고 작은 식품회사처럼 생산 과정에서 막대하게 발생하는 쓰레기를 막무가내로 버리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보아도 그렇다.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하는 육류와 그런 육류의 수입을 자제하는 편이 음식쓰레기 발생 감소로 완화되는 정도를 크게 초월한다. 대규모 선박이나 비행기로 수출입하는 과정에 상당한 석유를 소비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운송용 석유는 육류의 생산에 들어가는 석유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에 불과하다.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하는 쇠고기의 경우, 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곡물사료 16킬로그램을 먹여야 한다. 고기로 한 사람이 배부르면 15명이 더 먹을 수 있는 곡물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되지만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사료로 가공되는 옥수수나 콩을 보자. 그런 곡물은 석유를 가공해 얻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뿌리며 거대한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으면 파종에서 재배, 수확에서 운송이 아예 불가능하다. 옥수수에서 100칼로리의 열량을 확보하려면 석유 1000칼로리를 퍼부어야 하므로 생각해보라. 수입 육류가 차지하는 지구온난화의 기여도는 얼마나 되겠는가. 수입 곡식보다 높을 것이고 우리 가정에서 배출되는 음식쓰레기보다 현저하게 높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런 육류와 곡물을 가공한 식품을 수입한다면 가격과 무관하게 그 식품이 기여하는 지구온난화의 정도가 무척 높을 텐데, 그런 식품은 대개 정부의 허가를 받은 자본이 수입한다. 주부들의 의지와 거의 무관하다.

 

식구와 밥상에서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린다는 건 분명히 불경한 노릇이므로 가정도 음식쓰레기를 줄이는 게 당연히 낫다. 부득이한 일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주부들은 평소 음식쓰레기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지만 그래도 줄일 여지가 있다면 줄이는 게 좋다. 냉장고의 크기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면 음식쓰레기는 줄어든다. 남기지 않을 만큼 음식을 준비할 테고. 식재료도 필요 이상 사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농작물도 음식이다. 농사를 짓는다면 좋겠지만 도시에서 거의 불가능할 테니 논외로 치고, 근처에 텃밭이 있다면 음식쓰레기는 그만큼 줄어든다. 가공 과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가 적다. 농작물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고 운송 거리가 줄어드는 만큼 온실가스 배출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정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솔선수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알뜰살뜰한 주부를 닦달하기 전에 기왕에 배출된 음식쓰레기를 사료로 가공하거나 바이오연료에 이은 유기질 퇴비로 활용할 수 있는 분명한 기술을 내놓아야 옳다. 그래야 음식쓰레기를 줄이려는 주부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 이전에 정부는 제철 제고장 음식으로 자급할 수 있는 여건의 회복에 전력을 다해야 할 뿐 아니라 육류를 포함한 가공식품의 수입을 가시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음식쓰레기와 축산 폐기물의 해양투기 단속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그와 같은 일련의 노력 없이 그저 주부에게 음식쓰레기 줄이기를 요구하는 태도는 주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몰염치한 행정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다. (인천in, 2011.1011)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