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1. 11. 17. 21:59

베크렐, 마이크로시버트, 퀴리, 뢴트겐. 방사선과 관련한 단위는 복잡하다. 일반인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방사선 관련 수치. 비전문가의 접근금지를 명하는 전문가주의인가. 복잡한 단위가 갖는 의미를 알려주지 않는 언어의 홍수 속에서 시민들은 그저 불안에 떨며 소외될 따름이다. 핵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안전하다니까!” 눈을 부라리면 반드시 안전해야 하는 시민들은 방사성 수치가 허용 기준치의 두 배를 넘는 학교의 운동장으로 아이를 보내고, 기준치의 20배에 가까운 아스팔트를 오가야 했다.

 

그런데 인도주의 실천을 다짐하는 의사들이 반박을 하고 나섰다.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를 들고서, “방사선에 허용 기준치라는 건 없다!”고 하는 게 아닌가. ‘허용 기준치가 있으려면 방사선량이 어느 정도 이상 늘어날 때까지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 수준을 넘은 뒤 피해자가 나와야 허용 기준치를 정할 수 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19864월 구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와 1979년 미국 드리마일 핵발전소 방사선 유출 사고에서 수집된 숱한 자료들을 종합할 때, 방사선은 극미량이던 아니던, 나오는 만큼 피해자기 발생했다고 의사들은 자료를 제시했다.

 

폭발된 발전소든 아스팔트든 운동장이든 병원이든, 누출되는 방사선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허용 기준치를 전문가들은 연간 1밀리시버트로 정했다. 그 정도면 안전하다면서, 아스팔트에서 기준치의 20배 가깝게 나온 방사선을 받으며 오가던 월계동 시민들, 기준치의 무려 140배를 초과하는 전북대학병원의 지하식당을 멋모르고 이용하던 환자와 보호자와 의료 관련자, 그리고 학교 운동장에서 기준치 두 배 이상의 방사선을 받으며 뛰어놀던 인천 영종도의 초등학교 학생과 그 부모들을 다그쳤다. 하지만 그 실상은 어떨까.

 

연간 허용 기준치라는 1밀리시버트 정도의 선량을 받으면 1만 명 중 한 명에 암이 발생할 확률이라고 한다. 시간당 0.11마이크로시버트에 해당한다. 기준치의 두 배면 5천 명 중 한 명이 암에 걸릴 것이요, 20배면 500명 중 한 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140배면? 72명 중 한 명이겠지. 인체의 어느 곳을 어느 정도의 양으로 통과했느냐에 따라 위험 확률은 다르겠지만, 방사선은 일종의 러시안룰렛이다. 받는 방사선량이 낮으면 러시안룰렛의 확률은 낮을 테지만 많을수록 높겠지. 받는 시간이 늘수록 확률도 당연히 늘어날 것이다.

 

흔히 가슴 엑스레이 몇 차례 촬영한 정도의 방사선이므로 안전하다고 말하곤 하지만, 확률이 낮을 뿐이다. 안전하다 말하는 건 옳지 않다. 비록 안전하지 않아도 진단을 위해 어쩔 수 없기에 촬영에 응할 따름인 것이다. 환자든 의사든 피할 수 있는 방사선을 굳이 받아야 할 이유는 절대로 없다. 병원 직원은 얄미울 정도로 방사선을 철저히 차단하는 구역으로 피해 엑스선 촬영에 임한다. 근무 기간이 길수록 피폭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은가. 백혈병 치료를 위해 방사선을 받은 환자의 20퍼센트는 그 방사선 때문에 20년 뒤 다른 암이 발생한다고 연구자는 전한다.

 

정작 문제는 몸 내부의 방사성 물질이다. 몸 밖에서 투과하는 방사선은 그 위험 장소를 벗어나면 피할 수 있지만 음식이나 호흡을 통해 몸으로 방사성 물질이 들어오면 치명적일 확률은 월등하게 높아진다.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이 안전해질 때까지 몸속에서 여러 장기의 세포조직에 방사선을 내뿜는 탓이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2006년 체르노빌 사고로 피폭된 이의 80퍼센트 이상은 음식이 그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방사선의 위력은 거리 3제곱에 반비례한다. 핵발전소 폭발로 대기와 바다를 오염시키는 세슘은 반감기가 30년이다. 따라서 몸에 들어온 세슘은 사망 뒤에서 방사선을 계속 내뿜을 것이다. 반감기가 30년인 스트론튬은 뼈에 축적되고 8일인 요오드는 단기간에 감상선암을 일으킨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바닥에 쌓인 플루토늄은 매우 치명적인데, 반감기가 무려 24000년이다.

 

드디어 방어의 계절이 돌아왔다. 살이 연한 방어는 회로 먹어야 제격인데, 간혹 지나치게 작은 방어를 잡아 어족자원의 감소를 걱정하게 한다. 1미터에 육박하는 방어로 회를 떠야 제 맛이 난다는데, 덩치가 큰 만큼 먹어야 할 먹이가 많을 터. 가을이 깊어져 수온이 내려가면서 쿠로시오 난류를 따라 캄차카 반도로 갔던 방어가 일본 동해안을 지나 제주도 남쪽 바다로 다가온다. 11월 중순 제주도 모슬포는 방어축제를 여는데, 괜찮을까. 치명적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물이 막대하게 쏟아져들어간 후쿠시마 발전소 인근의 바다를 거쳤을 텐데, 먹어도 될까. 우리는 방어를 비롯해 많은 생선을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안심해도 좋을까.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생선을 취급하는 생활협동조합은 이제 방사성 물질도 주의해야 한다. 좀 비싸더라도 믿을만한 조사 장비를 갖추고 소비자조합원을 안심시킬 필요가 매우 크다. (푸른생협, 201112월호)